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고민

여러분이

제산님께서 20151026213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긴 글 속에서 .. 이십대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불안과 절망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정말 건강한 젊은 에너지도 함께 느꼈습니다. 얼굴 보며 이야기 하면 좋겠지만 ... 어쩔 수 없이 댓글로 글 남깁니다. 

저는 이 연구소를 설립하신 구본형 선생님을 5년전 (제 나이 30대 후반) 만나서야 시작했던 고민입니다. 님께서는 20대 한복판에서 시작하셨네요. 한편으로는 부럽습니다.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요? 무엇을 하실 때 삶의 기쁨을 느끼셨는지요? 영혼을 바쳐 사랑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구본형 선생님은 저희들에게 A4 20페이지 이상의 분량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는 과제부터 시작하도록 하셨습니다. 또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해보라고도 하셨습니다. 또한 이러한 작업을 시작으로 삼고... 대체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라고 하셨습니다. 열번 스무번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눈 감는 그 순간까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찾고... 찾은 답을 기록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님께서 쓰신 윗 글을 보면...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지 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찾지 못했다고 너무 큰 실망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게 필요할 겁니다. 찾지 못했으니 찾으면 되겠지요. 평생 반복할 .. 일생일대의 프로젝트이니 시간 넉넉히 두고 지금부터 시작하시면 될 겁니다. 저 역시 그 작업 하고 있을 뿐이랍니다... 

기록하십시오.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기록하십시오.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읽었고 무엇을 꿈꾸었는지... 무엇에 가슴이 저미도록 아팠는지... 기록하십시오. 남이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내 인생 프로젝트의 데이터 축적은 오직 내 자신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계시군요. 가족과 함께 상의해 보십시오.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더불어 가족에게 반드시 해야 할 의무를 벗어나려고는 하지 마십시오. 가족이 님에게 원하는 것은 분명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서 님이 성장하시는 것일 겁니다. 가족과 함께 나아가셔야 하지만 가족에게 종속되는 삶은 피하십시오.

여러가지 일을 벌리기는 하셨지만 어느 것 하나 똑부러지게 잡지 못하는 현재 모습을 글로 쓰셨습니다.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부터 우선순위를 매셔 보십시오. 잡고 싶지만 잡히지 않는 테마들을 작은 종이에 하나씩 써보십시오. 그리고... 한번에 하나씩 버려보십시오. .. 그 과정을 기록하십시오... 마지막까지 남는 테마가 그래도 지금 당신이 에너지를 가장 집중하고픈 테마일 것입니다. 여력이 된다면 그 다음 순위 테마에도 집중해 보십시오. 그래도 여력이 된다면 그 다음 순위 테마도 취해 보십시오... 그러나 상위 3가지 순위에 들어가지 못하는 테마라면 ... 과감히 제쳐버리십시오... 과감히 버리거나 후일로 유보하십시오. 님의 인생에 다시 기회가 분명 올 것 입니다.... 

저는 님의 나이에 군대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납니다.. 연 이틀을 꼬박 사단 연병장에서 차렷 열중쉬어 차렷 경례를 도열하여 연습하였더랬죠. 어느 별달린 장군님의 퇴임식을 준비했습니다. 삼일째에 드디어 본 행사를 하며... 홀로 눈물 흘렸습니다. 나에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결코 내 인생의 하루를 차렷 열중쉬어 차렷 경례를 반복하며 살지는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님도 분명 좀 더 자유롭게 살고픈 열정덩어리 이신 것 같습니다. 그럴 수록 ... 지금 이순간 헛되이 살지 않기 위해... 어떤 어떤 테마에 인생의 에너지를 집중할지... 절대 남이 선택해 준 테마가 아닌 ... 힘들더라도 내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테마를 붙잡고 ... 긴 호흡으로 집중하시길 빕니다.... 

제가 좋아하는 경구가 있습니다.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
님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