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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안님께서 2016427042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안녕하세요, 벌써 수개월전에 쓰신 글이네요.

제가 회원가입이 안되어 있어서, 글만 읽고 가려다 님의 사연에 마음이 아파 회원가입을 하고 몇줄 남깁니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사셨고, 얼마나 힘드셨으며, 또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하고 계신건지... 저에게도 그 마음의 고통이 깊이 느껴집니다.

님께서 힘들게 용기내어 적으신 이 글에서도 누구하나 위로하는 이가 없기에, 이곳에서 조차 고독감을 느끼셨을까봐 걱정이네요.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이제는 해도 바뀌었고, 계절도 바뀌었고... 님께서 쓰신 글의 마지막 글귀처럼, '건강하고 바른 처자'의 모습으로, 또다른 도전을 하고 계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님은 강한 분이십니다. 자존감도 높고 자존심도 쎄구요. 곧 님의 타고난 에너지를 되찾으실 거에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몇줄 더 적습니다.

저는 지금 캐나다에 있습니다. 여기와서 보니, 이혼하거나 파혼하고 오시는 30대분들이 꽤 계시네요. 과거사를 모르니 굳이 본인이 말하지않으면 모를 이아기인데도,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꺼내놓고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점은, '...그랬고, ...그래서 왔다.'이지 '헤어진 지금도 여전히 힘들다'는 아니라는 얘기에요. 그리고 저 역시도 그분들의 현재의 모습만 보게 되지, 과거사는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있구요. 아마 한국에서였다면, 좀 다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과거와의 연결고리에서 잠시 떨어져 계시는 건 어떨까 싶네요. 경제적 여유가 되시는 것 같으니, 혹시 퇴사하시게되면 몇달간 해외에서 살아보시는게 어떨까요. 아무도 없는 곳이 아니라, 아무도 님의 스토리를 모르는 곳, 그러나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공감 할 수 있는 한국사람들이 있는 곳. 그런 곳에서 거주하면서 하루 몇시간씩만 파트타임 해가며(돈이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내시면 힐링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 경험상 무작정 쉬는 건 얼마간이지, 일을 통해 몸을 좀 움직여야 삶의 에너지가 채워지더라구요. 장기 여행차, 휴가차 지내시면서  이곳에서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캐나다는 6개월까지 관광비자(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어요. 그렇게 몇달 지내다 보면 님 스스로 또다른 길을 찾아가시지 않을까요. 한국이든... 캐나다든...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가 지금 그런 과정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혼을 했었고, 아이가 있었기에 아이 아빠랑 재결합을 했고,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채로 7년을 지냈고, 지금 현재는 아이랑 단둘이 캐나다에 있습니다. 이십대 후반에 아이를 놓고이혼했었기에, 이혼 후 사회생활 시작할 때 저 스스로 핸디캡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아가씨인척, 미혼인척, 그렇게 지냈습니다. 벌써 십몇년 전 이야기네요. 그렇게 5년... 초등학교2학년이 되어도 책을 못읽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를 돌봐야겠다는 생각에 아이아빠랑 재결합을 했습니다. 그 뒤 한달도 안되어... 내가 또다시 실수했구나... 하며 아이가 성인이 될때까지만 버텨보자... 하면서 지낸 세월이 10년입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그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혼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개인사, 가정사 일도 많습니다. 어떤이는 저더러 그럽니다. 이런 말을 하는게 조심스럽지만.. 자기 같으면 못버티고 자살했을거라구... 상처되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제가 강하고, 잘 버티고 있고,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랍니다. 어떤이는 또 그럽니다. 하도 고통이 심해서, 이젠 왠만한 건 힘든줄도, 아픈줄도 모르는 것 같다구요. 다 맞습니다. 고통도 내성이 생기더라구요. 저는 지금도 두개의 얼굴로 삽니다. 늘 밝고, 사회적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인정받는 모습과, 힘든 개인사와 무거운 책임을 다 떠안고 홀로 삶을 헤쳐나가는 저의 또다른 얼굴... 둘다 가면이 아닙니다. 그 두가지가 다 저 입니다. 


제가 캐나다에 있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온게 아닙니다.

이제껏 제가 벌어놓은 돈을 다 써가며,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친정부모님은 아직도 월세에 사시지만, 일을 하시기에 힘들지만 생활을 꾸려나가실 수는 있습니다. 저와 제 주변가정환경이 그렇다보니, 아이가 심적으로 위축이 되고, 친구도 없고 왕따비슷한 입장이었어요. 자살위험군에 들어있어 상담도 필요한 상태였었구요. 심리상담을 통해 아이가 달라질수도 있지만, 청소년기는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도 상처가 되더라구요. 이곳에 오고나서 아이가 달라졌습니다. 사춘기도 자연스럽게 지나갔구요. 어떻게 그런 부모님을 나두고 외국으로 갈 수가 있냐 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 부모님은 두분이 의지하고 계신거고, 남동생 내외도 있지만, 저는 저 혼자 제 자식을 책임을 져야 하기에 나오는 길을 택했습니다. 

저는 영어를 잘 못하니, 최저임금만 간신히 받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은 한국에서도 했던 일이고, 한국에서도 큰돈을 버는 일은 아닌지라 그럭저럭 만족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대학을 가겠다고 할 때쯤에는 어찌해야 할까 걱정되기도 하고, 벌어놓은 돈을 다 쓰고 무일푼으로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막막한 시간도 살아왔기에 그때되면 또다른 길을 만들어가며 살지 않을까 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어요. '대책없음'과 '대책을 세울 수 없음'은 다르기에, 지금도 도서관에 앉아 있습니다. 일단 영어가 되어야 돈도 더 벌 수 있고, 영주권의 길도 가까워지니까요. 


삶은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과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 선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은 던져버리고 지워버리세요. 님께서 컨트롤 하실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세요. 이 말은 제게 하는 말과도 같습니다. 간단히 쓰고자 했던 글이 길어졌네요. 결혼과 이혼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내 인생의 일부일 뿐입니다. 선택이구요. 그 일로 님의 인생과 삶이 흔들리고, 흔들거릴 수는 있어도 뿌리가 뽑히게 놔두지는 마세요. 본인도 아시다시피 이미 많은 것을 이루셨고 성취하셨네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입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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