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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여러분이

2008년 12월 26일 18시 39분 등록
여기에다 글쓰는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고민을 들어준다기에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어느덧 낼 모레 마흔이 되네요. 퇴사한지도 2년이 다 돼 갑니다.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했는데도 재취업도 않되고 창업도 마음먹은대로 쉽지가 않아요. 모아놓은 재산도 많이 없고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도 없어 정말 그야말로 막막하다는 표현밖에 생각이 나질 않아요. 대학다닐 때만 해도 장미빛인생을 꿈꾸곤 했는데..
아내 앞에서 작아지는 내모습이 한심하기보다 미안함이 더 큽니다. 물론 요즘 나 같은 처지의 사람이 적진 않겠죠. 다들 힘들기는 마찬가지일거란 생각입니다.
저 같은 경우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까요?
따끔한 충고,질책도 좋고 내가 모르고있던 시원한 해결책이 있다면 더욱 더 좋습니다.
시원한 해결책이야 있겠습니까만은 ... 물론 있다해도 제가 찾아야 하는거겠죠.
그 길을 찾을 수있게 인생선배님 길 안내 부탁드립니다.
우문현답 주심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세요.
IP *.228.209.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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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12.26 22:52:04 *.131.127.69
참담한 심정일거라는 거 이해가 됩니다. 그 마음 아프다는 거 그리고 가족들에게 내보일 수도 없다는거 이해합니다. 그래서 이 곳을 들르는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불덩이 하나씩 품고서 왔다가 흩어지곤 했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씁니다.

1

친척의 결혼에 갔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목뼈가 부러져 전신마비를 일으킨 친 형제와 연관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후일에 상당히 호전되었습니다만 중증 장애인으로 그렇게 그는 30여년을 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삶의 행로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중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난 사건으로 인하여 절박한 상황에 놓여 억울함 , 분노, 곤란이나 당혹스러움을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오랜 시간을 두고 변화해갔습니다. 강인한 의지를 가졌던 그가 좌절과 분노 그리고 체념을 넘어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10 여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그의 삶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세상에는 아무도 그 자신만큼 간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이 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실직과 새직장을 잡지 못하는 어려움도 동일한 무게로 다가올거라고 생각합니다.

2

‘선생님, 이제 막상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찌하죠?’

저는 가끔씩 앞 날을 걱정하며 찾아온 길을 잃은 사람의 이 질문에 답하는 간단 명료한 대답 하나가 있습니다.
‘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다고 그렇다면 무엇이 걱정이냐?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 없으니 무엇이든 하면 되지 않겠니?’

사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자기기만 속에 있습니다. 세상에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대하는 ?돈이나 일의 종류- 일이 없는 것일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입시교육과 교육방법은 1%~3% 라는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사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만 잔뜩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러 배경과 다양한 원인들에 기인하는 이 문제를 단지 교육계만 비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가장 책임이 크다는 것입니다. 놀아야 될 시기에는 죽도록 공부시키고, 정작 공부해야 할 때는 엄한 짓을 하고 시간을 탕진하고, 그리고 또 취직과외와 자격증에 매달리며 시간과 젊음을 탕진합니다.

그런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교육에 투자한 비용과 시간으로 잘못된 판단을 합니다. 자격증이 곧 능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그냥 준비돼 있는 정도에 불과합니다.회사의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고급 학력과 많은 지식이 아니라 조직의 구성요소에 적합한 능력을 가진 적절한 임금 수준의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없거나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노동자를 사오거나 아니면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다시 가르쳐야 합니다. 또 비용이 듭니다. 그러니 회사는 생산성이나 경쟁력에 뒤처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불행한 현실 이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결국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인턴 사원이나 견습사원 같은 것입니다. 대학, 대학원 나와서 그런 일하는 사람 많습니다. 사회전체로 보아 득보다는 실이 많은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님에게는 아직도 기회가 많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받고 싶은 만큼의 대우를 받는 일 자리가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데 무엇이든 하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말이 나오게 됐습니다.
교육에 비용이 많이 들수록 직업과 대우에 대해 만족해 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공 들인 거 생각하면 날로 먹겠다는 생각 아니냐는 거죠… 거기다가 직업을 가져도 삶이 무의미해집니다.
존재를 알 수 없는 조직의 부품 같은 일과 생활이 삶을 허무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입니다.
과거의 관점에서 앞 날을 보시면 당연히 길이 없을 것입니다. 길은 사람이 가야 나는 법입니다. 그러니 길이 없으면 만드시면 됩니다. 과거에 무엇을 했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중요한 것은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다는 것이 … 그리고 일을 하면 쓰는 돈이 더 줄어든다는 것과 최소한 자신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자존감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조금씩 더 나은 길을 모색해야 하겠죠….

능력은 그 질이나 레벨과 상관없이 필요한 곳이 생길 때만 가치를 부여 받습니다. 딱딱 맞아 떨어지는 재수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삶보다는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도 견디고 일어서서 자신만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낸 사람도 있습니다.

3

삶은 즐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의 본질은 단지 무언가를 지향하고 살아남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 희로애락이 있는 것입니다. 슬픔이나 고통도 기쁨이나 즐거움과 같은 의미로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본질, 즉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삶을 꾸리려는 능력에 반하는 희로애락은 잘못된 것입니다. 오직 즐거운 일만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없습니다.

어려움이 없는 삶, 또한 불행합니다. 문제는 어려움이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것이라면 저의 견해가 현실을 극복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일자리는 많습니다. 다만 기대한 만큼의 벌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죠…

그래서 그 답은 진심으로 지신이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대우도 마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님에게 생각을 다른 시각에서 하셔보기를 권해서 한 말씀드렸습니다. 한 2 년 쉬셨다면 나름 이 곳저곳 알아보셨겠지요. 저라고 무슨 특별한 비방이 있겠습니까? 다만 그 비방을 찾는데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건강과 지혜가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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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2008.12.28 21:14:22 *.94.42.67
백산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적극 동감 지지합니다. 저도 또한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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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가이
2008.12.29 17:38:36 *.228.209.196
백산님
이제서야 글을 읽었습니다. 자기일도 아닌데 이렇게 장문의 글로써 조언해 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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