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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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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1일 10시 38분 등록

  
  얼굴 본지 오래이니 점심이나 하자는 사촌의 전갈이 왔습니다. 인사동 부산식당에서 사촌이 좋아하는 칼칼한 생태찌개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내일로 다가온 수능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야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때는 악몽과 같았던 그 일을 동시에 떠올렸습니다.
 사촌과 오래 한집에 살았던 제게도 어제 일처럼 또렷한 기억입니다.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사촌이 학력고사를 봐야하던 바로 당일, 사촌이 새벽밥을 먹다 방안을 뒹굴며 통증을 호소해 고사장이 아닌 병원으로 직행해야 했습니다. 병명은 급성맹장, 학력고사를 못 본 것은 물론 입원을 해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어른들의 실망은 말할 것도 없고 늘 허튼 농담을 하던 사촌도 오랫동안 풀이 죽어있었습니다.


“근데 그 일이 있고 대충 학교 다니던 네가 좀 열심히 공부한 거 같은데 아닌가?”
“맞아, 사실 나는 그전에는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거니와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 그 맹장수술이 내 진로를 결정해 준 거 같아”
“아 그래?”
“전신마취에서 깨어나 누워 있는데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거 같더라고, 6인실이었는데 하루 종일 사람들이 학력고사 이야기를 하는데, 완전히 소외된 느낌? 뭐 그런 게 느껴지면서 그때야 비로소 내가 학생이었고 오늘 시험을 꼭 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퇴원하고 나서야 19년 인생에서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나 할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 내가 그날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러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네. 그거 알아? 내가 시험을 볼 수 있는 너를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알지. 그래서 때로 공부는 나대신 네가 해야 하는데 싶어 내가 너 책도 사다 주고 그랬잖아.”
“그래. 네게 고마운 적 더러 있더라고. 나중,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우리 가족 다 알고 있었지, 우리 중 누가 공부를 계속해야하는지. 이제서 말이지만 네가 늦게라도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안 그랬으면 내가 널 편하게 볼 수 없었을 거야. 지독한 책벌레라 지금도 그 길을 가고 있는 거고.”
“그런 경험들이 책을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거 같아. 책을 읽고 있으면 부모님이 안 계시던 그 어마무시하던 세상도 어쩐지 안전하게 느껴졌거든”


사촌은 1년 재수 후 전공을 자연계로 바꿨으며 장학생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지금까지 공직에 있습니다.
“이 생태 탕은 숙모가 맛있게 끓이셨는데.”
“그래. 엄마가 큰 냄비에 생태 한 마리 넣고 끓인 걸 7식구가 먹을 때 진짜 어찌나 맛이 있었는지. 이젠 뭘 먹어도 그 맛이 아니야.”


학력고사의 기억을 나누는 머리가 희끗해진, 어머니를 잃은, 더 이상 자녀로서의 행복을 누릴 수 없는 두 장년의 목소리가 그리움으로 가라앉습니다. 누구라도 그러했듯이 스스로 뜨겁되 뜨거운 걸 모르던 그 시절.


수능을 치러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올더스 헉슬리의 말은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까요.
  ‘경험이란 우리에게 발생한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처하는 우리의 행동, 즉 태도를 의미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오직 스스로가 했을 때 느끼고 깨닫게 된다는 거지요. 그러니 아무 두려움 없이 최선을 다하시길, 그 후에는 또 나를 위한 다른 길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2015년,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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