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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9일 23시 07분 등록

벌써 몇 명째인지 모르겠다. 올해 초 희망퇴직한 전직장 동료들로부터 연락이 쇄도한다. 어디 그뿐인가? 일면식도 없는 희망퇴직 구직자들도 연락을 해온다. 오픈 포지션을 꼼꼼히 살펴서 자신의 경력과 연결점이 하나라도 있다 생각되면,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마구마구 지원을 해온다. (우리팀 전원에게 이력서를 날리는(?) 구직자도 있었다.) 나는 되도록이면 지원한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력서 잘 받았고 적합한 자리가 있을 때 꼭 연락을 주겠다고 그들을 안심시킨다. 구직자의 불안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포기했다. 그렇게 하다간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여 ‘희망퇴직자 재취업 5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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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계명 전직장의 브랜드에 기대지 마라

업계 최고의 회사에서 희망퇴직한 김부장이 전화를 해왔다. 자신은 좋은 회사에서 유망한 경력을 쌓아왔으니 이제 최소 임원 이상으로 가야겠다는 것이다. ‘택도 없는 소리 하고 있네’라는 말이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올라왔으나 초인적인(?) 힘으로 참았다. 후보자들 중에는 김부장처럼 자신의 브랜드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의 저자 신현만은 다수의 직장인들이 직장을 떠나는 순간, 자신의 브랜드 가치가 폭락한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브랜드 가치는 대부분 조직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자기 브랜드의 절반 이상이 회사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김부장은 현직이 아닌 전직, 그것도 희망퇴직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임원으로 가고 싶었다면 전직장에 있을 때 지원했어야 했다. 전직장의 브랜드에 기대지 마라. 직위와 연봉 면에서 현실적인 눈높이를 가지고 구직활동에 임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계명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려라

윤본부장은 항상 최고의 실적을 올려왔고 조직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왔다. 본사에서 주는 상도 여러 번 받았고 업무 평가에서도 언제나 최상급 점수를 받았다. 그렇게 잘 나가던 그가 희망퇴직을? 믿기 어려웠다. 얼마 전 그가 정성껏 쓴 이력서를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한 달 정도 휴식기간을 가졌고 이제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미 업계에 있는 지인들도 여럿 만났고 헤드헌팅회사 2~3곳에 이력서도 넣어 두었다고 했다. 재취업을 원하는 희망퇴직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기회를 모색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보통 희망퇴직자들은 뭔가 문제(?)가 있어 떠밀려 나왔을 거라는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그런 경우에 재취업의 지름길은 지인의 소개다. 인사담당자들은 내부 직원이 추천한 인재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믿을만한 헤드헌터 몇몇과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도 좋다. 헤드헌터는 업계 동향을 잘 알고 있으며 다양한 회사의 포지션을 진행하므로 재취업 컨설팅이 가능하다. 희망퇴직자의 재취업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자신을 알리고 주변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3계명 경력전환에 욕심 부리지 마라

영업 4년 차인 신주임은 마케팅 부서로의 이동을 열망했다. 사실 내부 이동의 기회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직속 팀장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번번히 경력 전환이 불발되자 그는 희망퇴직을 결심했다. 이렇게 있느니 차라리 위로금을 받고 나와서 다른 회사 마케팅 부서로 취업하면 된다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생각보다 낮았다. 마케팅 경력이 전혀 없는 신주임은 번번히 탈락의 쓴맛을 보았다. 실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의 조바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제 신주임은 영업직에도 지원하고 있다. 입사 후에 능력을 인정 받은 후 조직 내에서 이동하는 전략을 세웠다. 희망퇴직자 중에는 경력전환의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구직자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이들의 소망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같은 직무로의 재취업도 쉽지 않은데 경력전환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경력 공백은 되도록 1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니 일단 경력 전환보다 경력 연결을 도모하라. 그것이 먼저다.

 

4계명 자신에게 투자하라

최근 희망퇴직의 새로운 경향이 있다. 바로 회사의 기대와는 달리 젊은 직원들이 대거 희망퇴직서를 제출하는 기현상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희망퇴직 후 받은 약간의 선물(?)을 가지고 유학을 떠나거나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증을 준비한다. 바로 자신에게 재투자하는 것이다. 주임이나 대리급의 희망퇴직자라면 조급한 마음에 재취업을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동안의 업무 경험을 살려 자신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도 좋다. 평생의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갈 길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만약 첫 직장을 성급하게 선택하여 일하는 재미를 못 느꼈다면 자신이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고 이에 맞는 곳으로 재취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얼마 전 만난 노대리에게 언제 쓰일지도 모르는 어학 공부대신 진지한 진로고민을 다시 해보라고 조언한 이유다. 젊은 구직자는 고령 구직자에 비해 재취업의 문이 다소 넓다. 그러니 모처럼 받은 금전적, 시간적 여유를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재투자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5계명 홀로서기를 준비하라

40대 희망퇴직자들이 연락을 해오면 가슴이 답답하다. 자꾸만 젊어지는 우리 사회 기업에서 이들이 새롭게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희망퇴직한 40대 중반의 김팀장. 그는 연봉을 대폭 낮춰서라도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조직이라는 자신을 따뜻한 온실 속에서 살던 화초로 비유하며 자신은 들꽃이 되기에는 너무나 연약한 존재라고 했다. 40대의 희망퇴직자라면 조직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음을 인지해야 한다. 요즘은 아무리 스펙이 좋고 좋은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어도 40대 중반이면 조직 진입이 쉽지 않고 50대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추세다. 그러니 고령 희망퇴직자는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취업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또다시 조직을 나와 들꽃이 되었을 때 버틸 수 있는 필살기를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재취업하길 권한다. 보상이 크지 않더라도 홀로서기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이라면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경기 악화로 구직시장에 희망퇴직자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한다면 그리 낙담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이제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자유계약선수다. 시장의 논리에 따라 냉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자유의지로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었다. 그러니 구하고 찾아라. 항구를 떠나 출항하는 배처럼 뱃고동 소리를 드높여라.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러니 기운 내라.

 

이미지 출처 http://news.donga.com/List/Series_70010000000638/3/70010000000638/20090219/8698040/1

 

*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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