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연구원의

변화경영연구소의

  • 옹박
  • 조회 수 378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2년 2월 1일 14시 09분 등록

* 이 글은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최영훈님의 글입니다.

 

지난 금요일 오후에 가을 체육 행사로 북한산에 갔다. 오전에 비로 씻긴 다음에 보이는 맑은 하늘과 단풍, 그리고 멀리 서해까지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은 가을 산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금 무리를 하게 했다. 하산 후 회식이 있었고, 막걸리와 소주를 많이 마시게 되었다. 회식을 마치고 급히 서울 역에 도착하니 10시가 가까웠고, 가까스로 정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한 11시쯤이면 집에 도착하겠구나. 안도의 숨을 쉬면서 숨을 고르자마자, 잠에 곯아떨어졌다. 잠을 자면서 긴 꿈을 꾸었다. 다시 산으로 가서 단풍놀이와 파란 하늘을 보면서 이산 저산 열심히 등산을 하였다. 내가 잠을 너무 오래 잔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여기가 어디인가 하고 깨어보니 낯 선 곳이었다. 옆에 사람도 없어서 물어볼 수도 없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11시 45분이었다. 앗. 대략난감..자느라 대전 역을 그냥 지나쳤던 것이었다. 잠시 후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곧 동대구 역에 도착 한다고 하였다.

술 냄새를 푹푹 풍기며 일그러진 인상을 하고 개찰구로 나갔다. 요금을 정산하고 나서 시간을 보니 12시였다. 아 이거 어떡하지. 친구도 없고, 일단 대전으로 가는 기차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았다. 다행히 12시 28분에 서울로 가는 무궁화호가 있었고 대전에는 2시 30경에 도착예정이었다. 기차표를 구입하고 허기진 배를 달래야 했다. 회식 마지막에 이르러서 소주병을 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던 생각이 끊어진 필름처럼 간간히 났고, 깔깔대며 웃는 모습과 마지막 헤어지면서 수고했다 라는 말을 듣는 장면도 떠올랐다. 그렇게 술을 먹었으면 승무원에게 미리 부탁을 했어야지. 니가 무슨 이태백이냐?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거. 일단 집에 전화부터 해놓았다. 어이가 없다는 아내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먹을 것을 찾아 동대구역을 돌아다니는 하이에나가 되었다.

승객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간 텅 빈 대합실은 을씨년스러웠다. 대합실 구석진 곳에는 서서히 노숙하시는 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마지막 무궁화호를 타고 가는 아낙들의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군인과 아가씨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오른팔에 있는 부대마크가 친숙하다. 15년 전 군대생활을 대구 경산에서 하여서 저렇게 군복을 입고 동대구역에 있었던 기억이 났다. KTX가 다니면서 조금 중축을 하였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90년 3월 논산 훈련소를 훈련을 받고, 김해 공병학교에서 후반기 교육 6주를 마치고 새벽에 도착한 곳이 바로 동대구역 이었고, 첫 휴가를 나와 왁자하게 술을 먹다가 쓰러져 잠이 든 것도 바로 동대구역 이었다. 동대구 역과 내가 그렇게 친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음식점은 다 문을 닫았고, 동대구역 대합실 끝 쪽에 편의점이 하나 있었다. 컵라면을 하나 사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올려놓고 생각을 다시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혔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나니 조금 정신이 들었다. 국물을 마시면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익숙한 노래가 들려왔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000665676-200710011545145622.jpg
인순이 - 거위의 꿈



뜨거운 라면국물에 코를 흘리면서 코가 아닌 찝찔한 맛이 느껴졌다.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눈앞이 어른거렸다. 김이 자욱한 안경 탓을 하면서 눈을 조금씩 훔쳤다. 인순이의 허스키하면서도 음악이 들리는 순간 내내 그동안 내가 걸어왔던 길이 생각이 났다. 서울에 파견을 자원한 것 하며, 선생님을 만나 꿈 벗 프로그램을 참여한 기억, 그리고 지금 연구원 생활을 하는 것. 내가 가는 길과는 엉뚱한 길에 왔지만 나는 늘 꿈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것도 하나의 안배가 아닐는지.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출발을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하여 가다가 지금처럼 엉뚱한 길로 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나의 궤도로 돌아올 수 있는 힘과 꿈의 힘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이다.

대전에 도착하니 3시가 가까워졌다.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느새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눈을 비비면서 나를 반겨주는 아내의 모습, 곤하게 자고 있는 원영과 수현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네 시간동안 긴 꿈을 꾼 것 같았다. 아니 지금도 꿈을 꾸고 있으니 꿈속에서 꿈을 꾼 건가?

 

                                                                                         최영훈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cyh3579@naver.com)

IP *.247.149.24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