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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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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30일 00시 20분 등록

* 본 칼럼은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오병곤 님의 글입니다.

 

노래 제목 : 잊혀지는 것

가수 : 동물원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뜻 모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속삭이던 우리 황금빛 물결 속에 부드러운 미풍을 타고서 손에 잡힐 것만 같던 내일을 향해 항핼 했었지 눈부신 햇살아래 이름 모를 풀잎들처럼 서로의 투명하던 눈길 속에 만족하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 없이 깨어져 서로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멀어져 갔지

 

사랑이라 말하며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기고 길 잃은 아이처럼 울먹이며 돌아선 우리 차가운 눈길 속에 홀로 서는 것을 배우며 마지막 안녕이란 말도 없이 떠나갔었지 숨가쁜 생활 속에 태엽이 감긴 장난감처럼 무감한 발걸음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 없이 깨어져 이제는 소식마저 알 수 없는 타인이 됐지

 

[노래 듣기]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ifqG1yACACY

 

 

군대 간지 정확히 일년이 지난 후 나는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휴가를 나서는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벼웠으나 복귀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휴가 첫 날, 친구들과 응암동 감자탕 집에서 만났다. 팔팔 끓는 흰 양동이의 하얀 감자가 소리 없이 으깨질 때 나는 불안이 몰려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여~~~~”

 

한참 침묵이 속절없이 흘렀고 이윽고 나지막한, 그러나 강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그만 만나자.”

 

청천벽력 같은 목소리에 제 갈 길을 잃어버린 내 마음을 술잔으로 한잔한잔 채울 수 밖에 없었다.

 

“야, 남자가 그런 배짱도 없나? 찾아가서 만나~”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향해 친구들은 선동을 마치 위로인냥 해댔다. 취기가 어느덧 오르자그래, 결심했어. 가자.”라고 외마디를 외친 후 택시를 탔다. S병원 앞에 도착하자 친구들은 술이 아직 취하지 않은 나의 상태를 진단한 후 인근 슈퍼에 가서 두꺼비 2병과 새우깡을 하나 사왔다. 친구들은 각자 한잔씩 나는 나머지를 다 마셨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많이 마신 까닭에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 건물을 찾기가 힘들었다. 한 시간을 돌아다니다 전화를 했으나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포기를 하고 병원을 나서려는 순간 반갑게도 기억이 되찾아왔다.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비 아저씨에게 정중히 다가가서 사정을 말하고 잠깐만 보고 오겠다고 했으나 경비원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답답하고 억울했다. 나는 이 사회를 지키고 있건만 이 사회는 나를 배신하고 있었다. 건물을 나서는 순간 뒤에서 나를 흉보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 군인들 군기가 빠져가지고…”

 

순간 머리 속 혈압이 급상승했다. 나는 현관 유리문을 주먹으로 깨뜨렸다. 5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차 2대가 신속하게 출동했고 나와 친구들은 경찰서로 끌려갔다. 다행히 내 입장을 이해하는 경찰을 만나 유리 값 20만원을 내고 풀려났다. 매스컴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5.19 S병원 난동사건으로 내 인생에서 길이 기억될 만한 사건이었다.

 

남은 휴가를 제대로 보낼 리 만무했다. 나는 그 때 왜 군인들이 탈영을 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후, 복귀 당일 날 레코드 가게에서 눈에 띄는 테이프를 하나 샀다. 동물원 1집이었다. 1집에는거리에서’, ‘변해가네등 주옥 같은 노래가 실려 있었지만 나는잊혀지는 것이라는 노래가 가슴으로 다가왔다.

 

‘차가운 눈길 속에 홀로 서는 것을 배우며 마지막 안녕이란 말도 없이 떠나갔었지 숨가쁜 생활 속에 태엽이 감긴 장난감처럼 무감한 발걸음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 없이 깨어져 이제는 소식마저 알 수 없는 타인이 됐지

 

점호의 나팔소리와 함께

그녀가 살며시 아픔 위로 온다.

교교한 달빛 아래 마른 나무 가지와 함께 떨리는 나의 외로움은

어느새 참아야 할 그리움이 되었네.

 

수백 번을 들으며, 홀로 서는 것을 배우며, 차츰 상처는 아물어갔고 그 즈음에 제대를 하게 되었다. 나는 곧 바로 취직을 했고 바쁜 생활 속에 기억은 희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우연한 계기로 인해 그녀와 연락이 닿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별로 할 말은 없었다. 그녀도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잠깐의 통화였지만 그녀와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내 젊은 날의 아름다운 시간이었음을

 

어쩌면 과거란 그냥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니라 훗날 회상에 의해 새롭게 진실을 드러내는 미완성의 시간인지 모른다. 살아가면서 겪게 될 수많은 절망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건 그것에 담긴 아름답고 소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리라. 회상이란 인간이 혼자 힘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허무로부터 인간을 구출하기 위해서 찾아온천상의 구원이라는 조르주 풀레의 말에 나는 경의를 표한다.

 

- 글쓴이 : 오병곤, kksobg@naver.com,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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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08:21:29 *.30.254.21

아..노래 좋다...

가사 좋고..

분위기 좋고..

목소리 좋고...

 

깨진 유리창과 난동 사건..

아련한..청춘의 노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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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11:02:58 *.141.176.145

ㅎㅎ 그대가 좋아할 것이라 짐작했는데 역시...뮤지션은 달라.

회상을 통해 그리움과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아직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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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05:12:29 *.230.145.215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네에요..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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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14:56:11 *.141.176.145

경빈아, 잘 지내지?

오늘 오전에 일이 있어서 너네 회사에 갔었는데 도저히 시간 짬이 나지 않아 연락을 못했다.

담에 차 한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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