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고민

여러분이

승완님께서 20093122247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국악계의 독보적인 존재인 황병기 선생에 관한 일화 중 이런 것이 있어요.
선생이 서울대 법대 시험을 치루고 나서 누나 손에 이끌려 유명한 점집을 찾았데요.
점쟁이가 선생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답니다.
"잘 되면 대법원장이고 못해도 대법관은 하겠습니다. 천생 법관입니다."
법대 시험 치뤘다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고, 합격도 안한 상황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법대 시험을 본 황선생은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저 다른 분야보다 법학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체계를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한 거였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선생은 법관의 길은커녕 당시 법대생이라면
한번쯤은 준비하는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하지도 않았어요.
대신에 우리가 아는 것처럼 가야금의 대가가 되었지요.

시간이 많이 흘러 황 선생이 가야금 연주로 먹고 살겠다고 결심을 할 즈음, 
그러니까 이화여대 음대 교수가 됐을 때에요,
선생의 아내가 아주 유명한 점집을 찾았어요.
당사주를 전문으로 보는 점쟁이가 어느 사람이 금(琴)을 치고 있는 모습에 
 '탄금'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는 당사주 책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 사람은 타고난 음악가라고 말했답니다.

처음에는 타고난 법관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타고난 음악가, 둘 다 현재의 모습을 절묘하게 맞춘 것이지요.
하지만 황병기 선생은 점에 의해 자신의  미래가 바뀌거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법관이 될 거라던 그 시기에 자신은 가야금에 푹 빠져 있었고,
타고난 음악가라고 말하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면서요.

점이란 것이 삶의 어느 시기나 현재의 일부분은 잘 맞추는 것 같아요.
하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역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미래란 것이 맞추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내 선택, 내 행동이 운명을 만든다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게 맞는 거겠지요?"
네,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
누군가 내 미래에 대해 말해주면 참고는 할 수 있겠죠.
잘 될 거라고 하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 노력하구요.
안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하면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구요.

무엇보다 니체가 말한 '아모르 파티(운명애)'라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운명이 어떤 것이든 그것을 사랑하는 것, 그것을 즐기는 것이지요.
어렵지요.
그러나 이런 태도를 갖기 노력하는 것 자체가 정해진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해요.
신학학자인 죠셉 캠벨은 운명애를 전사의 방식으로 비유했어요.
"전사의 방식이란 삶에 대해 '예'라고 하는 것, 그 모든 것에 대해 '예'라고 하는 것이다."
자신과 세상의 기쁨뿐만 아니라 슬픔에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 이것이 아모르 파티가 아닐까 생각해요.

운명이 있는지 없는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미래는 제 마음과 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만약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그 길 속에서 기쁨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그래, 이게 내 길인가? 그럼 오케이, Go!"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