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연구원의

변화경영연구소의

  • 희산
  • 조회 수 335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2년 7월 12일 14시 52분 등록

* 이 글은 변화경영연구소 5기 연구원 박정현 님의 글입니다.

 

<샤먼이 되고 싶은 소녀… >

 

옛날 옛날 먼 옛날, 단군 성군의 2대 후손이 나라를 다스리던 동이족 마을에 어느 소녀 하나가 살고 있었습니다. 소녀의 꿈은 샤먼이 되어 종족들의 정신 세계를 확장하는 것 이었는데 그 당시 여자는 샤먼이 될 수 없었습니다. 소녀에게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이 정해주신 정혼자가 있었고 그는 다음 샤먼으로 지목되어 주술사가 되기 위한 주술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마을 샤먼 후계자로부터 하늘의 뜻을 헤아리는 주술 겨루기 도전을 받고 그 능력을 겨루던 중 소녀의 정혼자는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럴 경우 소녀는 승자의 여자가 되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만 그녀는 족장의 도움을 받아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자신의 천복을 따라 살고 싶었던거죠

 

네 정녕 꼭 떠나겠느냐?”

. 저는 그런 전통에는 따를 수가 없습니다. 여자이지만 저는 샤먼이 되고 싶습니다. 저의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여자는 진정 샤면이 될 수 없는 것입니까?”

꼭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여자가 샤먼이 되기 위해서는 남자들보다 훨씬 더 큰 고난을 이겨야 하는데, 여지껏 그 고난을 이겨낸 여자들이 없었느니라. 잘못하면 너 역시 목숨을 잃을 뿐이다.”

괜찮습니다. 지아비가 죽을 때마다 다른 지아비를 섬겨야 하는 것이 여자의 삶이라면, 여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천복을 쫓다 죽겠습니다. 부디 그 길을 알려 주십시오.”

정녕 네 결심이 그러하다면 방법은 단 하나이다. 백두대간의 태극신선님, 그 분만이 어떻게

네가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 길을 일러주실 것이다..

태극 신선님이라고요..?”

그렇다. 그 분은 동이족 모든 샤먼의 일을 관장하시는 분으로 여자라도 그 분의 제자가 되면 샤먼이 될 수 있다. 그 분은 인간 모두에게 삶을 변화시키는 길을 안내해주시는 분이지. 그 분께 가기 위해서는 세 번의 큰 시험이 있을 테니 위기에 닥치면 열어보거라족장은 말을 마치고 빨강, 파랑 그리고 노랑색의 작은 주머니 세 개를 주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소녀는 남장을 하고 홀로 길을 떠났습니다. 깊은 산 속을 한참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호랑이 떼 한 무리가 소녀의 앞을 가로막고 섰습니다. 호랑이들은 소녀주위를 멤돌며 위협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네가 남장을 하고 있어도 우린 네가 여자인 거 다 안다구.”

감히 여자인 주제에 태극 신선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길을 떠나다니 가소롭군.”

아무래도 넌 오늘 우리 밥이 되어야겠어.”

호랑이들이 포효하는 소리가 숲을 가득 메웠습니다.  소녀는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족장이 준 첫 번째 주머니를 열어보았습니다. 그 곳에는 내면의 소리를 들으라라고 씌여 있었습니다.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가운데 서서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소녀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자 정신을 집중하였습니다.

 

두려워하지 마. 네가 간절히 원했던 일이잖아. 너의 영혼은 우주와 공명을 이뤘으니까 하늘이 널 도와주실 거야. 두려워하지마.’ 내면의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소녀는 살며시 감은 눈을 다시 떴습니다. 그 순간 호랑이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산 속에는 다시 조용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다시 길을 떠난 소녀는 얼마나 오래 걸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또 다시 산 속의 밤은 찾아오고 혼자 길을 걷던 소녀는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저만치 앞에서 너무나도 수려하게 생긴 소년 하나가 눈부시게 환한 등불을 비치며 소녀 앞으로 다가섰습니다.

 

이름이 뭐야? 왜 혼자 이 밤에 길을 걷고 있지? 나는 저기 윗동네 사는 바람과 구름이야.”

나는 수희향. 백두 대간의 태극 신선님을 찾아가는 중이야.”

태극 신선님을 찾아간다는 걸 보니 샤먼이 되고 싶은 거구나. 왜 그런 고행을 자청하는거지? 그러지 말고 나랑 우리 동네에 가서 함께 살자. 거기에는 네가 샤먼이 되어서도 누릴 수 없는 모든 것들이 있어. 일생 아주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나만 믿어.”

 

정말 그러고 싶었습니다. 준수한 외모에 번쩍이는 비단 옷. 달빛 아래 환희 웃으며 처다 보는 소년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그에 비해 오랜 기간 홀로 산 길을 헤맨 자신의 모습은 얼마나 초라한지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그의 손을 잡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내민 손을 잡기 전에 족장이 준 두 번째 주머니를 한 번 열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의 내면을 보거라.” 두 번째 주머니 속에 씌여진 말이었습니다.

 

소녀는 상대를 말없이 쳐다보았습니다. 그의 외모가 아닌, 그가 입고 있는 화려한 옷과 눈부신 등불이 아닌 그의 눈을 쳐다보았습니다. 웃는 표정과는 달리 그 눈 속에는 세상을 향한 욕망만이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다시금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마음을 모으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늘이시여, 저를 도와주소서. 제가 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제 마음을 하늘의 뜻에 일치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이윽고 소녀는 가만히 눈을 떴습니다. 그 순간, 주변의 향긋한 기운이 스르륵 사라지는 것이 느껴지며 소년의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소녀는 다시 홀로 길을 떠났고 드디어 가파른 절벽 밑에 도달했습니다. 마침내 그 절벽만 올라가면 태극 신선님이 사시는 곳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벽은 까마득해 보였고 지칠대로 지친 소녀에게는 너무나도 높게 보였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독수리 한 마리가 날라와 소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태극 신선님을 찾아가는구나. 내 등에 타. 내가 데려다 줄게. 여기까지 네 힘으로 왔으니까 이젠 좀 편히 가야지. 저 절벽을 올라가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오르다 떨어지면 이번엔 정말 죽을 수도 있다고. , 어서 타. 내가 편히 데려가 줄게.”

 

절벽은 너무도 까마득해 보여서 정말 자칫하면 여기까지 와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온갖 고생을 하며 혼자 왔으니 이런 절벽은 독수리 등을 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독수리 등에 타기 전에 소녀는 마지막 주머니를 열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심을 유지할 것 마지막 주머니 속에 있던 말입니다.

 

그래. 맞어. 여기까지와서 독수리의 힘을 빌려서 태극 신선님을 찾아 뵐 수는 없어. 아무리 힘들어도, 설령 절벽을 타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처음 마음 그대로 내 길을 가야 해.’ 소녀가 마음을 집중하여 새롭게 결심을 하고 눈을 뜬 순간 이번에도 역시 독수리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소녀는 결국 절벽을 올라 태극 신선님께 나아갔고 신선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몇 년간 수련을 쌓은 소녀는 이윽고 어엿한 성인이 되어 백두대간을 하산하는 날이 왔습니다.

 

이젠 때가 되었다. 내려가 보거라.”

사부님,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거두어 주십시오.”

그 때는 네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란다. 샤먼도 자연의 일부, 자연의 순리대로 살 뿐이다.”

사부님…”

떠나기 전에 한 가지만 묻겠다. 그 동안 이 곳에서의 배움이 좋았느냐?”

. 좋았습니다.”

됐다. 그거 하나면 세상에 내려가도 충분하다. 이제 내려가거라. 마지막으로 네게 일러줄 말은 죽이는 것만이 승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실한 승리는 화합이니라. 내 말 명심하거라.”

 

이윽고 소녀는 자신의 마을로 돌아와 늘 꿈꾸던 샤먼이 되었고 하늘의 뜻을 잘 받들어 부족민들의 정신 세계를 확장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여, 소녀의 부족은 고대 부락 중에서 그 어떤 부락도 갖지 못하는 풍성한 문화를 꽃피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먼 옛날 자신의 정혼자를 죽인 이웃 부락의 샤먼이 또 다시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이번에 지는 사람은 부족 전체를 상대 부족에게 복속시킨다는 조건을 걸면서 전면전을 걸어 온 것이었습니다. 샤먼이 다른 부족의 샤먼에게 능력 겨루기를 원하면 언제라도 그 싸움을 받아주는 것이 샤먼들의 규칙인 만큼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정혼자를 죽인 상대인 만큼 소녀에게는 복수의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윽고 결전의 날. 호랑이 등을 타고 어깨에는 독수리를 얹고 위풍당당하게 마을로 들어서는 샤먼을 보고 소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역시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지만 그는 다름아닌 태극 신선을 찾아가던 길에 만났던 소년이었고 호랑이들과 독수리도 바로 그 때의 호랑이들과 독수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7일 낮, 7일 밤을 주술 겨루기를 하였지만 승부를 가를 수 없을 만큼 두 사람의 실력은 대등하였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목숨을 내건 단 하나의 주술 겨루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습니다. 새벽 별을 바라보며, 둘은 마지막 주술 대결을 벌이기 위해 하늘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하늘에서 홀연히 태극 신선이 구름을 타고 변화봉을 휘두르며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시었습니다.

 

미련한 것들아, 아직도 겨루기를 하고 있느냐. 내 너희들이 백두에서 내려갈 때 그리 일러서 보냈건만. 동이족끼리 경쟁을 하여 무엇을 얻으려 한단 말이더냐. 너희들이 이리도 어리석게 힘을 빼고 있는 동안 바다 건너에서, 만주벌판을 건너에서 더 큰 세력들이 몰려오면 어찌할 것이더냐. 미련한 것들.”

 

커다란 울림의 단 한 말씀만 남기시고 태극 신선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한 순간에 크게 깨달음을 얻은 소년과 소녀는 이후 힘을 합하여 서로의 부족을 통합하여 오래오래 부족을 잘 이끌었고, 그들의 풍성한 문화와 정신 세계는 벌판을 건너, 바다를 건너 이웃나라에까지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이윽고 소녀가 하늘의 부르심을 받고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소녀는 그 동안 자신의 정신 세계를 이어받아 동이족만의 다양하고 특이한 문화로 발전시킨 제자들을 불러 자신의 사후를 일렀습니다.

 

내가 죽거든 반드시 화장을 하거라.”

아니 스승님. 어찌 스승님을 불태우라 하십니까?”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니르바나의 참뜻은 탐,,치 삼독의 불을 끄는 것이라 하였다. 바다 건너 스토아 철학자들은 모든 영혼은 원초적인 불로 환원한다고 얘기하고, 얼마 전에 헤라클레스도 불로서 생을 마감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는 이제 스승님께서 오셨고 내 부모님께서 오셨던 그 근원으로 돌아간다. 우리 모두가 떠나왔던 그 별로 돌아가는 것이니 슬퍼하지도 말고 애통해하지도 말고 내 육신은 깨끗이 태우거라. 내 별로 돌아가서도 변함없이 너희를 지켜볼 것이니. 삶과 죽음에는 아무 경계가 없는 것이다.”

 

이 말을 마친 소녀의 영혼은 육신을 떠나 자신이 떠나 왔던 별로 돌아갔습니다.

 

 

 

IP *.45.129.18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6 의자, 아니 원칙을 사수하라_신종윤 옹박 2012.07.11 2725
555 보험 컨설턴트를 위한 변명 (by 박중환) [1] 최코치 2012.07.11 3678
» 샤먼이 되고 싶은 소녀 (by 박정현) 희산 2012.07.12 3351
553 내 존재에 대한 조감도를 가진 사람은 도대체 누구 (by ... 은주 2012.07.14 3524
552 직장을 내 인생 반전의 기회로 삼아라 (by 오병곤) 승완 2012.07.16 3102
551 감사(感謝)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도명수) 경빈 2012.07.16 4898
550 창조할 수 없는 예술가여, 다시 어린아이가 되라! (by 박... [1] 은주 2012.07.19 3002
549 노화가 멈춰버린 나 (by 양재우) 최코치 2012.07.20 2878
548 너도 해볼래? (by 이선이) 승완 2012.07.23 3143
547 평범한 사람이 위대해 지는 법 (한명석) 경빈 2012.07.23 2936
546 신화 속으로 들어가다_김도윤 옹박 2012.07.25 3212
545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2) (by 오현정) 최코치 2012.07.26 3338
544 선조의 붉은 편지 (by 박정현) 희산 2012.07.27 2918
543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 망설이지 않기 (by 이은주) 은주 2012.07.28 2969
542 주말부부 (by 김미영) 승완 2012.07.30 3633
541 나를 설득시켜야 남에게 다가갈 수 있다 경빈 2012.07.30 3067
540 베트남과 두바이의 아름다움에 대하여_최영훈 옹박 2012.08.01 3579
539 회사 인간 (by 오병곤) 승완 2012.08.06 2989
538 나의 연구원 1년 (박소정) 경빈 2012.08.07 3049
537 손 내미는 아티스트_한정화 옹박 2012.08.08 3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