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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25일 02시 41분 등록
안녕하세요?
그동안 여기 올려진 글을 보구 메일만 받다가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고 선택을 늘 해왔지만 여전히 쉬워보이지는 않는군요.

저는 30대 초반이고 번역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직장도 몇번 옮기고 방황도 하다가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직장이 다양한 업종의 그런 것이 아니라 주로 학원과 번역회사쪽이었습니다. 어학원에서 학생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번역회사에서 문서번역을 했는데 기술번역이 많았고요. 계약서나 그 외의 분야도 있었습니다. 책이나 영화는 해보지 못했구요.

사실 제가 바라는건 외화 번역이고 -고등학교때부터 번역에 관심이 있었답니다- 원래 외화번역을 하고 싶었는데 어렸을적에 오래 외국에 체류하거나 유학을 한것도 아니고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제가 바라는대로 그런 일을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책번역도 인정받을만한 경력을 쌓지 못했는지 기회를 잡지 못했구요. 영상번역회사나 프로덕션같은데서 주로 경험과 경력을 많이 보는것 같았습니다.

번역을 하다가 학원쪽으로 갔는데 이유는 기술번역이 지루하고 적성에 그다지 맞지 않는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감수를 보는 것보다는 제가 직접 작성하는게 더 좋았는데, 많은 흥미를 못느껴서인지 나중에는 권태가 느껴졌습니다.
전공은 문과계열이었는데 이공계쪽을 하려니 기질에 안맞기도 했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나서 학원쪽으로 옮겨봤는데 아이들을 좋아하고 학생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편이었지만, 입시학원 쪽에서는 대입을 위주로 학생들을 때리면서까지 너무 혹사시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어학원쪽으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처음에도 무척 만족스러웠고 열심히 해보고자 열정도 있었지만, 얼마후 불경기에 학원이 감당을 못하더군요. 월급이 계속 체납되고 많은 강사들이 나가고 해서...그만두고 다시 번역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주로 이런저런 번역을 하다가, 11월이 되면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영상번역 공부를 해서 6개월뒤에 외화나 다큐 번역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에도 외국에 나가는걸 좋아해서 영국과 캐나다에서 연수하며 체류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살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나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번역을 할 때는 번역이 항상 있는것도 아니고 물량도 많지 않아 수입면에서는 불안정했었는데 11월즈음에 아카데미에 등록해서 내년 1월경에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공부가 바쁘다고 얘기들어서-아르바이트 정도의 일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데 6월까지 6개월동안 수입이 없다면..힘들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듭니다.

그보다 더 저를 불안하게 만드는건 아껴서 지낸다 해도 그 6개월뒤에 혹시 일이 없다면..불경기라 당장 일이 들어오지 않거나 1~2건만 들어오고 끊기게 된다면...그 후에 어찌해야 할까..하는 문제가 머리를 들며 저로 하여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기술번역 일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번역카페를 통해 알게된 사람이 제게 기술번역을 주선해왓습니다. 그 사람은 독어와 영어를 같이 하고 있었는데, 일이 많으니 감당하기 힘들어 신뢰할만한 사람에게 주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전 당분간의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버팀목 정도로 생각하고 아르바이트 차원에서 그 일을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하고 작업을 조금씩 하고 있었습니다. 외화번역이 아주 바빠지기 전이나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그러나 엊그제 다시 얘기해본바로는, 자기로서는 오랫동안 ..적어도 2~3년간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당분간만 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곤란해진다고 하더군요.

전 이 일이 작은 기회이자 도움을 주는 동아줄처럼 생각했었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제 입장만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쌍방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좋은 관계도 될 수가 없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될 수 있습니다.

이 기술번역의 기회를 포기해야만 할까요...아님 외화번역작가로서의 출발 시기를 더 늦추어야 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이 옳은 길일까요?
그런데 지금 저로서는, 다른 번역이 또 들어오게 될지도 확실치 않고, 제 나이때문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아카데미에 들어간다면 아침에 수업이 있고 공부할 게 많기 때문에 정규직은 물론 어렵습니다.

이 곳에 가끔 오면서 많은 글을 읽어보고 '아!'하는 탄성과 함께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답변에 감동을 받고 동의를 표하면서도 정작 제 문제가 되니까 어떤게 더 제게 좋은지 금방 판단을 내릴 수가 없게 되네요.

소장님의 좋은 의견과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좋은 가을 보내시고 앞으로도 유익한 책들 기대합니다.
IP *.117.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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