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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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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2일 23시 08분 등록
두 분의 금과옥조와 같은 조언 너무 감사드립니다.

살펴보면 연고영업에 치우친 영업을 하다가 몇몇 지인들로부터 매몰찬 거절을 당하면서 스스로 의기소침한 면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개척영업이라던가 다른 부분들은 해보기도 전에 두려워서 포기했던 것 같고 항상 책상머리에 앉아 책만 부여잡고 한숨 쉬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을 읽는 것만 좋아하고 그런 성공담을 스스로 만들어보려고는 하지 않았구요.

보다 솔직히 저의 많은 부분들을 말씀드리고 조언을 얻고 싶습니다.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저는 어린 시절을 아주 불우하게 성장했습니다. 새엄마 밑에서 학대 받으며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또래의 친척 아이들 또는 친구들과 비교당하며 매도 많이 맞고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학업성적도 좋았고 운동이나 다른 모든 부분에서 비교적 우수했지만 저는 저희 집에서는 항상 최고로 열등한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또 친구들로부터 놀림도 많이 당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운동화를 신고 다닐때 저는 고무신을 신고 다녔고 도시락 반찬도 항상 냄새나는 김치였거든요.
그런 어린 시절이 지금 저의 성격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 궁금하고 답답합니다. 현재의 못난 모습에 대한 핑계거리를 어린 시절에서 찾아서 짜맞추기 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전 너무 주눅이 잘 듭니다. 그리고 항상 열등감을 많이 느끼는 편입니다. 저의 복장이 가장 불량한것 같고 사람들이 모두 저를 비웃는다고 느낍니다.

집에서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과 저의 성격을 고쳐보고 싶어서 군인(해군장교)이 되었고 해군에서 5년을 근무하고 대위로 전역했습니다. 그리고 전역 후에는 정말 남다른 각오로 보험세일즈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쳐서 너무 답답합니다.

또, 거암님... 저는 현재 자기관리가 안되고 있습니다. 자신감이 없고 실적이 안 좋다보니 경제적으로 힘들고 그러다 보니 더욱더 판매 프로세스 같은 것은 엉망이 되고, 자신감은 완전히 상실하게 되고, 게을러지고 근무태도는 더욱 나빠지고 경제적으로는 더욱 어려워지고...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말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자신감있게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영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음만 그러할 뿐 도대체가 되는 것이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성공과 성취감을 느끼고 싶지만 어디서 실마리를 풀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성격과 관련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과 현실적으로 영업의 실마리를 푸는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조언을 구합니다.

써니님, 거암님. 진심으로 고개숙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게 조언을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거암님, 같은 업계에 종사하시는 선배님으로서 현실적인 영업과 관련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가장 먼저 시도해 볼만한 방법을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두서없는 글로 폐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IP *.253.2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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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6.23 11:31:36 *.244.220.254
상처받는 유년 시절을 보내셨군요.
어릴시절 상처받은 자아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무의식 속에 항상 잠재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다만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자신에게 책임을 지우는 자괴감에 빠지거나, 환경을 원망하는 부정적 마인드는 갖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 앞에서 가슴 깊이 고민하는 당당한 사람. 이용이라는 가장이 있을 뿐입니다. 가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던 자신을, 어린시절 상처받은 자아를 보듬아 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노래 "Bravo My Life"의 가사처럼 우리 자신을 축하하고 사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써니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 자신을 먼저 돌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성격(personality)을 바꾸려고 하지 마십시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셨으면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는 것은 이용님의 몫입니다.
보험 비즈니스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곰곰히 고민해보세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조용한 시간을 내셔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말은 쉽지만 처음에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고요한 내면을 만나는 데, 익숙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 고민 속에서 발견된 강점에서 출발하셔야 합니다.

둘째, 자기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고 그러셨는데........

얼마전 저도 업무적으로 무척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KBS에서 '동행'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내용은 50대 초반 아빠가 7살 된 아들과 함께 15평짜리 영구임대주택에서 생화라고 있었습니다. 50대 가장은 전직 주방장으로 5년전 급성뇌출혈로 인해 한 쪽 팔과 한 쪽 다리를 잘 쓰고 있지 못한 상황이더군요. 이로 인해 아내에게 이혼까지 당한 상태였습니다. 이 부자의 유일한 수입원은 정부에서 보조되는 몇십만원의 생활비와 아침일찍 전철 안에 있는 폐휴지를 팔아 한 달 10만원의 수입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50대 가장은 한 달에 한 번 유일한 수입 10만원을 가지고 영구임대아파트 수백명의 아이들에게 돈까스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7살 아들과 50대 아빠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인터넷으로 한 번 보세요. 이용님이나 저나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정말 가장으로서 사랑하는 가족한테만큼은 쪽팔리지는 말아야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처음 보험업을 시작했을 때, 성공하신 선배님의 말씀이 "우리 일은 두가지만 극복할 수 있으면 성공한다. 그것은 바로 '게으름과 조급함'이다." 지금도 그 선배님의 말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물은 목표를 잃어버렸을 때 보이는 것이라 하더군요. 이용님 가슴 속 깊이 간절한 꿈은 무엇입니까? 비즈니스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백지를 꺼내놓고 하나하나 자신의 열망하는 것들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차근차근 작은 목표부터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
예를들면, 가장 좋은 습관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입니다. 저는 9년차임에도 아침 7시에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은 승리들이 하나둘 쌓여나갈 때, 자기관리라는 산등성이 하나를 넘으실 수 있을겁니다.

셋째, 성공적인 비즈니스.

제가 영업 시작 후 3년차가 되었을 때, 극도의 난관이 다가왔습니다.
먼저 만날 사람이 없더군요. 수십명 아니 그 이상의 가망고객 리스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 한 명의 가망고객들을 만나지 말아야할 명백한 이유들만이 떠오르더군요. 이 사람은 사업가인데, 사업하는 사람이 날 만날 시간이 있겠어? 이 사람은 대학원생인데, 납입여력이 없을꺼야.이 사람은 지난 번 거절했기 때문에, 이번에 만나도 소용이 없을꺼야. 각각의 가망고객 리스트는 눈 앞에 아른거렸지만, 전화를 걸지 말아야할 이유와 변명만이 보이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고객을 만나러 나가고 없고, 나 자신만이 사무실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그 날 저녁 선배님 한 분께 제 고민을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선배님 曰
"너는 네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려고 하니까, 만날 사람이 없는거지!"
단순한 조언이었지만, 대단히 충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거절이 없는 달콤함 계약을 할 가망고객만을 찾아 헤매였던 것입니다. 나를 거부하지 않고, 나에게 상처주지 않는 가망고객들을 말입니다. 결국 '가망고객'은 이용님 마음 속에 존재합니다.

S생명에서 9년 연속 챔피언을 달성하신 Y설계사는 평범한 학습지교사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의 비결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험영업에 신비(神秘)는 없습니다. 하루에 7명의 가망고객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매몰찬 답변일지 모르겠지만, 이용님께서 원하시는 영업의 실마리를 푸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다만 4년여 영업을 하셨다면, 기존의 가망고객들이 있을 것입니다. 다시 그 지점에서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힘빠지는 답변일지 모르겠지만, 이 일에 신비는 없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가망고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셨으면 합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돕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지면상 구체적인 스킬에 대한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앞에서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를 부탁드렸는데,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고객에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도움이 될지에 대해 고민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먼저 소개영업을 위한 최소한 가망고객 리스트를 작성하십시요. 그런 후에 개척을 하시든, 세미나셀링을 하시든, 단체활동을 하시든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소개영업을 배제한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신 다는 것은 대단히 리스크합니다.
(참고로 저도 개척영업의 경험이 있지만, 소개영업보다 40배 이상 힘듭니다. 물론 성공할 수도 있지만, 무척 험난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 추신 : 제가 너무 장황한 말들을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사람입니다. 보험을 하는 후배에 대한 애정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잘난 사람 아닙니다. ^^

보험대리점에 근무하고 계시다고 했는데,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지점에는 높은 성과를 보이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 분이 이용님의 멘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벌거벗고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십시요. 그리고 그 분과 함께 동행판매를 나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주위에 멘토로 삼을 분이 계실 겁니다. 없다면 실제 현장에서 올곳게 영업을 하시는 분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전 매니저라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길게 글을 쓰다보니 굉장히 힘드네요.......
아무튼 제 마음을 담으려 노력했으니, 실망치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인생 뭐~ 있습니까? 그냥 가는거지~ ^^
저는 '헝그리정신'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데,
이용님은 이 정신만큼은 대단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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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6.23 13:13:47 *.36.210.11
울고 싶다면 그대여, 울으세요. 마음 놓고 펑펑 빡빡 고함치며 우세요.

그러고 싶은 날이 많았지만 저는 그런 공간이 별로 없고 혼자 하는 여행 따위에는 수줍거나 겁이 조금 있어서 남이 볼세라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거나 소리를 지르곤 합니다. 저는 가끔 삐약대는 병아리처럼 손바닥을 빠르게 비벼대며 안으로 삼킨 소리를 지르고는 합니다. 손바닥을 비비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하기 위한 다짐을 담은 염원이기도 하고 온갖 불순물이나 부조리한 것들을 나도 모르게 떨어 내는 작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표현 하느냐 하면 나도 모르게 생겨난 버릇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도 모르고 이해할 수 없는 이 버릇을 좋아합니다. 저에게는 신념과 힘이 필요할 때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습관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저에게는 아자!!! 하는 화이팅인 것을 이해하여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며 이렇게 하고 난 후 거울을 보며 씽끗 웃기도 한다지요. ㅎㅎ

새엄마에게서 편하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것 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부모님을 의심없이 사랑하게 된 것도 나의 뿌리가 튼튼하다고 하는 모조건적 긍정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다 같은 것 같습니다. 좋은 것 맛나는 것이 부러워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떳떳함을 원했던 것일 테지요. 어린 나이에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 나를 편히 들어내지 못하고 숨죽여야 했던 것에서 오는 어떤 강박들이 왜 아니 힘겨웠겠는지요. 그런 와중에도 늘 더 나은 꿈을 꾸고 참되고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써오셨겠지요. 그래서 지금 이마만큼의 성과도 올렸고, 무엇보다 착실히 살아냈고 이 세상의 삶에 동참하고 계시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우리 이미 충분하지요. 다만 더 나은 나를 뛰어넘고 성장시겨나가기가 가끔은 버겁고 힘겨워 속이 타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세상을 좀더 살아보시면 세상 만사가 그리 마음대로 뜻대로만 되지 않는 다는 것도 경험하실 수 있으실 것이고 아마도 이미 이해하여 알고 계실 것입니다. 아니 알고 있기에 원하지 않는 삶으로 똑 같이 점철 될지도 모를 불안이 마음 한구석에 엄습하며 우울감이 발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님께서 미쳐 다 쏟아내지 못하고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답답함과 울분의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냉철히 따져보면 그것이 다 팔자소관이라는 것도 이제는 이해하며 살아가야 하리라고 봅니다. 자식을 가진 아비가 되었으니까요.

저 역시도 팔자라고 하는 이 말 어려서부터 공연히 무지하게 싫어했고 나중에는 그와 같은 처지가 되어 받아들이지 못해 사실은 오랜 방황을 거듭하다가 이곳에 저를 겨우 들어내며 원래의 나로 혹은 더 나은 나로 바뀌어 가고자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 입니다. 고지식한 성품에 보수적인데다가 집착 또한 강한 고집쟁이에 지혜롭거나 명석하지 못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냥 한 사람의 이야기로나 생각하고 들어주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것도 부모님 책임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인연이 그렇게 흘러간 면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은 다 저마의 운명과 목적으로 태어나고 살다가 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삶이 핑계나 자기 편이로 우선적으로 막무가내 해석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이미 그렇게 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수긍하고 받아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보곤 합니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고 현 상황에서 가장 나은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 먼 훗날에 대한 생각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일 테니까요.

어쨌든 남달리 고달팠다면 몹시 힘겨웠을 그런 시간들 용케도 잘 참아내고 이겨내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애쓰셨어요. 잘했고 또 남은 시간은 우리 편이 되어서 원하는 좋은 그리고 담담한 시간들로 채워줄 수 있을 거에요. 이제는 스스로가 인생의 주체가 되는 것이니 어쩌면 더 쉬운 일이 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버겁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요. 다만 우리의 지난 시간들이 그저 쓸모없거나 무의미 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고 그것을 돌이켜 약으로나 귀한 경험으로 삶을 수 있는 역량이라면 역량 그런 것 모두 우리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그게 바로 힘겨운 대목 이기도 하겠구요.

지금처럼 살면 되요. 우리가 항상 잘 할 수만은 없지 않나요? 부족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하고 꿈꾸는 것에 비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했다는 자각이 우리를 더 나은 생각과 힘으로 이끌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러는 울고 더러는 기뻐 날뛰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이지요. 오늘 그리고 얼마간 침체의 길을 걷게 되더라도 그저 우리가 가야할 인생길 가운데 하나를 체험하며 가는 것일 뿐 그것이 무에 그리 잘못되거나 나쁜 일이 아니라면 어쨌거나 삶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나가야만 하는 것이겠지요. 현상황이 달갑던 달갑지 않던 간에 피하려고 한다고 피해질 수도 없고, 원망한 다고 해서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씻겨지고 지워질 상처가 아니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전적으로 내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헤쳐나갈 비장한 마음을 가다듬지 않고서야 무슨 수로 뽀죡한 수가 생겨나겠는지요.

내가 넘고 다듬어 가지 않는 한 행여 좋은 운이 와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해도 그것은 한갖 바람과 같은 것, 도저히 오래 머물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이미 얼마간은 느껴 살아오셨잖아요. 무엇보다 그렇게 대강 되는 대로 살아왔다면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을 성품이란 것을 자신이 잘 알고 계실 테니까요. 도대체 근본 원인이 무엇이고 절실하게 까부숴야 할 의지라는 것이 무엇인지 애타고 절실할 만큼 서럽고 답답한 것이 아니겠는지요. 그리고 어쨌거나 혼자서 풀어 나가야할 실마리라는 것이 더욱 간절함 이겠지요.

이렇게 복잡다난한 세상에서 한사람으로 당당히 명명되어 살아나가고자 애쓰는 이유, 어떤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지가 늘 강박적 목표에 선 삶이 아니라, 스스로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 사람인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보면서 상황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가령 지금은 조금 침체기 인가보다 혹은 조금 쉬면서 심사숙고 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내가 생각하고 살아온 시간을 잠시 떠나 휴식의 시간을 갖어보면서 정신을 맑게 가다듬고 더 나은 내일로 향하고 가족과 일로 더 나은 상황으로 돌아오기 위해 내면의 시간 여행을 할 필요가 있나보다 하고 현 상황의 압박에서 조금 느긋하게 대처해 봄은 어떨지요.

그러나 모르긴 하겠습니다만 웬간히 절실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힘든 상황을 내팽겨쳐버리듯 까발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살다보면 흐리고 비오며 바람부는 날도 있다는 것을, 비온 뒤에는 땅이 더 굳어진 다는 옛말을 귀담아 새기며 서서히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침착하게 대처해 보심이 어떨까요?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면 우선은 중요한 그 일부터 이제까지의 경험만으로 최선을 다해 일단 일이 돌아갈 수 있도록 처리를 해나가십시오.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자신이 헤쳐온 상황들로 말미암아 그리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거나 지속적인 자기 모색의 길에 필요를 느끼시며 더욱 현실을 단단히 직시하고자 한다면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나하나 차근히 모색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때에는 책도 필요하고 스승도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더 자기 내면을 향한 깊숙하고 충분한 탐색의 시간이 필요할 지 모르겠습니다. 님께서 살아온 그 시간은 결코 괜한 시간들이 아닐 것입니다. 당신에게만 허락하고 당신에게만 주어진 삶이라는 것에 대해 의미와 뜻과 신비가 깃든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비록 상처나 실패로 점철된 시간이었다고 해도 그것으로써 일어서고 못 서고 또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못하고는 전적으로 자신이 하기에 나름 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어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행복도 불행도 항상 붙어다니는 동전의 이면과도 같은 것, 불행이 없다면 행복도 그리 의미가 있지 못하며 상처가 없다면 사랑이 그리 감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뜻은 달라 보이고 무척 차이가 나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에 그 모든 경험과 마음을 어떻게 우리가 더 나은 씀씀이로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은 삶과도 같이 지속적인 흐름일 것입니다. 누구도 아무도 내일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지금의 저마다의 상황속에 각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자란 생각으로 힘 북돋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모쪼록 이용님의 삶의 길에 한순간이나마 평화와 위안의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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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3 16:03:38 *.64.21.2
거암, 써니, 당신들은 멋진 사람들.
글자만 조물락 거리는 내가 부끄러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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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08.07.20 07:05:12 *.120.184.226
거암님 써니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마치 상담을 의뢰한 사람인냥
글 속에 빠져들어서 읽고 있습니다.

지금 저에게 필요한 말들, 해야할 일들을
마치 다정한 스승님 처럼 일러 주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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