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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6일 05시 39분 등록

증자지체(曾子之)

 
  얼마 전 유엔의 인턴으로 일하던 청년이 중도에 인턴을 사직하고 고향인 뉴질랜드로 돌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스위스 매체 제네바 트리뷴에 따르면  데이비드 하이드(22)는 유엔의 인턴에 합격했으나 제네바의 높은 물가를 감당할 수 없어 공원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했습니다. 이 같은 사정이 공개되면서 유엔이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고 결국 부담을 느낀 데이비드 하이드는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 양복을 차려입은 하이드가 유엔 신분증을 목에 건 채 텐트 앞에서 찍은 사진은 SNS상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하이드는 인턴 면접 당시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며 “부모가 경제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 말고는 제네바의 높은 물가를 감당 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며 “무급인 것을 알고도 스스로 내린 결정이지만 이런 시스템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일을 계기로 현재 인턴직들이 유급을 요청하는 편지를 유엔에 보냈지만 언제 사정이 나아질지는 기약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후 이일은 ‘열정난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회자화 됐습니다.
기업에서 인턴경험이 없는 구직자들보다 인턴 경험이 많은 구직자를 채용우선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에 청년들이 열정페이를 담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청년실업의 원인이 저성장, 백세시대로 인한 정년 연장 등에 있지만 청년들의 이른바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취준생들의 준비 기간이 늘어난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열정페이를 기업에서 악용하지 말고  열정에 제대로 페이를 지급하는 기업풍토가 조성돼야  청년들의 창의성이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간혹, 그 열정페이를 받고도 인턴 기간을 늘리거나 약속한 시한이 지나고도 계약직으로의 전환이 이행되지 않는 사례도 종종 목격합니다.  훗날, 그렇게 악용당한 청년들이 기성세대가 되어 그들이 보고 배운대로 후배들의 열정페이를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맹자에 증자지체(曾子之) 라는 글이 있습니다.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고 하자 아이가 엄마를 따라 가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그러자 증자의 아내는 아이에게 집에서 놀고 있으면 시장에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 맛있는 것을 해 주겠노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믿고 아이는 얌전히 증자 곁에서 놀았습니다.
이윽고 증자의 아내가 장에서 돌아 와보니, 증자가 돼지를 잡고 있었고 아이는 그 곁에서 신이 나 있었습니다. 깜짝놀라 ‘내가 돼지를 잡겠다고 한 것은 애를 달래려고 그런 것인데 정말 돼지를 잡았느냐' 라고  묻자 증자가 대답하기를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가 하는대로 배운다. 그러니 아이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다. 어머니가 아이를 속이면 그 아이는 다시는 어머니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고 훗날 자신의 아이를 속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겠느냐라고 말합니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래저래 부끄러운 요즘, 세상의 변화는 신의를 지키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다시  상기해야겠습니다.  다음주에는 어느덧 구월이라고 쓰게 되겠군요. 무더운 여름을 지나온 그대, 구월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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