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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7일 11시 28분 등록

한 온라인 취업포털에서 직장인 1,348명을 대상으로 직장 선택의 기준을 물어봤다. 그 결과 ‘연봉’이란 응답이 28.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무내용(17.7%), 고용안정성(15.8%), 복리후생(11.4%), 기업의 발전가능성(10.2%)의 순이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 시 ‘연봉’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현장에서 만나는 후보자들 중에는 ‘연봉이 얼마 이상 되지 않으면 이동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사를 밝히는 사람도 있고 연봉을 올리겠다고 짧은 기간 동안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철새족으로 낙인 찍힌 사람도 있다. 또한 자신의 높은 연봉에 스스로 감동(?)하여 우쭐해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사회 다수가 ‘고액 연봉 = 성공’의 등식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으니 직장인의 대부분이 연봉맹신주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고액 연봉의 그림자다. 당신이 만약 연봉을 이유로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이라면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신중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첫째, 괜히 연봉을 많이 주지 않는다. 높은 연봉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내막을 알아봐라.

 

중견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이대리는 최근 신생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녀는 이직 시 30%가 넘는 연봉 인상뿐 아니라 팀장 자리까지 약속 받았다. 속사정이 궁금했던 그녀는 지인을 통해 회사 사정을 알아보았다. 그랬더니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그녀를 스카우트한 회사는 직원이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입사하게 되면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이 없는 업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사장의 평판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 아래에서 1년을 버틴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녀가 이직을 한다면 그럴듯한 연봉을 챙길 수 있겠지만 그녀의 성장 가능성과 고용 안정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액 연봉을 주겠다며 유혹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그 자리가 사람들이 기피하는 자리일 때다. 회사가 불안정하거나 직무에 문제가 있어 오겠다는 사람이 없을 때 회사는 고액 연봉을 걸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또는 ‘연봉 많이 주네’ 하면서 온갖 잡일을 다 시키는 경우도 있다. 고액 연봉을 약속 받고 입사한 장이사 또한 연봉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사장은 ‘내가 너한테 그 월급을 주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일을 줄이면 월급도 깎아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니 허울좋은 연봉에 속지 말고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회사의 상황을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둘째,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높은 연봉을 받으면 희생해야 할 것이 반드시 있다. 그것에 각오가 되어 있는지 자신을 점검해 보라.

 

업계 최고의 연봉을 자랑하는 A기업에 다니는 영업부 이팀장은 요즘 참 괴롭다. 이 회사에 입사할 때 만해도 천하를 다 얻은 것 같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의 고민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연봉은 스트레스와 업무량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죠? 그거 딱 맞는 말입니다. 이 회사는 정말 일이 많아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 일일이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영업 목표를 매우 높게 잡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밤낮없이 뛰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수 밖에 없어요. 그렇게 일하다 보니 자기계발은 정말 그림의 떡입니다. 이 회사 직원치고 일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어학공부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연봉이 높다 보니 외부 기회에 대해서 매우 소극적이에요. 경력 계발을 위한 좋은 기회가 있어도 연봉을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서히 업계에서 도태되는 겁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걸 몰라요. 높은 연봉이 독이 되고 있는데도 말이죠.

 

괴테의 파우스트』에는 자신의 영혼을 팔아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거래하는 학자 파우스트가 등장한다. 이를 가리켜 사람들은 ‘파우스트적 거래’라고 부른다. 높은 연봉을 받는 자리라면 연봉을 대가로 자신의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직장인의 로망인 ‘연봉 1억’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중독자들이다. 이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라는 말은 사치일 뿐이다. 더구나 그 돈을 벌기 위해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는 가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앞에 등장한 이팀장처럼 돈을 대가로 자기 성장을 포기해야 하고 급기야 업계에서 도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직장은 과감히 나와야 하는 곳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직장인의 파우스트적 거래 중 가히 최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상당한 재산을 축적한 모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강아지, 여자, 돈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요? 좋다고 쫓아다니면 놀라서 도망간다는 겁니다. 이 세가지는 예뻐해 주고 쓰다듬어 주면 꼬리를 흔들면서 졸졸 따라와요. 그러니 너무 돈을 쫓지 마세요. 돈이 당신을 따라오게 해야 합니다.” 연봉도 마찬가지다. 연봉은 성공적인 커리어의 결과이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경력 가치를 높이고 주변의 인정을 받다 보면 연봉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연봉만 좇다 보면 나중에는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학의 구루 찰스 핸디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 보자. 그의 ‘돈과 일에 대한 철학’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점은 이거야. 돈을 버느라고 많은 시간을 투입하게 되면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할 시간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거야.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내 경우엔 글쓰기이고 아내의 경우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지. 우린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 우리가 충분한 돈의 액수를 낮추면 낮출수록 다른 일을 할 자유는 그만큼 더 많아지는 거야. 돈을 너무 강조하면 돈은 너를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일에 꽁꽁 묶어둘 수 있어.

 

*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픈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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