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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26일 11시 41분 등록
회사를 다니고 있는 32살의 청년입니다. 여기에 글을 올리시는 많은 분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즉슨, 지금 회사생활에 만족을 못 하고 있지요.

저도 인생을 어떻게든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고요, 해보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저의 게으름입니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뭐든지 하나 진득하게 추진하지를 못 하거든요. 남보다 몸이 약한 편인 이유도 있구요.

별로 재미없는 회사 일에서도 그렇다 치더라도, 취미활동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니까요. 딩굴딩굴 데면서 만화책이나 영화, 게임 등을 즐기는 등 비생산적이고 신경이 많이 안 쓰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취미활동도 처음에는 의욕에 넘치다가도 하기가 힘들어지면 귀찮아지면서 하지 않게 됩니다. 대학 때부터 그런 식으로 손 댔다가 그만둔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랍니다. 간단한 예로 그 좋아하는 스타크래프트도 고수가 될 정도로 집중해서 열심히 하지를 못 합니다.

회사생활은 저의 장래가 걸려있는 문제이기에 더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일하고 더 공부해야 살아 남는 세상인데, 아무리 관심이 없는 일일지언정 일에 집중하는 게 너무나 고역이니 이래도 되나 싶어 갑갑합니다. 게다가 일일히 신경쓰기를 싫어하는 게으름 때문에 인간관계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인간관계도 관심과 부지런함이 필요하니까요.

그런데도 어떻게 운이 억세게 좋은 건지 머리가 좋은 건지 대학은 좋은 데 나왔구요. 회사에서도 특진을 해서 잘 나가는 편으로 통합니다. 제가 게으르기는 해도 환경적으로 뭔가를 할 수 밖에 없도록 완전히 묶여 버리게 되면 하기 싫은 일이라도 그럭저럭 평균 이상은 해 나갈만한 능력은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환경에 의하여 내몰려서 뭔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너무나 스트레스가 쌓이고 짜증이 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옆에서 채찍질을 해야만 뭔가를 할 수 있다니... 노예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제가 저의 장래를 위해 준비해왔던 것들과 지금하고 있는 일들은 안정되기는 하지만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저의 고민의 초점은 나를 푹 빠지게 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런 것을 찾기만 하면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생각이 약간 바뀌었습니다. 이미 저는 모색을 할 만큼 다 해 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직업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것을 얻는 데에 들일 노력과 희생을 저의 게으름이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의욕과 열정과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거지요. 어쩌면 회사일은 어리버리 처리하고, 집에서는 딩굴딩굴대는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평생 해 왔던 탐색 작업보다는 열정과 자신감 회복으로 저의 역량을 집중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의 만성적인 게으름과 무기력함은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병원을 드나들고 운동과 보약으로 심신을 맑게 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알아보니, 제가 상열 체질로 머리에 열이 많아서 피로감을 쉬 느끼고 정신집중이 잘 안 된다는 진단도 있고, 우울증도 있다는 진단도 있더군요. 뭐라도 하면 할 수 있다라는 의욕을 되찾고 싶지만, 타고난 천성인데 과연 잘 될까라는 걱정도 들긴 하는군요.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그 길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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