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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님께서 2008662005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요즈음의 많은 젊은이들에 비해 님은 스스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계시니 기본적으로 준비되어진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자신의 능력을 현실에 적용함에 있어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별히 ‘혼란’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아 더욱 그렇습니다.
생각이란 현실을 지탱하고 미래를 안내하는 도구입니다. 많은 책을 보신 것으로 보아 사유능력은 충분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생각은 단지 도구에 불과합니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정서에 지배받기 때문에 사유능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일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의 정도나 직업에 대한 의미와 가치 같은 것은 생각의 방향을(긍정적인, 부정적인 사고) 유도하는 근원입니다. 즉 내가 어떤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는 그 일에 대한 나의 태도가 어떤가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태도의 관점에서 사람들은 일단 일을 갖게 되면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됩니다. 보통 이러한 새로운 고민으로 생기는 것이 일이 힘들거나 즐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이 즐겁지 않은 것은 그것이 자신이 기대하는 목적(행복)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기대하는 것(만족할 만큼의 돈, 즐거움)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원인의 대부분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일의 양이나 난이도가 지속적으로 많거나 높아서 과부하가 걸려서 그렇습니다.

꼭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성실하시고 능력이 있으니까 일이 많은 것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남의 눈치를 보며 사는 것은 더욱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모든 일을 다 잘 해야만 성실한 것은 아닙니다. 요령이라는 것이 좀 필요하실 것 같습니다. 일이 많아 힘들다는 것은 일을 처리하는데 드는 시간과 일을 처리하는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거절하는 요령도 필요하지만 시간을 버는 요령과 도움을 청하는 요령을 습득하시는 것이 필요하신 것 같습니다. ‘힘들어서 못 하겠습니다’ 라는 거절 방식보다는 ‘그걸 하려면 이걸 좀 도와 주시거나 이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아니면 시한을 길게 잡아주십시오’ 라는 요령이(이것도 일종의 거절입니다)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교과를 담당하시는지 모르지만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교과나 일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일을 창의적이고 활동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과목표(내용)를 달성하는 수업목표(내용)들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습평가에서 긍정적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중학교 때 저의 영어선생님은 단편소설을 이야기로 들려주시거나 시를 가르쳐 주시며 영문법을 가르치셨습니다. 아직도 기억합니다.

교사가 꼭 봉사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학습능력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방법일 뿐입니다. 그것이 교사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적인 승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헌신이나 봉사도 결국은 행복을 추구하는 한 방편일 뿐입니다.

님은 기획이나 창조적인 능력이 있으시니 창조적인 교수법이나 활동적인 방식으로 수업이나 엄무처리를 해서 성취감을 얻으시고 만족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한 귀인을 부모에게 돌리고 있는 점은 좀 유감스럽습니다.
님의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니고 무능한 사람도 아니니 부모님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님이 스스로 기대하는 삶에 못 미치는 것은 부모의 영향이 때문이 아니라 지금 님이 현실에 적응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니 부모님 탓은 안 하시는게 좋을 것 같군요. 저는 자식을 이기는 부모를 본적은 없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본인의 성향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부모의 의존도가 높고 지나치게 많은 것을 부모에게 요구하거나 책임으로 돌림니다. 그건 좀 아닌 듯 합니다. 대학까지 가르치고 안정된 직업을 갖도록 권해준 부모가 원망을 듣는다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점에서만 부모가 책임을 져야 되겠지요...
요즈음에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거나 능력이 부족한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느라 일이 없는 젊은이가 많습니다.

성인이 되면 자식은 부모에게 아무것도 요구해서도 안되고 도리(책임)를 물어서도 안됩니다. 부모가 그것에 책임을 져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부모는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살 수 있으면 그것으로 도리는 다한 것입니다.

저는 그 대신에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며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하고, 또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며 그만 두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독립해서 돈 벌어서 생활하고, 또 하고 싶은 일 하면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도 스스로 져야합니다.
저의 부모님은 제가 부모의 동의 없이 원하는 일을 해도 서운해 하시기는 했지만 반대하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책임도 져주시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벌인 일은 책임도 자신이 져야한다.’ 셨지요.

삶에 있어서 새출발이란 있었던 세계와 단절하고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있었던 세계에 좀 더 충실히 하는 것 즉 님의 경우에는 일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자신의 시야를 바꾸는 것도 새출발의 한 방편입니다. ‘있었던 세계의 고통이 새로운 세계의 모험보다 낫다“ 말을 고려해보시고 위안이 되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세상과 행복한 직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힘과 능력을 갖추면 행복한 세상과 행복한 직업이 되는 것입니다. 행복해지시려거든 좀 더 열심히 하든지 아니면 행복의 규준을 낮추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에 행복해지고 싶은 새로운 길을 찾고 싶다면 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의 목표(선택)를 분명히 하고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님의 글 속에는 현실이 싫은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 행복하거나 행복해질 일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창조적인 일이나 돈 많이 버는 일 정도일 뿐...)
목적지 없이 떠나는 배는 표류하기 마련입니다. 돈, 즐거움, 창조적인 일등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또는 가는 수단이나 방법 속에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지는 (목적지는 일입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준비 없이 항구를 떠나는 배는 목적지에 당도할 수 없습니다.
물이나 식량의 준비없이 오래 정박해 있는 것이 지겨워서 항구를 떠나는 배는 없습니다.


삶이라는 여행 혹은 우리가 일이라고 부르는 여행은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것입니다. 또 그래야 세월이 가고 난 뒤 주막에 머무를 때 보람이 있습니다. 이야기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님은 그 여행을 할 수가 있지 않습니까? 많은 젊은이들이 일마저 갖지 못하고 고시원과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위안으로 삼으시기바랍니다.

저는 이 곳에 댓글을 달 때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적습니다. 정성을 들여서 쓰는 것은 비록 그것이 소소한 일이라도 남의 삶에 관여하는 일은 무책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도 정리가 안되서 올리지 못하는 댓글이 많습니다. 서운한 대목이 있을지 모르지만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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