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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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0일 23시 37분 등록
구본형 선생님 안녕하세요...
첨 군대에서 선생님의 책을 보고 제대한 이후로는 선생님의 사이트를 하루한번씩은 꼭 들리는 25살의 젊은 청년입니다
매일 조간신문을 보듯 빠듯한 아침시간에도 꼭 들러 밤새 올라온 글들을 읽고 하루를 시작하곤 한답니다
늘 다른 분들이 쓰신 글과 선생님의 글만을 보며 지냈는데 제 이야기를 드려볼까 해서 이렇게 자판앞에 앉았습니다
자판 앞에 앉기를 수차례..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는게 쉽지만은 않더군요

전 경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대학교 4학년이고 전공은 호텔경영입니다
이 정도만 적어도 제가 앞으로 무슨 말씀을 드리려는지 짐작이 가실텐데요..
졸업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졸업반 취업준비생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제 인생이 걸린 선택인지라 제가 걸어온 길을 먼저 걸어오신 인생의 선배님께 조언을 구하고자 해서요..
아시다시피 경주는 관광도시라 졸업하면 제 전공을 살려 웬만한 특급호텔에 취업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곤 하지만 경주라는 도시와 나름대로 전공과의 매치가 잘 맞아떨어져 그런 걸꺼에요
7월달에는 경주에 있는 특급호텔에 실습도 나가기로 확정도 되었습니다

실습준비에 바쁠 요즘에 전 전혀 호텔과는 상관이 없는, 무엇보다 관심이 없는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친형이 운영하는 컴퓨터대리점에 나가서 일을 배우고 있거든요
형이 일을 같이 배워서 컴퓨터가게를 크게 같이 해보자고 그랬거든요
부모님도 주위 다른 분들도 그렇게 권유를 많이 하시구요
경기가 어렵다 보니 제대로된 직장 구하기도 어려우니 그렇게 하는게 내 미래를 위해서도 나을 꺼라구요...
전 기계를 잘 만질지 모릅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구요
웹서핑을 하며 자료를 찾고 노랠 듣고 이렇게 글을 쓰는건 좋아하지만 컴퓨터를 팔고 고치고 하는건 잘 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제대하고 미용사자격증을 땄습니다
군대 제대한 남자들 왜 그런거 있잖아요..?
제대하고 나면 뭐든 다 잘할수 있을꺼 같고 열심히 할수 있을꺼라는 자신감과 넘쳐나는 열정 같은거...
친구들이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딸때 전 남들이 잘 하지 않는 특별한 그리고 또 저에게 어울리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미용사자격증을 땄습니다
어려웠지만 너무 즐거웠구요 지금도 후회하진 않습니다
자격증을 딴뒤 바쁜 학교생활에 미용실에서 일은 하지 못하고 그렇게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형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지금 이 일은 정말 아니란 생각이 요즘 많이 들면서 모든거 다 뒤집어 엎고 미용실 들어가서 일이나 할까..생각도 해봤지만 저에게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형과 부모님...어릴때부터 미용을 시작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경쟁에서 밀릴꺼라는 나약한 생각..그리고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기까지 적어도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릴텐데 그러면 너무 많이 늦는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등등 복잡한 생각들로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문득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형도 부모님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고 책임져줄수 없는데 왜 자꾸 내 인생의 길을 내가 선택하지 못하고 가족들의 기대와 권유로 갈팡질팡 해야하나..하는 생각 말이에요
이런저런 생각들로 오늘밤도 쉬이 잠못들지 못할꺼 같아요

구본형선생님께 답을 달라고 감히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인생에 답이 없다라는거..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는게 어떻겠냐는 조언이나 충고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창밖에서 불어들어오는 밤바람이 참 시원하군요
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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