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 조회 수 173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우리가 지속해야 할 것 |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된다는 제가 떠나온 그 도시와 다르게 이곳은 서늘합니다.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십 여 년 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소설을 써 왔고 어느덧 60중반이 넘은 그는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 그가 최근에 펴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그가 소설가 일 수 있었고 현재도 계속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을 위한 달리기와 매일 일정시간, 글을 쓰는 일을 계속하는 지속력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여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바르셀로나의 한인 분과 루마니아에서 온 분, 또 영국에서 온 분, 그리고 이곳 현지인의 하루를 지켜 볼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저는 이분들과 각각 나눈 이야기 중 무엇을 지속하며 살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의 공통점이 있었다는 것을 그분들과 헤어진 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여행을 계속하고자 하는 동기도 결국은 이 의구심에 명쾌한 대답을 원해서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력은 한순간에 우리에게 구체성을 띄지 않습니다. 오직 지속의 실행력, 시간이 태산이 되어 천둥 같은 울림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지니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떠나와 보면 잘 알게 됩니다. 기실 우리가 지속해야할 것이 그리 복잡하지 않으며 아주 간명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런데 그 간명한 것을 믿지 못해 종종, 때로는 평생을 가야할 길을 잃고 헤메다 생을 마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 여름, 모쪼록 그동안 지속해 온 것을 폄하하지 말고 그 가치를 인정, 자부심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지속한 '동안'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함께한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가 건강한 하루를 맞을 수 있기를, 숙소 옆의 성당에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습니다. 이 도시의 말간 아침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는 스스로 무엇을 지속해야 하는 지를 잘 아는 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의 여정과 닮은 듯 ‘길위의 생’이라는 말을 내내 떠 올리며 걷고 또 걷습니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36 | 갈림길에서 길찾기 | 경빈 | 2012.02.14 | 3188 |
635 | 드디어 방송을 타다 - 송창용 | 옹박 | 2012.02.15 | 3719 |
634 | 어느 사부(射夫)의 일기 | 최코치 | 2012.02.16 | 3392 |
633 | 나의 보물창고, '동대문 종합시장' (by 심신애) | 희산 | 2012.02.17 | 8249 |
632 | 마켓팅의 시작 (by 김인건) | 은주 | 2012.02.17 | 3408 |
631 | 이리 오너라 벗고 놀자 | 승완 | 2012.02.20 | 6137 |
630 | 권태 | 경빈 | 2012.02.21 | 3274 |
629 | You raise me up - 김민선 [1] [13] | 옹박 | 2012.02.22 | 3877 |
628 | 기회는 기회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 [3] | 최코치 | 2012.02.22 | 3990 |
627 | 나에게는 성환이라는 친구가 있다 (by 정철) [2] | 희산 | 2012.02.24 | 4100 |
626 | 무기력 학습 하나: 호스피탈리즘 | 은주 | 2012.02.25 | 4454 |
625 | [뮤직 라이프] 나에게 쓰는 편지 | 승완 | 2012.02.27 | 3981 |
624 | 하늘은 네 머리 위에만 있는 게 아니야 [1] | 경빈 | 2012.02.28 | 3754 |
623 | 과거로의 외출 - 이은남 | 옹박 | 2012.02.29 | 3693 |
622 | 파우스트와의 거래 – 어느 화가의 이야기 | 최코치 | 2012.03.01 | 3764 |
621 | [소셜빅뱅] 3. 소유에서 공유로, 소셜 쉐어링 [13] | 승완 | 2012.03.05 | 5130 |
620 | 일상에 스민 문학 - 책 읽어주는 여자 (by 정재엽) [2] | 경빈 | 2012.03.06 | 4813 |
619 | 오늘을 살기 - 박승오 | 옹박 | 2012.03.07 | 4201 |
618 | 강을 지나 바다에 닿은 그들 | 최코치 | 2012.03.08 | 3339 |
617 | 신발끈을 다시 매고 (by 정세희) | 희산 | 2012.03.09 | 40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