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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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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4일 08시 57분 등록

이 글은 3기 연구원 김도윤(인센토)님의 글입니다.

 

탐험을 멈춰서는 되네.

탐험의 끝에서 우리는

출발했던 곳에 도달할 테지

그리고 처음으로 곳을 알게 테지- T. S. 엘리엇

 
 

고향을 다녀왔습니다. 어린 시절, 곳에 머물 때는 미처 몰랐던, 아릿하고 향긋한 속살로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었습니다. 동안 조금 지쳤나 봅니다. 바쁜 일상에선 무심코 지나쳤는데, 잠깐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니 마치 나간 고양이 마냥 여기저기 헤어진 구석이 눈에 띕니다.

 

해가 서서히 기울어가는 오후, 아내와 함께 바다가 보이는 산을 올랐습니다. 멀리 흐릿한 산등성이 너머 9월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남해 바다가 붉게 빛나고 있습니다. 환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영혼 속에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소록소록 되살아나네요.

 

동네 좁은 운하를 없이 파고들며 뒤척이던 새파란 물살, 평화롭게 반짝이던 오전의 은빛 바다, 햇살이 노곤한 어느 봄날의 유채꽃밭, 가끔 창문을 덜컹거리며 울리던 요란한 뱃고동 소리… 모든 것들이 안에서 피가 되어 흐르고 있는 영혼의 풍경임을 이제야 조금 같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여행을 시작합니다. 끊임없이 없는 무언가를 찾아 떠나고, 갖지 못한 것들로 가슴 아파하고, 뼈아픈 실수를 되새기며 밤새 뒤척입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꿈과 냉엄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깨달으며 어른이 되어갑니다. 그러다 어느새 그나마 넘어진, 익숙한 길로만 다니고 있는 좁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인 윈델 베리는 말합니다. " 종류의 뮤즈가 있다. 하나는 영감을 속삭이는 뮤즈이고 다른 하나는 잊을만하면 나타나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야'라고 일깨우는 현실적 뮤즈다. 이는 형태의 뮤즈이기도 하다. 형태라는 것은 우리를 가로막는 방해 요인이 되고 의도한 길을 가지 못하도록 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우리는 진정한 작업을 시작한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를 비로소 진정한 여행이 열리는 것이다. 좌절하지 않았다면 몰두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냇물은 장애물에 부딪쳐야 노래한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가지 깊은 의문을 품고, 갖가지 장애물 부딪히면서 자신의 껍질을 벗어나가는 것인가 봅니다. 그렇게 다른 이들과는 차별되는 자신만의 고유하고 오롯한 영혼을 찾아나가는 길고도 짧은 여정입니다. 

 

언제가 길의 끝에 다다르면 제가 여기에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겠죠. 그때까지는 다시 열심히 '장애물' 부딪히며 노래해야겠습니다. 이렇게 길이 막혔을 , 다시 돌아와 자신의 시작을 되돌아볼 있는 곳… 그것이 고향의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산 너머 따스한 오후 햇살이 가슴 가득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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