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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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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6일 00시 54분 등록

여기 두 종류의 술자리가 있다.

첫 번째는 회식자리이다.
임원이나 팀장 되시는 분이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고 직원들은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또는 듣는 척 하느라) 집중하고 있다.
잘 안들려도 웃어야 할 타이밍이면 따라 웃고, 별로 공감이 안 가거나 이해가 안가도 고개를 끄덕인다.
별로 재미 없는 얘기지만 적당한 리액션을 해줘야 하고, 술잔 돌리면 받아 마시고 잘 닦아 돌려줘야 하고, 얘기할 때 눈 맞춰줘야 한다.
회식은 점점 한사람만 떠들게 되고, 아까 나온 얘기가 또 한바퀴 돌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은 진작에 퇴근했다.

 

다음은 직원들끼리 먹는 술자리이다.
여기선 이야기를 특별히 주도하는 사람이 없다. 혼자만 얘기하려 하면 바로 외면 당한다.
한사람이 얘기하면 주변에서 살을 붙이거나 추임새를 넣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화제거리로 넘어간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끝난다. 얘기할 주제가 떨어지거나 분위기가 산만해지면 알아서 흩어진다.

우리는 이 두 종류의 술자리에 번갈아 가며 종종 참석한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인은 회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둘 사이의 차이가 뭘까? 나는 모임에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동등한가에 따른 차이라고 본다.
위계가 있으면 동등할 수 없다. 위계 중에서도 가장 강한 것은 군대이고 그 다음이 직장이다.
직장에서의 위계는 직원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으니 사장이 아닌 이상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위계가 너무 확고하면, 그래서 직원들의 자율성을 허락하지 못하면 회사는 희망이 없어진다.
직원들은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하게 되고 머리가 아닌 손발의 역할만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대다수의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이지만, 이러면 스스로 커지기 어렵다.
한 두 사람의 주도에 따른 일시적 성장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조직 전체가 알아서 크지는 못하는 것이다.
다수의 직원에 의한 자발적 생존이 아닌, 소수의 관리자가 고삐를 잡고 수많은 말을 끌고 다니는 모양새다.


 

좋은 리더란?

 

이것이 좋은 리더가 필요한 가장 단편적인 이유다.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것이 변화든, 창조적 환경이든, 소통의 장이든 무엇이 됐던간에 좋은 리더는 가능성을 열어 주고 허락해 준다.

 

좋은 리더란 어떤 것을 갖춰야 할까?
짐 콜린스는  그의 여러 저서에서 '단계5의 리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여기서 그는 '겸손하면서도 의지가 굳고, 변변찮아 보이면서도 두려움이 없는 이중성을 갖춘 리더'가 가장 높은 수준의 리더라고 말한다. 즉, 겸손하여 있는 듯 없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강력한 의지로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다.

 

이러한 리더를 일상에서도 찾아 볼 수 있을까? 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언제든 의지가 되는 사람
부서에 없으면 안되지만, 있을 때 별로 티나지 않는 사람.
어려움이 있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누가 말하지 않아도 꾸준히 성과를 내는 사람.
스타플레이어처럼 행세하지 않지만 일에 있어서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


회사 안에는 수많은 리더가 있다. 사장도 있고 임원도 있고 팀장도 있고 중간관리자도 있다.
그들 중에 좋은  사람들은 많지만, 존경할 만한 인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여태도 그랬고 아마 앞으로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면 좋은 리더는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왜 우리 주변의 조직에는 이런 리더를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짐 콜린스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가장 큰 아이러니는 사람들을 종종 권력의 자리로 돌진케 하는 적개심이나 개인적 야망이 단계5의 리더십에서 요구하는 겸손함과 상충된다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에다 또, 이사회는 '조직을 키우려면 전설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리더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잘못된 믿음 아래 움직이는 경우가 잦다는 사실을 결합시켜 보면, 왜 단계 5의 리더들이 조직의 우두머리로 등장하는 경우가 드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리더를 원하는 사람 중에 겸손함을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렵고, 회사는 늘 스타플레이어를 원한다는 얘기다.
단계5 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은 일단 기본적으로 권력욕이 없다. 즉, 최고의 권좌에 잘 도전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장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을 사장으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계5의 리더는 갖고 싶다면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천부적인 자질을 갖춘 사람을 기다려야 하고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사람들은 아주 드물기에 찾기도 어렵지만 만들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사람은 결국 내부에서 키워낼 수 밖에 없다. 알아보기에도 오래 걸리고, 키우기에도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그 방법이 아니면 찾기도, 키우기도 불가능하다.

 

지금의 기업문화에서 과연 이러한 것이 가능한 조직이 얼마나 될까? 현재의 조급함을 버리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전문경영인은 기껏해야 2~3년의 짧은 임기 정도만 보장되어 있고, 그러니 당연히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하고 추진력 있는 스타 플레이어가 필요한 것이 대다수의 현실이다. 
마늘과 쑥을 다 먹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호랑이처럼 조급함에 쫓길 것이고, 결국 화려함에 또 속고 말 것이다.

 

하지만 비관적이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10년전의 CEO들보다 오늘날의 CEO들이 조금 더 단계 5의 리더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들은 더욱 겸손하고 포용력 있고 스마트하고 수평적이게 되었다.
어떤 변화든 시간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변화는 더욱 그러하다. 시간이 흘러 사람과 세대가 바뀌면 어느새 세상도 바뀌어 있다.
그러니 진화된 리더가 나오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릴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기다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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