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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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 오르텅스 블루
뭐,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꼭 그렇기도 했다. 그래서 그날, 그랬다.
“언제 영화 같이 볼래요?”
거절당해도 그만이었다. 적어도 두드려보기는 해야 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가을 냄새를 맡은 호르몬이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나이를 괜히 더한 게 아니라는 것도 증명되었다. 뻔뻔하고 대책 없는 아주 그냥 ‘아줌마’였다. 새삼스레 나이도, 아줌마인 것도, 고맙고 감사했다. 외롭다며 엄한 짓 하지 않고 욕망에 충실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좋죠.”
두드리니 열렸다. 아니 이렇게 쉬운 거였나. 그렇다면 그동안 나는 왜 숙맥으로 살아왔단 말인가. 허망함이 하늘을 찔렀다. 동시에 내 욕망은 날개를 달고 그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싱글남과 영화를 본 기억을 더듬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 외로웠던 게다. 이놈의 몹쓸 병. 어쨌든 덕분에 약속했다. 우린 ‘관상’을 보기로 했고 추석 지나고 만나기로 했다.
올 추석은 특별해 주셨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젖은 손을 닦지도 않고 마를 새 없이 부엌살이를 했다. 그릇을 닦다가도 나물을 볶다가도 과일을 씻다가도 후두둑 날개가 돋아서 하늘을 수시로 날아다녔다. 제대로 맛이 간 정신과는 반대로 똑똑한 몸은 안 하던 일에 반응했다. 전을 부치고 전을 부치고 전을 부쳤더니 허리와 무릎이 나갔다 들어왔다 삐걱거렸다.
추석 전날부터 시작되어 추석 다음 날까지 이어진 시댁, 큰집, 친정을 도는 뺑뺑이를 마치고 귀가하니 체력과 더불어 인내심도 바닥이 되었다. 멍청한 정신은 몸을 따라다니질 못하는 모양이다. 그나마 명절연휴 뒤 이어지는 주말 휴일이 희망이었다. 대충 저녁이나 챙겨 먹고 쉬어야지 했는데, 이때 등장하는 남편님. 내 사랑의 유효기간은 3일이라 알려주신다.
건드리면 터질 준비를 마쳤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리바리 싸들고 온 음식들 정리하면서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이것저것을 버리라는 잔소리가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먹을 것이 줄을 섰는데 엽기 떡볶이를 시켰단다. 그것도 내 카드로. 순간,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쳤다. 화가 나면 입을 다물어버리는 괜찮은 버릇 덕분에 조용히 저녁을 먹고 있는데 영화나 볼까 한다.
입을 다물어버린 나를 대신해 큰애가 답을 주었다. ‘관상’을 보란다. 그랬더니 얼씨구 어디서 보냔다. 극장에서 보지 어디 점집에 가게? 웃지도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이 ‘관상’이 어떤 ‘관상’인데. 아니 이걸 이렇게 날리나. 너무 슬퍼서 술펐다. 그리하여 다음 날 아침, 남편과 둘이서 관상을 봤다. 당근 조조로. 그리고 이정재를 본 것으로 퉁치고 날개를 접었다.
올 추석은 정말이지 특별했다.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 아주 그냥 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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