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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뫼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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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5일 04시 4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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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첫 칼럼이 나간 후에 많은 분들로부터 다양한 격려를 받았다. 새로 쓴 칼럼이 쉽게 읽힌다는 칭찬에서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좋은 글을 기대를 한다는 댓글, 그리고, 칼럼은 장기전이므로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는 조언까지, 분에 넘치는 관심을 받은 것이다. 지난 칼럼은 역도 장미란 선수의 지난 런던 올림픽 경기를 떠올리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소개한 글이었는데, 우연하게도 칼럼이 나간 바로 그 주에, 장미란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다.

 

장미란 선수의 은퇴 공식기자회견을 보며, 나는 이 영리한 선수에 대해서 쓴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준비한 원고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평소 그녀의 미소가 장미와 같다고 로즈란이란 별명이 있는 그녀를 떠올리면 분명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내 모두들 그 눈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중학교 3학년 시절을 이야기했다.

 

“저는 중학교 3학년까지 꿈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꿈 없던 여학생은 역도를 통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라고 회고했다. 후에 그녀는 은퇴식에서 왜 많은 사람들이 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본인도 울지 않아야겠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쏟아지는 눈물을 어떻게 할지 몰랐다고 했다.

 

그녀는 미래를 고민하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덩치가 있고 외적으로 자신이 없는 친구들은 어디를 가도 위축됩니다. 저도 그랬기에 그 마음을 잘 압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 나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하는 데 누구든 잘 할 수 있는 것이 꼭 한가지씩 있습니다. 제가 역도를 통해 길을 찾았던 것처럼 주변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며 힘들었던 중학교 3학년 시절을 이야기하였다.

 

그녀는 중학교시절까지 피아노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평범한 소녀였다. 하지만 유난히 큰 체격 탓에 또래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당연히 의기소침해졌다. 이로 인해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이 떨어지자 역도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학교 체육선생님은 그녀에게 바벨을 권했다고 한다. 그녀는 기억했다. 바벨을 잡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그러나, 바벨들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그녀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바벨을 잡은 지, 10일만에 그녀는 강원도 중학생 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의기소침한 여학생에게 바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찾아 온 것이다. 그 길로 그녀는 바벨을 잡는 여신의 길을 걷기로 했다. 선수생활 4년만에 국가대표가 되었고,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세계선수권 4연패를 달성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달았지만, 런던 올림픽에서 그동안 올리기만 했던 바벨을 차분히 내려놓았다. 

 

그녀는 기자회견장에서 비인기 종목을 돕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은퇴 이후, 2012년에 출범한 <장미란 재단>일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미래에 IOC 선수위원의 꿈이 있음을 덧붙였다. 그녀 스스로가 이제 선수에서 벗어나지만, 미래 꿈을 육성하기 위한 토석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것이었다.

 

그녀의 기자회견에서 그녀가 흘린 눈물을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 똥>이라는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감동스러운 동화를 떠올렸다. 길에 떨어진 강아지 똥이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다가 마침내 소중한 일을 이루어낸다는 이 동화는, 처음 딸에게 읽어주면서 내가 더 감동을 받은 책이었다. 이 책은 <몽실 언니>등으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님의 글도 아름답지만, 무덤덤한 색깔과 기교를 부리지 않은 세밀한 선이 살아있는 정승각 선생님의 아름다운 그림이 마치 장미란 선수의 엷은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작품과도 같은 책이다.

 

말 그대로 강아지배설물인 주인공은, 외톨이이다. 날아가는 새로 더러워서 피하고, 병아리도 가까이 오기 싫어하는 존재이다. 아무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하지만 어느 비 오는 날, 민들레의 거름이 되어 빗방울과 함께 땅속으로 스며들게 되고, 결국 아름다운 민들 레 꽃을 피우게 된다는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따뜻하게 한다. 무조건 희생의 이름만으로는 형용 할 수 없는, ‘사라짐탄생의 의미로 까지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을 이 조그만 동화책은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강아지 똥은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커다란 기쁨을 느꼈다. 아마도 우리 자신도 강아지 똥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일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하고, 그것을 통해 존재감을 찾지 못할 때, 우리 모두는 이 사회의 이방인이 된다. 어른이 되면서 나이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무든 일이든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계산하는 법을 배우는 속물근성을 우리는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날아가는 새와 병아리에게 강아지 똥은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다. 단지 더럽고 추한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욕할 수는 없다. 단지, 강아지 풀은 민들레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의 존재가 필요했고, 그가 땅 속으로 깊이 파고들 수 있는 토양을 대지는 마련해 준 것이다.

 

다 읽는데 10분도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동화를 읽고 또 읽으면서, 이 글을 쓴 권정생 선생님의 삶 또한 강아지풀과 닮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권정생 선생님은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져 어려서부터 나무장수와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가게, 점원으로 힘겹게 생활하였다. 객지를 떠돌면서 결핵과 늑막염 등의 병을 얻어 평생 시달리셨으며, 1967, 경북 안동에 정착하여 마을의 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로 사시며, 평생을 독신으로 글을 쓰셨다. 그의 삶 자체가 강아지 풀과도 같은 희생의 삶이었던 것이다.

 

장미란 선수의 내려놓은 바벨은 이제 그녀가 설립한 재단이라는 봄비를 맞아, 토지 속으로 스며드는 거름이 될 것이다. 이 거름을 통해, 그녀는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심한 중학교 3학년 여중생이 전 세계에 우뚝 선 헤라클래스를 제조하는 아름다운 토양이 될 것임을 기대한다.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민들레가 말하면서 강아지똥을 봤어요.

“…… .”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      권정생 <강아지똥>  

 

* 이미지 출처 Yes24

IP *.196.21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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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5 11:21:28 *.108.69.107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된 동화,  나도 엄청 좋아하지요.

 

재엽씨의 정기컬럼을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변경연의 '싸이'라고 할만한 재기발랄함에 연륜이 더해지니 이제 파죽지세로 치고 나갈 일만 남았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3.01.15 12:11:09 *.216.38.13

한 선생님! 환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변경연의 '싸이'.. 푸하하하!  빨리 '강남스타일' 같은 명곡이 나와야 할텐데요....

 

그 곡이 그냥 나오지 않은 것을 압니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까지 숱한 고민과 고통, 그리고 아픔이 있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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