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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님께서 2008629162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저에게 주신 질문 때문에 책을 다시 앞에 펼쳐봅니다. 자주 읽는 책은 아니었고 그때에 어렵지만 기억에 남는 책이어서 말씀 드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에 가장 어렵게 읽었던 책이고 그래서 그때 몇 번을 시도해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새삼 내가 제대로 이해나 하였던가 하는 의문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용님께서 마치 저의 허를 찌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그래서 뜨금!해 하면서 ㅎㅎㅎ 하고 웃음이 나더군요. 역시 나의 사상누각을 눈치채셨군. 그래, 그렇게 오래 전 읽었다고 하는 삶이 겨우 그거냐? 할 것 같아서요. 책을 읽거나 쓴다고 해서 다 행하여 똑 떨어지게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돌이켜 반성하면서요.

엄밀히 말해 저는 이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한데 이제와 저를 돌아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로 공상가에나 지나지 않았지요.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었습니다. 저자가 우려한 것처럼 결국 제 편견대로 읽었고 제 습관대로 남아 있었을지 모르겠군요. 그래서 또 이런 기회에 다시 펼쳐보게 되는 가 봅니다. 어쨌든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읽어볼 참입니다.

이해가 안 되고 어렵더라도 계속 읽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아무 생각없이 편견을 가지지 않고 읽어갈 수 있겠는가 어차피 자기 현실 안에서 수용되는 것이 고작 아니겠는가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신 것 같은데, 가부좌를 틀고 읽던 책상 앞에서 정심으로 몰입을 하든 그 현재상황에서 받아드리는 것이 전부일 테지요. 그것까지 어떻게 할 도리가 있는 것인지 저 역시도 궁금하군요. 책을 읽는 시기와 상황과 처지에 따라 깨달음과 이해가 다를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저자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한 저자가 논하는 철학의 의미가 무엇인지 헤아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주의를 해놓았군요. 서로가 대등한 위치가 아니고서는 이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저자 역시 미리부터 내비취고 있네요.

우리의 아집과 기존의 방식의 체계를 가지고 의문과 반기를 든 상태에서 억지로 이해 하려하기 보다 하얀 도화지에 무념무상의 평화로운 상태에서 의식의 흐름 자체를 붓가는 대로 그리듯, 개울가를 지나다 맑은 시냇물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담가보듯 자유로운 무공해와 신선의 마음으로 돌아가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그저 허심한 상태에서 귀 기울여 받아들여 보면 좋겠군요.

여하튼 저는 당시에는 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어느 부분은 외우듯 밑줄을 짙게 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읽다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겠지요. 그런대로 넘어가면서 계속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제 삶에 혁명(꿈)을 간직하여 이뤄보고 싶다는 강렬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하면 될 것 같이 자신만만했고 긍정적이었고(꿍심이었던가?) 두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혼자 세워 두었던 계획이 살면서 둘에게는 잘 맞추어지지 않아 안타깝게도 혁명은 어디로 가고 쓰라린 실패감 속에서 오래 좌절하여 헤매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그때 세워둔 계획이랄 지 꿈인지가 있어서 혼자라도 이루어갈 수 있다는 신념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기도 했지요. 모든 것이 다 떠나고 잃고 없어졌을 때에도 남아 있는 유일한 실체였고 구체적인 버팀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내가 세운 계획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아집인지 고집인지 독선인지 혹은 발악이나 오기인지를 아직도 버리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질문 하신 내용을 보면서 처음에는 요즘 사부님께서 쓰시는 '무뇌'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본문을 펼치면서는 '멍청하게' 라는 말을 찾아보았구요. 저는 그저 무심히 마음을 평정하여 내려놓고 아무런 계획이나 시달림 등에 압박 당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자신을 열어 놓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과 만나며 저자의 철학에 집중하면서 이해 가면 가는 대로 안가면 안가는 대로 몇 번이고 읽다가 정 모르겠으면 그냥 넘기는 식으로 받아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그것에서부터 자신에게 들어오는 생각이라는 것이 있을 테고 그러한 것들의 지각을 통해 그것을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 우리 내면의 변화이고 현재를 혁명해 가는 가장 우선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생각이나 말이 모두 신념이 되지 않듯 신념으로나 행동까지 이루어가려면 마음의 밑바닥에까지 내려가 현실을 자각하여 얻은 심연에서 끌어올린 가장 진솔한 자신과의 대화와 절실한 깨달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년 전 그때에는 그렇게 까지는 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폼만 잡으며 멋을 부린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계획만 있었지 내면의 나와의 진솔한 만남, 즉 주제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럴듯한 포장으로 감싸려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리만큼 만만했고 해보고 싶은 것, 그렇게 살면 무난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던 것이겠지요.

이곳 변.경.연에 와 연구원에 지원하면서는 20쪽의 개인사를 써내야 했는데 그때에도 별로 버리거나 할 것 없이 20여년 전 그 내용들이 그대로 담겼고 꿈벗 프로그램에서 꿈 풍광을 그릴 때에도 뼈대는 이미 오래 전 내 의지로 써보았던 그러나 세상살이에 찌들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꿈들을 고스란히 올려놓게 되더라고요. 저 자신이 깜짝 놀란 부분이기도 했지요. 오늘 우연히 이용님의 글로 인해 잠시 전 <자기로부터의 혁명> 앞 부분을 조금 읽으면서는 다시금 읽고 생각을 정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읽어야 할 많은 책들 때문에 맨날 차일피일 미우었는데 말예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네요.

재무설계 등을 통해 라이프 플랜 등을 이미 짜보셨을 테지만 미시적인 계획과 거시적인 계획을 생각해보고 연결하다 보면 그 안에 조율 되는 것이 있고 좀 더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그려나가야겠다고 하는 인식들이 들어차게 되잖아요. 조금씩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하게 짜가면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지 않을 수 없구요. 자주 보고 다짐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수정해 가는 벗들도 있어요. 내면의 의식과 표출되는 행동이 조화로울 때 건강한 하루하루를 살게 되지 싶어요. 계획을 세웠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혁명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참고 견뎌내는 실천의 힘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테니까요.

저 같은 사람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놀리잖아요. 그렇듯 사실 별로 해드릴 말씀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잘 알아도 공연히 힘이 빠지고 부칠 때 따로 또 같이 해보자는 것이지요. 적절한 답변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받아드리는 분이 잘 받아들여주면 만사 OK! 이지요. 그럼 이만.


햇빛처럼님, 좋다기 보다 정신 차려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내가 제 머리 못 깎는 중이잖우. 이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지.
부족한 내가 보여서 자꾸만 숨고 싶은 요즘이라오.

어? 어디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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