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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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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5일 23시 23분 등록
이 컬럼은 6기 연구원 김인건님이 쓴 글입니다.
 
말이 마차를 끈다. 돈은 성장 다음에 온다. 장사를 하면 성장할 수밖에 없다. 손님은 피곤하지만, 나를 성장시켜주는 고마운 존재다.포스가(결제 시스템) 동작이 안될때가 있다. 인터넷이 끊겼거나, 카드회사 서버에 이상이 있을 때다. 카드를 두번 긁었다. 인증이 나지 않는다. 다른 단말기로 바꾸자, 마침내 인증이 났다. 

손님 입장에서는 세번이나 카드를 긁는 모습이 의심스러운거다. 체크카드였는데, 폰뱅킹으로 계좌조회를 한다. 세번 결제가 된 것으로 나왔다. 손님은 당황스러워했고, 분노했다. 나같아도 그러했으리라. 경험상 카드 전표가 출력되지 않으면, 인증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손님의 계좌 ARS로는 세번 인출되었다고 나오니, 나로서는 할말이 없다. 

손님이 눈을 부라리시며, 당장 두 번 인증된 것을 책임지라고 했다. 일요일이라 전화걸 곳도 마땅치 않고, 인터넷으로 조회하자니 시간이 걸린다. 손님은 기다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기세에 눌려 두번 긁은만큼 현금으로 내주었다. 주인이 고압적으로 나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미디어가 발달했기 때문에, 손님이 분노하면 겉잡을 수 없다. 귀찮아서 유야무야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분을 풀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손님의 입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우선은 손님을 믿고, '확인하셔서 다행이다'고 했다. 마땅히 할말이 없기도 했다. 

손님이 가신 뒤, 인터넷으로 조회하다. 거래내역이 떴다. 예상대로 2번 긁은 분은 인증되지 않았다. 다행히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손님도 의심스러웠던지, 가게를 나와서 다시 확인하셨나보다. 몇분의 시간차를 두고, 인증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다시 오셔서, 내주었던 돈을 돌려주셨다. 돈 돌려받은 것은 다행이나, 마음은 찹찹하다. 사기꾼 취급하는 눈빛과 꺽어버리려는 기세. 그 손님은 다시 올까? 내 마음도 상하고, 손님은 손님대로 놓쳤다. 

외식업의 특징은, 손님과 직접 대면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이라면, 자기들만의 시스템이 있고, 약관이 있다. 손님은 부당하더라도 거대한 조직과 맞붙고 싶어하지 않는다. 피곤하기 때문이다.  담당자와 바로 연결되기도 어렵고, 이야기를 반복하다보면 힘이 빠진다. 여기저기 뺑뺑이 돌다보면, 애초에 문제는 더이상 문제가 안된다. 조직이 클수록,  문제의 해결책을 젓가락으로 찝듯이 골라내기가 어렵다. 

개인 자영업자는 손님과 1대1로 상대해야 한다. '사장 나와'라고 하면, 바로 나가야한다.  숨을 곳은 없다. 조직이 작을수록, 손님은 명확하게 초점을 맞추고,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 사장 입장에서는 손님만큼 우겨서, 손님을 이길 수 있겠으나, 그 손님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고, 가게 이미지는 나빠진다. 자영업자는 손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렇다고 하루 이틀 장사할 것도 아닌데, 지고 있을 수만도 없다. 잠 자는 시간만 뺀다면, 모든 일상을 가게에서 보낸다. 장사는 일이지만, 취미이고, 놀이이며, 휴식인 셈이다. 이런 일에 병들어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겨서도 안되고, 지면 지는대로 나는 망가진다. 진퇴양난이다. 

서비스업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은 첫인상이 푸근하다. 눈빛과 말투로 손님을 어루만져준다. 언제가 실수로, 찜닭에 면사리를 빼먹은 적이 있다. 전에 먹을 때는 면사리가 있었는데, 오늘은 없다고 손님은 컴플레인했다. 주방장이 퇴근하는 바람에 인수인계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음식이 나왔다. 개업 초기라, 나 또한 잠도 못자고 신경이 곤두서있엇다. 실수한 것은 잘못한 일이지만,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도 혈기 왕성한데다 술까지 마셔서, 분위기가 험악했다. 어머니가 오시더니, '미안하다'며 나를 뒤로 뺀다. 상황이 부드럽게 정리되었다. 훗날, 나도 같은 방법으로 손님의 컴플레인을 처리하고자 했다. 인심 좋은 아줌마 같은 표정으로 넘기자, 어딜 은근슬쩍 넘어갈려고 하냐며 화를 냈다.  

이런 내공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돈은 성장을  따른다.장사하는 이유다. 당신 같아도 성깔 고약한 집에 가겠는가? 장사에는 여러가지 성장 요소가 있다. 그중 하나가 손님이다. 운동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  피나는 훈련을 한다.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혹할 것이다. 고통은 성장과 대칭관계다. 고통 없이는 성장도 없다. 

논어에는 나이에 따른 각각의 명칭이 있다. 불혹, 지천명, 이순 등이다. 소위 각각의 나이에 해당하는 값이 있다. 세월이 간다고, 나이값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와 성장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나이 들어서도 나이값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나이값이란, 자신을 제어하고, 제 때에 멈추는 것, 상대에게 교묘하게 상처주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힘. 세상을 바로보며, 타인에게 관대하고, 갑작스런 일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난감한 일일수록, 깔끔하게 처리하는 능력이다. 제대로 나이가 든다면, 넉넉하게 베풀어서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주변에 늘어난다.   

이 힘은 운동선수가 근육을 키우듯이, 매일 단련해야 생긴다. 근육을 키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집중해서 의도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성장은 없다. 손님은 까다롭다. 까다로운 손님을 잘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한다면 대단한 일이다. 사업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하고, 손님과 매일 접하는 외식업은 사람을 맘껏 볼 수 있는 사업이다. 장사에는 성장도구가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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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5 23:26:23 *.42.252.67

오방주는 이은주입니다.  뭔 일인지 로그인을 다시했더니 제가 처음 이 아이디로하려다 실명으로 바꿨는데

 

갑자기 이게 뜨네요. 오방주는 오리오, 방울이 은주의 약자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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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6 06:23:27 *.46.245.45

안그래도 오방주라는 이름 보고 누구지? 했네. ^^

얼마나 개가 좋으면 이오방이라 안하고 오방주라 했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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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6 09:41:19 *.111.206.9

'쓰면 남는다' 


제가 이런 글을 썼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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