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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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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8일 00시 07분 등록

 

to. 담임선생님께

안녕히세요 선생님 바지쭐여도 너그럽게 혼내지않고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맨날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컴퓨터게임을 하다보면 12시가 되있고 잠들려하면 12시30분쯤에 자서 늦게 자서 아침에는 맨날 계속자고 싶습니다. 집도 가까운데 정말 죄송합니다...앞으로는 지각 안하도록 노력도 하고 공부도 가출했을 때 한 약속이니까 지금보다 더 수업시간을 잘듣고 말도 잘 듣겠습니다. 지금은 말썽만 부리지만 이제부터 노력하겠습니다. 기출도 이제 안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들을 께요. 이제 선생님도 바뀌어서 우리반 애들이 원래는 안맞았는데 이제부터 많이 맞겠네요. 교복바지도 늘려서 와야 될 것 같네요...저도 공부 열심히 할테니까 (지금보다) 선생님도 거기 가서 공부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셔서 오세요. 2학년이나 3학년 때 또 같은 반 되면 좋겠네요. 선생님 가시면 애들이 많이 슬퍼하겠네요...선생님과 재밌는 추억 많이 만든 것 같네요. 한문반에서도 많이 놀러가고. 그럼 잘 지내세요.

from. 2010년 12월 18일 토요일 이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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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멋쟁이 동민

안녕? 동민아~ 담임샘이야~

우리 생일파티에 피자파티한 마지막날 집에 와서 네 편지를 펼쳐보는 데 깜짝 놀라고 완전 감동이었어. 사실 네가 샘한테 편지를 써줄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거든, 특히 그렇게 길게 말이야.^^

사실 교칙에 교복바지를 줄이면 안 된다고 나와 있어서 샘도 어쩔 수 없이 너희들이 교칙을 위반하는 상황이 되면 주의를 줄 수밖에 없지. 그런데 너희들은 무릎아래로 바지통을 줄여 입어야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동민이 너 말고도 현우, 석진이, 종현이 등 몇몇 아이들이 더 줄여 입었지. 너무 바지를 줄여 입고 싶은 나머지 교복바지를 하나 더 구입해서 하나는 학생부에서 검사 있는 날에 그대로 입고 검사 없는 날은 쫄바지처럼 줄인 걸 입고 다니더라. 오죽 좋으면 그럴까 싶어서 몇 번 바지통을 넓혀오라고 이야기하다가 그냥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입어보라고 두어보았어. 1년이 지나도록 줄인 바지통은 여전하고 너희들은 뽀대난다며 그대로 입고 다니더라. 뭐 어떻게 입고 다녀도 좋긴 하지만 사실 샘은 통을 줄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입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럽고 더 멋있어 보이긴 하더라. 2학년이 되어서 교복 입을 때 샘 취향도 좀 고려해주면 좋겠다.

이동민하면 완전 지각대장으로 우리반 대표적인 Wi-Fi (무제한 방과후 청소집단으로 20분이상 지각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심하게 걸리면 반 아이들이 판단해서 등록시킴)중에 하나지. 일주일에 3-4번은 기본이었지 아마. 특히 2학기 들어서 더욱 심해지더라. 우리반 지각지존 임동기보다 더 늦는 날이 더 많아지고 말야. 샘은 네가 또 집 나갈까봐 학교에 나오는 게 고마워서 사실 더 크게 못 혼냈어. 그런데 지각의 원인이 게임이었구나. 샘은 1학기처럼 저녁 늦게까지 친구들하고 노는 줄 알았지 뭐야. 컴퓨터게임 때문에 매일 지각을 했다면 문제가 있구나. 곧 방학인데 그런 모드로 계속 된다면 2학년 때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 테니 말이야. 동민아 솔직히 이야기하면 너의 지금 성적으로 그냥 2학년을 올라가면 수업시간에 적응하기 힘들 꺼야. 동민이가 공부에 흥미가 없어하니까 샘은 네가 학교생활이 재미없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된단다. 얼마 전에 한자외우기 시험에 수월하게 통과하는 것을 보니까 동민이가 공부에 뜻을 두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한다면 수업시간이 더 즐거워지고 저녁시간도 컴퓨터게임을 하는 것으로만 보내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야. 이번 방학 때 학원에 다닐 계획이 없으면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학교를 신청해서 공부를 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샘이 동민이에게 제일 고마운 것은 그때 이후로 가출을 하지 않은 거야. 사실 조마조마했어. 동민이 네가 친한 친구들이 너도 알다시피 다른 학교나 우리 학교에서 종종 말썽을 피워서 자주 혼나거나 집을 가끔 나가기도 하는 아이들이잖아. 혹시 또 집 나갈 때 따라 갈까봐 많이 걱정했거든. 그래도 선생님이랑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니 정말 감격했어. 그때 했던 약속이 수업시간에 집중하기랑 집에 가서 1시간 공부하기, 그리고 다시는 가출하지 않기였지. 약속에 지각하지 않기도 넣어두는 거였는데 아쉽다ㅋㅋ 가출했을 때 샘이 왜 집을 나갔냐고 물었더니 ‘전날부터 머리가 아파서 수업시간에도 엎드려 있었는데 마침 가출한 친구가 같이 놀자고 연락이 와서 어차피 학교가도 수업을 안 듣고 엎드려 있을 께니까 함께 나갔다.’고 했잖아. 사실 샘이 그때 동민이 말 듣고 뒤로 넘어갈 뻔했어. 어쩜, 샘이라면 상상치도 못한 발상이거든. 그때 동민이 이야기를 듣고 ‘아직 동민이가 배울 것이 많구나, 샘이 동민이 보다 더 많이 살고 밥도 더 많이 먹으면서 알게 된 것이 있으니까 더 잘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가출 이후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동민이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동민이 편지를 읽으니 잠시 잊고 있었는데 여름에 한문답사반에서 같이 고궁이랑 황릉, 박물관 답사 갔던 일이 떠오른다. 샘이 그때 너희들이 그렇게 출석을 잘 해줄지 몰랐어. 8월 땡볕에 성남에서 서울까지 우리문화유적을 보겠다고 몇 명이나 올까했거든. 그런데 동민이가 가족여행으로 하루 빠진 것 빼고 항상 나와 주어서 정말 고맙고 대견하더라구. 샘도 학교에서가 아닌 야외에서 수업을 하니까 색다르고 재미있더라. 동민이에게 좀 더 재미있게 수업을 해주면 더 즐겁게 학교 다닐 수 있겠지? 샘이 노력할게. 동민이도 편지에 쓴 것처럼 공부 열심히 하도록 노력해줘.

얼마 전에 샘이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 “트럼펫 연주가가 연습을 며칠씩 빠뜨려서는 결코 훌륭한 연주가가 될 수 없다. 규칙적인 연습을 게을리 한 육상 선수는 곧 몸이 약해져 달리기에 더 이상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몰입-칙센트미하이>” 동민아 행복해지고 싶다고 헸지? 그런데 행복이란 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래.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몰입하는 그 순간, 즐거움을 경험하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하더라. 아직 동민이는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했었지? 이번 방학 때 동민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보고 그 속에서 물입의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래. 그럼 동민이가 행복한 순간을 어서 빨리 느껴보길 바라며. 새 학기에 건강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길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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