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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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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8일 00시 03분 등록

* 본 칼럼은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김미영 님의 글입니다.

 

주말 외출을 앞두고 마음이 급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하지만 뭘 어떻게 돌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알아도 소용없을 때란 바로 지금. 실천은 늘 어렵기만 할 뿐이다. 그나저나 나는 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섰을까? 일주일에 하루쯤 나를 돌아보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말이 좋아서 일주일에 하루지, 일주일 내내 미친년 널뛰듯 살아도 시간이 모자라다. 몇 주 해보니 알겠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책임감! 지금껏 나를 키운 건, 9(8할은 넘 약하다)이 책임감, 바로 이놈이다.

 

장녀 콤플렉스가 그 시작이겠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안 해도 뭐랄 사람 없는 일들, 수두룩 빡빡해댔다. 그런 현실은 내게 늘 도망을 꿈꾸게 했다. 도망친다는 것은 내 자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바로 여기라는 걸 인정하는 거였다. 그 장녀의 자리가 바뀔 리 없으니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는 도망치기 보다는 다른 삶을 꿈꾼다는 것, 그래서 나를 위해 시간을 쓴다는 것 정도이다. 그러니 이제는 내 덕을 좀 보고 싶다. 중요한 때마다 내 삶을 바꾼 건, 바로 책임감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가끔 내게 묻는다. 원하는 목적지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도망치고 싶은 건지를.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저 답과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좋은 에너지가 그리워서 나를 기꺼이 응원해 줄 사람들을 가까이한다. 그들과 함께라면 후회는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후회는 사람을 머뭇거리게 만들고 자신 없게 만든다. 내게 콤플렉스로 작용한 맏딸이란 자리는 나를 아주 작은 아이로 머물게 했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찬란한 책임감에 쌓여 후회를 견디며 도망을 꿈꾸고 살았었다.

 

현실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늘 도망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맏딸에서 벗어나려던 거였을까. 도망치듯 결혼을 하고 나서도, 맏딸이 아닌 엄마로 살면서도, 버릇처럼 일탈을 꿈꾸고 있는 내 오랜 병이다. 기껏해야 되돌아올 뿐인 걸 뻔히 알면서도 차마 버리지 못하는 나쁜 버릇이다. 지난 시간의 나를 돌아보며 오늘도 나이를 더한다. 끊임없이, 정처 없이, 뒤돌아볼 수밖에 없는, 나로 산 적이 없어서 나로 살지 못하고 있는, 나는 오늘도 젊은 적 없이 늙어간다. 그런 일상을 왜 기록하고자 했던가.

 

나는 아직작가도 아닌데 사람들은 가끔 내게 와서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내가 편하다는 깔끔한 이유를 대고서. 하긴 나는 머리가 나쁜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덕분에 말을 옮기거나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내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꽉 차 있어서 잘 듣고 잊어주니 그게 편하긴 한 모양이다. 그래도 당황스럽긴 매번 마찬가지다. 심한 경우도 있다. 생전 첨보는 택시 기사 아저씨가 고해성사를 할 때는 무섭기만 하다. 그래서 언젠가 이후론 늦은 밤 이용할 때는 귀머거리인 척 하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도를 아냐는 질문도 많이 받아봤고 시간도 많이 알려줬고 길도 그랬다. 사석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처음 보는데도 어디서 본 것 같단다. 내 속은 그렇지 않은데 겉은 편해 보이는 모양이다. , 나쁘지 않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이고 싶어졌다. 독서도 재능이라면, 내 재능인 독서의 빽을 믿고 나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내가 그토록 일탈을 꿈꾸는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두고도 싶었다. 아무리 늦어도 절박한 때가 적절한 때라면, 그게 바로 지금이어야 했다.

 

나는 평범함의 가치를 알고 싶다.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인 그것을, 살기 위해 신음하는 나의 일상을, 나의 일탈을, 나의 이야기를, 없어도 그만인 그것을 나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나누고 싶다. 글로의 나눔을 통해서 소통하고 싶다. 내가 건진 좋은 에너지를 나누며 기꺼이 서로를 응원하고 싶다. 나만의 독특함으로. 이 일이 운명인지 선택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도망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꿈꾸는 이 일도 맘이 좀 급하다. 대신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 이건 실천할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아마추어같이!

 

- 글쓴이 : 김미영 mimmy386@hanmail.net,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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