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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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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6일 16시 01분 등록

* 이 글은 5기 연구원 좌경숙 님의 글입니다. 

 

 

2009년 연구원 과정을 처음 시작 했을 때, 약속한 50꼭지의 칼럼을 다 썼습니다.

졸업여행을 다녀오고 한숨을 돌리고 조금 놀아볼까 생각하자마자 부지깽이 샘이 부지깽이로 한판 크게 뒤집어 놓으시더군요. 연구원 과정은 끝났으니 이제 그만 죽고 다시 작가 수업을 시작하라고요.

그래서 “죽음 만세!” 를 외치고 응애 응애 울며 <응애 칼럼>을 시작했습니다. 첫 울음이 2010년 4월 6일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1년 5개월이 지났고 오늘 <응애 80>을 씁니다. 마지막 응애 칼럼입니다. 그동안 너무 많이 운 것 같아요. 무심하게 울기도 했지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오빠가 놀리면 으앙~하고 울다가 나중에는 왜 우는지도 모르고 마냥 해가 질 때까지 울던 생각이 나는군요. 흐응` 흐응` 하며 말이지요. 이젠 그만 아이 울음은 그쳐야 할 것 같습니다. 

 

북리뷰도 어느새 78까지 나갔습니다. 북리뷰 50 이후엔 자유로이 읽은 책들입니다. 죽음에 관한 고전들과 철학, 윤리학 책들을 주로 읽었습니다. 중간에 호랑이 프로젝트를 위해 경영과 마케팅 책을 읽었지만 마치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어색하더군요. 시간도 많이 걸렸고 성과는 미미합니다만 어느 날엔가 욕심을 버리면 맑은 눈으로 이 분야에서도 지혜로운 결실을 이룰 수 있길 바랍니다. 게시판에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의 책읽기도 우리가 해온 북리뷰 방식으로 정리를 해두니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그동안 공부를 해온 모든 노력들은 이제 일단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출판사를 연결하는 것과 책이 되어 나오는 과정엔 글 자신의 운명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작가는 다만 달이 찼으니 더 간직할 수가 없어서 아이를 세상에 내어놓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숙아이든, 완숙아이든 밖으로 나가겠다고 아이가 신호를 보내고 있을 때엔 그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의 뜻을 따라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몇 권씩 세상으로 나오는 책들은 대부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작가의 말을 달고 세상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때로는 시간에 밀려 세상에 나오고 그 후 자기자리를 찾아가는 책들도 있습니다.

길게 풀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창작의 어려움을 이젠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먼저 책을 낸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이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고 싶을 만큼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습니다.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합니다. 더구나 해마다 아이를 쑥쑥 낳듯 새 책을 세상에 내어놓는 사람들을 보면 그 책을 결코 읽어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 자기무덤을 자기 손으로 파는 이 어리석은 감정의 혼란.....이런 말을 하고있는 사람을 너무 미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느 날 신춘문예를 통해 세상에 나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이 힘들어 번역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한 뛰어난 번역가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는 창작은 애인과 같고 번역은 아내와 같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애인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들어 아내에게 되돌아왔고 이젠 그녀에게 최선의 노력을 다 바쳐 더 이상 미련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비유를 통해 창작의 어려움을 말해주더군요. 그는 200권의 책을 번역했고 그의 번역 문장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나는 그 사람의 책은 의심없이 눈에 띄면 곧바로 구해 읽습니다. 번역문장 뿐만 아니라 역자 후기 또한 빼어납니다. 나중에 그의 프로필과 그의 설명을 들으니 그의 작업이 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 선명해지더군요. 

 

바로 그 사람이 창작은 “장미 밭에서 춤추기”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지금 나의 입장을 너무나 잘 정리해주고 있어서 감탄을 하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키고 찔리고 아플 수도 있는 그 모든 상황에서도 춤추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열정을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은 운명이라는 말을 즐겨 씁니다. 그러나 운명을 따라 장미 밭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무심코 스텝을 밟다가 춤을 추게되고 춤을 추다보니 장미밭으로 올라가 멈추지 못하고 계속 춤을 추게되는 경우도 있겠지요. 어쨌든 장미밭에서 춤추기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곳까지 나를 몰아왔습니다. 매우 촌스럽고 무척 어쩡쩡하게 시작하게 될터이지만 시작이 반입니다. 무심히 보고 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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