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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5일 00시 59분 등록
내가 고 2 일 때 나는 어머니가 안계셨지. 어머닌 일찍 돌아가셨고, 할머님과 같이 살았어. 방배동에 살았는데, 60년 대 말의 방배동은 밭과 논 밖에 없었어. 새벽에 일어나서 학교를 다녀야 했지. 그땐 집에서 20분 쯤 논길을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 학교에 다니고 했어. 다들 가난할 때지만 우린 더 가난했지.

난 좀 외로웠는데, 그래서 책을 보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 내향적인 사람이기도 했구. 그래서 나는 외로움을 잘 견디는 편이고 간혹 내가 그것을 즐기는것 같다는 생각도 하곤 했지. 난 그래서 일찌감치 혼자 지내는 법을 몇가지 터득했어. 말은 많이 하지 않지만 생각은 많이 해. 혼자 책을 읽고 , 상상하고 생각하고, 따라해 보고 , 내 방식을 찾아 보는 약간의 연습을 하게 되었어.

혼자 노는 법을 즐길 줄 안다는 것은 굉장한 은총이야. 사람들은 혼자 지내는 법을 잘 몰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내는 몇시간들이 하루를 빛나게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들이지.

혼자 지내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도록 애써 볼 것 - 이게 숙제일쎄.

어머니에겐 어머니의 세계가 있지. 경은이에게는 경은이의 세계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아무 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고 모든 가능성이기도 하고 두려움이기도 한 세계가 막 생겨나기 시작하는거야. 간혹 어머니가 자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느낄 때가 있을꺼야. 그건 사는 세계가 달라서 그래. 모든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이 불균형이 존재하지. 부모가 되어봐야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간격이 있단 말야.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이 있어. 그것은 이해할 수 없어도 또는 이해의 방법이 달라도 서로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에는 한 사람만 있어도 살만해. 어머니는 즐겨 그 한사람이 되고 싶어한단다.

자주 편지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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