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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8일 16시 58분 등록
제 인생은 혹시 제 눈에만 슬퍼 보이는걸까요? 그래도 저의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현재를 생각했을 때의 미래도 너무 슬픕니다.

저의 슬픈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시작됩니다. 유아시절부터 동네에서 맞고 자라서 할머니를 걱정시키던 아이였던 저는, 그러나 어디서 그런걸 배웠는지 '재네 때리면 재네가 아프잖아'라고 하면서 절 때린 친구들을 혼내 주시려는 할머니를 말렸다고 합니다. 게다가 남달리 운동신경도 없어 도무지 내 몸이 내 생각대도 움직여주지 않았고, 그래서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걸 싫어하였습니다. 부모님이 운동회 때 보러 오시는 것도 싫었고, 체육시간에 친구들이 절 보며 웃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주구 장창 책만 읽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부모님이 하시던 사업이 망해서 집도 날라갔습니다. 내 방이 없어져 아버지와 같이 자야 하는 사실이 슬펐습니다. 등록금을 못 내 교무실에서 불려갔을 땐 펑펑 울었습니다.

다행히 그 와중에 공부는 잘 했습니다. 한국에서 한 10군데 정도 못 가고 가고 싶을 대학은 다 갈 수 있을 수능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6년간 학교를 다녀야 된다는 부담감에 한의대에 가지 않고 공대를 진학하였습니다.

공대에서도 대책없이 3학기나 휴학하였습니다. 등록금을 어떻게 스스로 벌어 볼 생각도 못해보고 대책도 없이 그냥 그냥 아르바이트 하다가 군대를 갔다 오고 제대를 하였습니다. 제대 후에도 뭔가를 해봐야겠다 계획도 없이 그냥 그냥 학자금 대출받아가며 다녔습니다. 그래도 웬지 수학은 재밌어서 수학관련 과목은 열심히 들었지만, 나머지 과목은 학점도 엉망이었습니다.

졸업 후에는 전공과는 전혀 관계도 없었던 sw품질 관련 업무를 맡게 되어 현재까지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품질이 중요하다, 품질경영이다 하지만 회사는 항상 눈 앞의 이익에만 혹하고 품질은 뒷전입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의 소지를 찾기 위해 품질을 닥달합니다. 품질이란 업무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지만, 품질을 개발보나 낮게 보는 시선이 싫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박차고 나가기엔 장애가 너무 많습니다. 부모님은 여전히 돈이 없으십니다.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정말이지 있는게 없으십니다. 그래서 저에게 너무 큰 돈을 요구하시곤 합니다. 결혼한 친구들의 이쁜 와이프와 귀여운 자녀들을 보면, 그런 일상적인 행복이 저에겐 사치란 생각이 들어 우울해 집니다.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돈을 벌어 무언가 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대출받은 돈 갚기가 빠듯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연민이 습관화 되 이러한 과거의 기억들을 꼽씹으며 우울해 하는 저 자신이 싫습니다. 제가 눈물이 많아서일까요? 슬픈 기억을 떠올리며, 슬픈 미래를 상상하며 혼자 우는 제 자신이 불쌍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저에겐 목표가 있습니다. '품질'이란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문제 생기고 뒷북치는 품질 활동이 아닌, 전체 프로세스 상에서 품질을 높을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 개선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습니다. 또 은퇴 후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 가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집도 사드리고 걱정없이 사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렇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아 보이기만 해 답답합니다. 제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아니면 갑자기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져 경제적 문제가 모두 해결되면 이 자기 연민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요?

오늘도 어느 구석에서 청승맞게 울고 있는 30대의 한 남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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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2008.04.18 23:20:59 *.187.95.178
슬픈사람님의 글 속엔 왠지 모를 희망이라는게 느껴집니다.
울고 있다는건 어쩌면 소망이 있어서이겠죠.
소망을 갖고 있는 한 희망이 보이는게 인생 같아요.
님이 갖고 계신 것을 생각해 보심이 어떨런지요.
부모님이 다 살아계시고, 영민한 머리가 있고, 따뜻한 마음이 있잖아요.
슬픈사람님만의 행복을 찾아 보세요.
그게 무얼까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
분명 있을 겁니다.
사회적인 성공과 돈 말구요.
우리 모두가 찾아야 할 것은 자기 나름의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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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19 12:24:57 *.36.210.11
그저 함께 살아가는 것...

우리 자신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우선은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잘 해 오셨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어떤 결과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과정을 살아가는 동안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요.

슬픈사람의 꿈 한 번 도전해 보는 거지요 뭐.

<'품질'이란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문제 생기고 뒷북치는 품질 활동이 아닌, 전체 프로세스 상에서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 개선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습니다. 또 은퇴 후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 가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집도 사드리고 걱정없이 사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상을 지금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아시지요? 슬픔이 곧 행복이라는 것도요.

어느 이는 슬픔으로 글을 쓰고 일을하여 돈을 벌고 사회생활도 하고 사랑하고 생활하고 배우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 살아가기도 하지요. 그게 뭐가 어때서요? 자기 연민은 현실의 벽과 함께 살아가는 것일 뿐 그리고 또 한사람의 삶의 방식일 뿐 그것이 나쁜 거나 슬픈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속에서 살아나갔을 뿐이지요.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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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04.19 13:03:34 *.206.243.28
인생이 링과 같은 무대라면

승자는 실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끈질기고 강한 기상을 가진 사람이 승자가 됩니다.

-- 제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 입니다.--

저도 제 문제를 해결 못하는 범부중생인지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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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04.19 15:00:25 *.46.147.2

^^
좀 지치신 것 같군요...

도움이 되셨으면 해서 이런 저런 글을 썼다가 문득 깨달은 생각이

' 좀 지쳐서 쉬고 싶어하는.'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려운 길을 걸어 오셨으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변경연) 좀 쉬시고 힘이 생기시길 비랍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은 꿈이나 강점 자체도 없습니다. 덧없이 흘러갑니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 후회합니다. 반면에 이 곳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차원을 높이려고 하시는 분들입니다.

님께서도 그러신 것 같습니다.

연민이나 고통을 느끼는 것은 자기의 목표에 대한 확신이 약해질 때 생기는 것입니다. 자신의 목표에 대한 확신이 강하면 연민이나 고통은 하나의 수단이고 과정이 됩니다. 극복하면 불행하고 어려운 일도 즐거움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기만족의 상당한 부분이 사회적 보편성이나 타인의 인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재, 님의 품질관리 능력은 아직 스스로 확신이 설만큼, 또 사회적 승인과 보상이라는 수준까지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님께서는 이미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셨으며 확실한 목표-강점-를 가지고 계시니까 계속 가시면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렵고 힘드실 때는 가야할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많이 왔다고 생각하시는게 어떨지요,,, 실제로 관찰자인 저의 눈에는 곧 성과가 나타날 것 같습니다.

미래는 항상 예정일 뿐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멀고 가깝게 보이는 것도 현재의 위치에서 보는 사람의 생각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길은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거든요...

좋은 주말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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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2008.04.22 10:52:28 *.76.121.46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Q 나이 서른이나 됐는데,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에게 착한 딸, 동생들에게 멋진 언니가 되도록 웬만한 학벌과 직업 가지고 때 되면 결혼하고 아이 생기면 들어앉아 남편이 벌어오는 돈에 기대 살림하고 살아야 하나. 아니면 적성과 꿈을 찾아 나이나 주변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돈이나 내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아야 하나. 대학과 대학원 졸업하고 연구원으로 벤처기업에서 일한 지 1년8개월. 고등학교 때는 공대가 나랑 잘 맞는 줄 알았고, 또 한창 잘나가는 분야이기도 해 성공하고 돈 벌고 싶어 이쪽으로 왔다. 그렇게 대학원에 들어갔지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깨닫고도 이왕 시작한 거 본전은 뽑잔 심산으로 취업해 2년 버티고 그 담에 생각하자 했는데 슬슬 그 시기가 다가오니 일도 싫고 회사에 매일 나오는 것도 답답하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 박혀 있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때려치우자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성격상 무작정 때려치우면 방콕폐인이 될 게 뻔하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A

0. 그거 아나. 당신 같은 사람 우리나라에 참, 많다. 나이 서른에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도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단 사람들, 부지기수다. 사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단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젠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모른다는 거다. 당신 진로를 대신 택해 줄 재준 없다. 하지만 후자의 문제라면, 지금부터 뭘 고민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겠다. 오늘은 그 이야길 해보자.

1. 지난 아테네 올림픽 때다. 우리 리포터가 풍물취재로 한 어부를 인터뷰했다. 잡은 생선 중 크고 좋은 놈들 따로 놓는 걸 보고 리포터는 당연하다는 듯 이쪽 상등품은 팔 거냐고 묻자, 어부는 무슨 소리냔 표정으로 먹을 거란다. 왜 값을 더 쳐줄 물건을 팔지 않냐 하자 나머지 판 돈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단다. 좋은 놈들은 와이프랑 먹을 거란다. 행복관이 판이한 게다. 이런 어부, 우리나라엔 없다. 왜. 우린 그렇게 배우질 않는다. 스웨덴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인간은 소유욕과 존재욕구를 가지는데 소유욕은 경제적 욕망을, 존재 욕구는 인간과 인간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뜻한다고. 그런데 그 존재 욕구를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건 병적 사회라고. 공교육이 처음 가르치는 게 그런 거다. 사회 시스템 역시 그 가치관에 기초해 구축되고.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건 그렇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그 기본 태도에 관한 입장이어야 한다. 우린 그런 거 안 배운다. 대신 성공은 곧 돈이라는 거. 돈 없으면 무시당한다는 거. 그 경쟁에서의 낙오는 인생 실패를 의미한단 거. 그렇게 경제논리로 일관된 협박과 회유로 훈육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초식동물처럼 산다. 초식동물의 군집은 가장 뒤처지는 놈이 포식자의 먹이가 되어 나머지의 안전이 잠정 담보되는 시스템이다. 거기 공적 신뢰 따윈 없다. 결국 끝줄에 서지 않으려 끊임없이 서로를 경계하며 두리번거리는 왜소하고 불안한 낱개들만 남을 뿐.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시도할 겨를도 없고 엄두도 안 날밖에. 우리네 평균적 삶이 그렇다. 여기까진 위로다. 갈피를 못 잡는 건 당신만이 아니란 거다.

2. 그러니 이 땅에서 어떻게 살 건지는 스스로 깨치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게 자신이 무엇으로 만들어진 인간인지부터 아는 거다. 언제 기쁘고 언제 슬픈지. 무엇에 감동하고 무엇에 분노하는지. 뭘 견딜 수 있고 뭘 견딜 수 없는지. 세상의 규범에 어디까지 장단 맞춰줄 의사가 있고 어디서부턴 콧방귀도 안 뀔 건지. 그렇게 자신의 등고선과 임계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윤곽과 경계가 파악된 자신 중, 추하고 못나고 인정하기 싫은 부분까지, 나의 일부로,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혀 멋지지 않은 나도 방어기제의 필터링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되는 지점, 그런 지점을 지나게 되면 이제 한 마리 동물로서 자신이 생겨먹은 대로의 경향성, 그런 경향성의 지도가 만들어진다.

거기서부턴 더이상 자신에 대해 관심이 없어진다. 더이상 자기합리화나 삶에 대한 하찮은 변명 따위에 에너지 소모하는 일, 없어진단 이야기다. 그리고 그때부터 모든 에너지는 생겨먹은 대로의 나를 세상 속에서 구현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더이상 눈치 보거나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 다음부턴 쉽다. 꿈이니 야망이니 거창한 단어에 주눅 들거나 현혹되거나 지배당하지 말고, 그저 자신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 가보고 싶은 곳들, 만나보고 싶은 자들 따위 리스트를 만들라. 그리고 그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라. 사람이 왜 사느냐. 그 리스트를 지워가며 삶의 코너 코너에서 닥쳐오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만끽하려 산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건투를 빈다.
- 딴지일보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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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업무를 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저도 같은 업무를 하면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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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2008.04.23 11:37:39 *.235.179.201
여러분들의 말씀 가운데 도움되셧으리라
생각들구요.

저는
운동을 권해 드리고 싶어요
본인도 모르는 몸에 관한 취약점을
알게 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요

몸도 영리해 진다면...
다른 시각으로 사고를 하게 될 것 같아요

감히 한 줄 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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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
2010.04.24 18:45:30 *.229.236.218
품질을 개발 보다 낮게 보는 시선들에대해
님이 확 보여 주세요.
품질이 높여 지면 개발만 안하고 있어도 된다구요..
저는 감히 님의 전문적 영역을 모르는 객이지만
자신의 영역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계신분이고
남의 아픔을 먼져 생각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는 분이니
결혼을 안 하셨다면 분명 좋은 배우자를 만나시리라 여겨지네요.
꼭 돈이 있어야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여러 무료 강좌와 위에 분 말씀 대로
간단한 운동이나 산책으로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보세요.
분명 좋은 날이 오리라 생각듭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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