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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호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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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4일 00시 57분 등록
저는 중문과를 졸업하고 1999년 중국으로 취업하여 현재까지 중국 상해에 위치한 한국회사 지사장으로 근무하던중 올해 4월에 퇴직했습니다. 사회 첫 출발에 대만회사에서 보낸 2년을 제외하면,상해의 한국회사에서 8년넘게 일해왔고,외국에서 고생하며 회사를 일으켰으나 불공정한 처우와 사장님의 무절제한 공금횡령에 분노하여 마찰을 만들어 오다가 결국 지난 달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정말이지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했었는데...... 너무 오버했습니다.ㅋㅋ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모두에게 인정받았지만 잘못한 것은 사장님과의 관계를 잘 닦지 못했다는데 있었죠.
사장님은 제가 회사를 세팅하고 난 2003년부터 중국에 상주해 계시지만 지금까지 출근은 거의 하지 않으셨습니다.
지난 5년동안 사장님은 중국어를 배우신다고 교통대학에도 다니시고 직장없는 한국청년들을 몇명을 식객마냥 데리고 계시면서 매일 낮에는 골프, 밤에는 클럽에서 현지인 어린 여자들을 사귀면서 즐겁게 지내셨습니다.
처음엔 저에게 큰 책임을 주셨다고 생각해서 감사하게 일하면서 몇년간을 지나왔습니다만 작년에 저도 더이상 사장님의 인생관이나 도덕관에 더이상 동의할수 없는 일이 발생했고, 무엇보다 그 긴시간동안 회사와 저를 대하시는 모든 면이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 제딴에는 회사를 위한다고 자주 마찰을 벌이곤 했습니다.   지난 8년간 영업과 오더관리,회사살림(출납/회계/인사),출장 등을 모두 저에게 일임하신것만으로도 많이 배웠고 감사하지만 저로서는 그 기나긴 시간동안 항상 고독하고 무엇보다 곁에 멘토가 없다는게 제일 답답했었죠.
바이어접대와 방문, 공장수배와 상품조사, 상품개발이라기 보다는 카피품 만들기, 잡다한 회사관리, 출장 등으로 8년의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갔습니다. 작년 한국본사가 어려울때 사장님이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중국지사장인 제가 제 개인의 돈까지 한국회사로 투입해서  컨테이너를 짜서 보내기까지 했는데, 올해초부터는 앞으로 월급주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알아서 미래를 설계하라고 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에겐 저놈은 관리직만 해왔으니 나가서 제대로 된 월급도 못받을거라고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씀을 하셨다는군요. 쩝... 그동안 중국에서 벌어들인 회사공금은 모두 자신이 유용했으면서 말입니다. 사실 저도 그동안 우물안개구리가 되어서 한국에 들어가면 어떻게 적응할지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뭐, 이제 더이상 원망하는 심정은 가지지 않으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연극이나 미술 등의 예술쪽으로 발전하고 싶었고 입상도 여러차례 했습니다.
고등학교때 미술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도 있었으나 저의 꿈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을 동반한 반대에 그만 주눅이 들어 완전히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화구와 화판은 불타고 스케치북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손지검을 당하다 보니 ...(아주 먼지나게 맞았습니다.ㅋㅋ)
그 이후로 미술과 관련된 분야는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며 잊고 살려고 애썼습니다.현재 외국에서 결혼도 못한 채로 37에 접어들었고 그동안 종사해온 OEM무역과 도매판매 일에 대해서는 그냥 죽은 자식처럼 느껴지며 다시 그 바닥에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질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미술이나 영화 시나리오/만화콘티 제작과 관련된 직종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어디부터 길을 찾아가야 할지 난감합니다. 제 중국 친구는 제가 이런 소리를 하니까 미쳤다고 욕을 하고 난리입니다. 외국에서 홀로살면서 결혼도 못하고 아예 인생 망가지려고 작정을 했다고 독한 소리를 해주어서 대꾸는 못했지만 맘이 너무 상해서 이틀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사실 중국친구의 권유로 현재 상하이에서 악세사리 시장조사를 해보고 남대문 물품을 떼다가 여기서 장사도 두 달 해보고 있습니다만, 장사도 잘 안되고 무엇보다 제가 즐겁게 할 마음이 생기질 않아서 답답하더군요. 마치 내가 나를 위해 사는게 아니라 남들 흉내내며 생계를 걱정하는 그런 느낌만 듭니다.

제가 다시 꿈을 꾸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보고 구본형씨의 "그대 스스로를 경영하라"와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인데, 친구가 저를 너무 철없는 사람 취급을 해서 아주 무안하더군요. 뭐 제가 철없게 보일수도 있겠습니다만..완전히 자기 분수를 모르는 실업자에, 나이먹고 책임을 벗어나 도피하는 인간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 자기의 꿈을 꾸어보지도 못하고 실천도 못해보고 다시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 아무 회사나 덜컥 들어갈 생각을 하자니 저에겐 그게 더 한심스럽게 생각이 되더군요.

작년 년말부터 차근차근 나 자신의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나의 장단점과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정리해 보고 난 뒤에 내 생각을 이야기 했던 것인데....

지금도 저희 어머니에게 가끔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미술은 취미로만 하그레이....하십니다. 그리고 다른 집 자식들은 손자가 벌써 5살인데 넌 뭐꼬...하시면 전 부끄러워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동안 아버지 없는 장남으로서 가족경제를 위해 돈, 돈만 바라보며 살았고, 동생도 장가갔고 어머니도 10년동안 제가 생활비 대드리고 있는데, 결혼 못한걸 빼고는 제가 평생에 무슨 큰 죄를 진것은 아니기에 맘 다잡고 내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물론 내가 이 나이에 미술 한다고 하면 가족과 친구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은 당연합니다. 불경기에 회사 짤리고 자기도피 하는 인물났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요.

가능하다면 학교나 사설교육원을 찾아가 훈련을 해야할 것 같은데 저처럼 늦은 나이에 예술쪽으로 진로를 전환하는게 사회통념이나 여건상 매우 불리한 일이겠지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존재할것 같은데.....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서 밑바닥부터 새로 배워야 하는데 과연 이런 늙은 사람을 써줄까도 의문입니다.ㅋㅋ
늦었지만 제가 고등학교때 꿈꿨던 길을 가고 싶군요. 그리고 죽기 전에 더 큰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전에 일하던 필드와 관련된 직장을 찾아 가라는 고마운 분들의 조언이 대부분 이었지만, 제가 미술과 관련된 쪽으로도 접근할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현재 생계때문에 하고 있는 인터넷쇼핑몰은 열심히 해보려고 하지만 잘 되지는 않아서, 더 나이먹기 전에 제가 열정을 발휘할 분야를 제대로 찾아가고 싶은 맘이 드는군요.
조언이나 따끔한 충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장황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28.19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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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2009.07.04 12:20:23 *.174.66.219
상쾌한 토요일 아침에 답답한 내용의 글 잘 읽었습니다 ^^
답답한 심정을 쓰셧지만 고개가 끄덕여지고 마음속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제가 지나온 길과 비슷한 면도 있어서겠지만 앞으로 잘 해나가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일 겁니다.

결혼 못한 것 빼고는 큰 죄를 지은일 없으신것 동의합니다. ^^
결혼, 뭐 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지금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언제든 좋은 인연 만나면 좋은 가정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이지
언제 결혼을 하느냐가 아니니까요.

하고 싶은 일 하시는 것도 역시 응원하겠습니다.
다만 생활인으로서의 역할을 무시하면 안될 것이라고 봅니다.
장사를 하건 취직을 하건 생활인으로서의 의무와 품위유지를 하되
하고싶은 일을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요. 진정 하고싶다면 이 방법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업무히스토리를 보니 어떤 일을 하시던 인정받고 잘 하실 수 있을테니
안정적인 수입을 위한 잡을 병행하시면서 꿈을 실행(준비보다는 실행)해 나가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저도 님처럼 몇년의 회사생활을 하고 보니 남은 기술도 없고 제네럴리스트로서의 경력만이 남아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다행히 어줍잖은 영어실력이 있었고 해외영업경험이
있었습니다. 두가지를 파면서 나의 꿈도 같이 키워가는 길위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은 안전한 길도, 좋은길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타고난 천복을 찾고 그 것을 찾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몇십억의 인구이지만 세상에는 나는 오직 하나뿐이잖습니까?
아무리 생김새가 비슷하다해도 살아온 역사가 다르고 감성이 다르고 에너지가 다르겠지요.
그렇다면 나의 길도 역시 하나일 거라고 봅니다.
다른사람과 가는 길이 좀 다르다고 해서 겁내지 마시고
그것 자체를 당당하게 생각하면 주변의 눈도 걱정과 가여움에서
부러움과 찬사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요.
인생은 기니까요!

오늘 기분도 좋고 날씨도 좋은 토요일, 어딘가에 있는 님에게 제 좋은 에너지를 팍팍 부어드립니다.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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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란
2009.07.17 11:12:44 *.178.211.219
1. 미술 관련한, +2. 본인장래 도움이 될만한, +3. 당장 생계도 해결할 수 있는,,,,,,그러한 근무처를(급여에 구애없이) 일단은 구하시는게 어떨까싶습니다.... 그곳에서 몸 담으시면서 해당분야에 대해  파악도 하고, 자신의 재능+꿈도 구체적으로 재정비 하실 수 있을듯 합니다~ 그 이후에 이단, 삼단,,,, 차근차근~~^^

홧팅하시구요~~bravo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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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2009.09.04 11:46:34 *.39.43.77
음.... 저와 비슷합니다 ..^^ 성향이
저는 43세이고 두아이(고2, 중2)의 엄마이고 2004년도에 사별했습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는 9년 되었는데 정말 제 사업체인것처럼 일 했습니다.^^ 근데 님처럼 결국 제가 직접 차린 업체가 아닌니 노력 한만큼 배신감도 듭니다.^^ 그게 직장 생활의 비애가 아닌가 하고 사회에 대해서 깨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님이 이글을 보실지 어떨지 모르지만 만약 보신다면 제가 조금만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는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이런 상황에도 저는 제2의 인생 정말 제가 미쳐서 빠질 수 있는 일을 위해 지금 그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다시 전공하고 있으며 작품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님은 저보다 나이도 젊고 책임질 자식도 없고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며 바라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습니다.^^ 주변의 조언? 물론 필요 합니다. 하지만 님의 인생은 님이 살아가는 것이며 책임도 님이 져야 합니다. 잘 되든 못 되든 커오면서 정말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길을 가고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땐 더 늦기 전에 바로 지금부터 원하는 길로 자신의 삶을 살아 가십시오. 인생은 한 번 이며 길지 않습니다. 정말 자신의 인생을 사십시요. 분명 생활도 해 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만약 한국에 오시면 연락 하십시요. 서울 쪽에 정착 하실 거면 서울 쪽에 계신 도움 줄 수 있는 선생님들  소개 시켜 드릴께요.^^ 님처럼 살아오신 분은 어디가서 뭘 해도 잘 하실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보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하세요.^^ 혹시 궁금하신게 있으면 메일 주십시요. 그 길을 가시면서 충분히 결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림 하는 사람들중 나이가 많은 아가씨들이 많거든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 가십시요. vov7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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