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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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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0일 07시 20분 등록

이 글은 변화경영연구소 5기 연구원 류춘희님의 글입니다(2009.07.06)

 

 

마음이 우울하다. 아이들 말에 의하며 웃는 얼굴 보다 꽉 대문 입술로 화난 표정이 많단다. 일주일 내내 꽉 대문 입술로 설렁설렁거렸나 보다. 장마철이라서 그런가? 편찮으신 어른들 때문인가?

아니다. 모두 아니다. 그냥 그렇다. 그냥 그렇다.


세상에 그냥이라는 말처럼 편한 것이 없는 듯하다. 아이들이 그냥이요.” “몰라요.”라고 대답하면 제일 듣기 싫어하는 소리라면 이유를 생각해서 말하라고 주의를 주건만 내가 그냥을 써보니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세상에 이유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하듯이 이유 없는 그냥은 없는데도 말이다.

 

책이 얇아졌다. 깊이도 얕아졌다. 연구원 생활에 투자할 시간이 줄어들었음은 물론이다. 선생님께서 말씀 하시던 그 때가 이때인가 보다. 한 문장의 심오한 깊이에 허우적대고 7,8백 페이지에 달하던 책들 읽던 시간에 비하면 한결 널널하다. 이 널널함과 함께 찾아오는 것이 마음의 우울함이다.

우울함이라기 보다 조금 짬 나는 시간을 활용할 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뭔가 생산적인 일을 시작해야 되지 않냐는 무언의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강점 찾기에서 나온 다섯 가지 강점테마에서 초점이 일등 테마더니 그것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되나 보다. 올해는 연구원 수업에 매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 이것만 성에 차지 않나 보다.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무엇인가를 하라고, 내가 나아갈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나 잡으라고 명한다.

 

나는 사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어째서 가사일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센스 있는 요리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손길이 느껴지는 집안 가꾸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의 공부를 똑 소리 나게 지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이 곧 나의 할 일이며 나의 즐거움으로, 목표로 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음을 본다.

 

더 큰, 더 더 큰 목표가 필요하다. 남은 인생을 걸 수 있는 아주 큰 목표.

 

나의 이 새로운 목표 찾기는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생활에 지쳤을 때 인간답게 살고 싶다, 40대는 달리 살고 싶다고 퇴직을 생각하면서부터였다. 새로운 일을,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려니 당연히 선행되어야 할 것이 나 자신 들여다 보기였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가장 나다운 것은 무엇인지 찾기 위해 고민했다.

 

그러한 과정이 기뻤다.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고 나는 어떤 점을 잘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것에 희열을 느끼는지 알아 가는 게 흥미 진진했다. 그러면서 또 슬프고 두려웠다. 그 슬픔은 나는 어찌하여 10대에 고민하는 진로를 지금까지도 고민하고 있는가. 나는 왜 이때까지 나 자신도 모른 채 살아왔는가 하는 것이다.

 

그 두려움은 나 자신에 대해 깨어있다는 자체였다. 내가 무엇을 하든 이유를 알았고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고 내가 기쁜지, 싫은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옥에 오래 있던 죄수에게 석방의 자유는 두려움이다. 내 마음이 그랬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아무 생각 없이 다람쥐 채 바퀴 돌듯이 생각할 시간 없이 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남들처럼. 누구나 그렇게 사니까.

 

나는 그 마음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아주 침묵하면서. 새로운 유혹이다. 그것은 내 자신을 정면으로 대하기 거북해 하는 알 수 없는 벽이었다. 아직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익숙지 못하여 애써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실은 아직도 그렇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에 꼭 거치게 되는 과정인 것 같다. 나 같이 프로답지 못한 사람은 더욱 더.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 많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항상 내가 남들 보다 못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비교하고 괴로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남들 하는 것을 다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처럼 나의 약점을 헤집고 크게 부각 시키며 살아왔었다. 많은 사람들이 넌 뭘 못해. 그건 아닌 것 같아. 넌 그게 좀 약하더라라는 말이나 표정으로 바라보기를 좋아했지 잘하는 점을 대한 칭찬하기에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남들보다 잘해도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해내는 것인가 보다 하며 살았다. 진심으로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자랑할 수도 없다. 더러 인정해주는 칭찬을 받아도 손서리를 치면서 부정하기 일쑤였다.

 

나의 강점에 당당해 지는 것. 이게 더 급선무이다.

 

아직 나에 대한 탐구는 끝나지 않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이 무엇인지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인정되고 몸에 익어 자연스럽게 발현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인정 못하고 내 것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의 나의 모습이다.

 

이 연구원 과정은 그러하기에 무척 중요하다. 나는 열심히 살아온 인생의 중반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아주 잘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나 자신을 닦달한다. 이러한 마음도 더 깊이 고민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자. 뼈를 깎는 성찰과 고뇌 없이 이루어지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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