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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p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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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9일 20시 40분 등록
상담을 부탁드리는 입장에서 숨김없이 더 보태지도 덜지도 않고 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읽고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군단위 고등학교 졸업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고 모대학 캠퍼스에 수시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보았고 결과가 좋게 나와서 주위의 권유로 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재수를 시작했지만 공부가 재밌지가 않았습니다. 새로운 공부가 아니어서 흥미도 없었고, 놀고 싶었고, 제가 오만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6월에 아버지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응급차를 타고 경희의료원에 와서 목수술을 받으셨고 1달가량 병원에서 살았습니다.

어느정도 쾌차하시고 부모님은 시골로 내려가시고 저는 광주로 가서 대학에 다니는 친구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차사고는 보험처리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집안 형편이 안좋다는 이유는 표면적이었고 외로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친구를 찾고 싶었고 몇 달뒤의 수능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공부할 때에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으니 철이 없던 거였지요.

그리고 수능에 자신이 없어져서 다시 그 잘난 수시를 쓰고 떨어졌습니다. 하향지원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합격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오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을 한심하게 보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마땅한 신분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한 개인이 삶의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한거였으니깐요. 그래서 올해도 마땅히 하는 일 없이 대학입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변덕스럽고 불안하고 이기적이고 좁은 마음을 보이면 제가 주변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게 너무 슬픕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또 도망가고 싶습니다. 얼마나 약한 마음인지..
또 실패할까봐 불안합니다. 무슨 대학, 무슨 학과에 갈지 마음도 정하지 못한 채 대학생이라는 하나의 신분과 권리를 얻기 위해 대학에 가려는 제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아직 고등학생일때 정규교육을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같은 십대들의 글을 읽으며 제 자신은 어쩐지 한심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주변이 맞춰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이끄는 대로 밖에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니깐요..

한국에서 대학도 가지 못하고 마땅한 저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몇 년을 보내다보니 마음은 더 거칠어지고 젊음의 열정도 식는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꿈이 없는것도 아니지만 제 상황, 아니 저에 비해서 너무 고상한 꿈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비웃고 있습니다. 대학 입시에 실패한 사람이 이룰 꿈은 있을수 없다는 듯이 말이죠.

그래도 무기력하게 살다가도 갑자기 길을 걷다가 번쩍 정신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가슴을 쾅쾅 두들겨 치는 현명한 사람의 글을 읽을 때도 그렇고 제 주변의 사람들이 맑은 눈빛으로 저를 쳐다볼 때도 그렇고 구름낀 하늘을 바라볼 때도 그렇고 빗물이 치는 시멘트의 작은 웅덩이를 봐도 그렇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거대한 우주로 보일 때도 그렇습니다.

어느순간 저는 제 자신에게 "비루하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천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맹목적인 자신감은 여전합니다.

변화하기 위해서 저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역시 혼자는 어렵습니다. 힘들고 쉽게 포기하게 되고 흔들리게 됩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손톱에 콕콕 박히는 가시처럼 아프게 배우고 있습니다.

참된 나는 모든 것과 소통한다는 것을 위로삼아 이 글을 쓰며 다시 마음을 잡고 노력해보겠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무엇으로부터 저 자신이 거부당한 느낌이 든다는 것은 제가 진실되지 못하고 간절하지 못하다는 거겠죠?

예전에는 모든 것은 이미 정해진대로 계속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깐 허무할 수 밖에 없었고 저 자신부터 한심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변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좋은 사람들이 되서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잡겠습니다. 저 자신에 대한 든든한 믿음에 뿌리 내리도록 비도 뿌리고 햇살도 드리우고 바람도 물어다 주겠습니다.

마음의 자리를 낮추고 겸손하게 지금 제가 할 일을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계속 제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역사를 읽다보면 저 자신의 삶이 제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힘들다고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제 생명을 없앤다는 것은 제가 함부로 할만큼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생명이 그렇겠지만요..

대학을 선택하고, 학과를 결정하고, .. 모든게 11월이면 결정 나겠네요.^^
졸업한 학교에 찾아가서 다시 수능 원서 접수하는 것도 무척 창피하지만 제가마땅히 책임져야할 부끄러움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쓰고 나니깐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하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IP *.78.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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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7.10 08:50:26 *.253.249.69
hippo씨!
나에겐 딸이 넷있습니다. 그중에서 막내의 이야기를 해야 되겠습니다. 인물도 이쁘고 공부도 잘해서 넷중에서 제일 귀여워하는 딸이 였지요. 그런데 첫해 수능시험의 성적이 좋지를 않해서 재수를 했습니다. 다음해도 본인이 원하는 대학은 가질 못해서 또 삼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서강대국문과 두째해에는 홍익대에 세째해에는 아주대 정도이 합격했습니다. 재수를 할수록 학교는 점점 저하되어서 4수를 하고는 대학을 포기 하였습니다. 4년동안 엄청 고생만하고 어린소녀가 중늙으이 모습으로 변한 네째를 발견하고는 얼마나 맘이 아팟는지 모릅니다. 모두 딸애와 나의 욕심에서 비릇된 것이 였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보냈습니다. 어학 연수과정에 와세다 대학에 시험을 쳐서 입학하고 지금도 공부 중에 있습니다. 물론 나이는 훨 지난 지금에서야 대학생활을 하지만 공부를 잘해서 전액 등록금면재와 생활보조까지 받는 문부성 장학생으로 아르비이트를 해가면서 부모의 보조를 받지않고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나는 막내의 행로를 자랑으로 기고 한것이 아니라 hippo님이 끝까지 자신의 일에 매진하면 뜻을 이룬다는 걸 이야기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초심을 유지하는것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재수 삼수 등 늘어 날수록 긴장감은 작아집니다. 첫사랑 이후에 남잘 만나는 여인의 마음같이 순수성도 적고 긴장함도 적어지기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마라. 그러긴 위해서는 기도를 하세요. 아침에 읽찍 일어나시면 샤워하고 난후에 짧은시간 이 나마 나의 종교의 방식대로 기도를 하고 공부를 시작하세요. 그리고 많이 돌아다니지 마세요. 나는 꼭 원하는 학교에 들어간다는 믿음을 가지세요. 그리고 현재의 시험박식, 그리고 매사를 공경하십시요. 그 네가지 방법이 현재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방법입니다.

"관而不遷 有孚옹若"
<몸과 마음을 씻고 움직임을 적게하고 믿음을 가지고 공경하라.>
수행(修行)과 신앙(信仰)을 실천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고 뜻을 이루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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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2007.07.10 11:38:56 *.187.233.3
긴 글 잘 읽었습니다.
남들보다 늦어 조바심도 나고 또 실패할까 두렵기도 하고..
남들과 비교해서 못난 것 같은 자신에 대해 부끄럽기도 하군요.

사실 지나서 보면 1~2년 뒤처진 건 아무것도 아니라 느낄 겁니다.
오히려 지금의 혼란과 방황을 통해
인생의 소중한 교훈을 배울 것입니다.
혼란 속에서 배움이 있다고 하지요.

두려움과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변화하고자 애쓰는 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스스로 마음을 천하게 먹고 있음을 알아차린 것으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부끄러움을 피하지 않고 용기있게 직시한다면,
오늘 여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어느새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혼자 너무 애쓰지 말고,
함께 할 수 있는, 격려해 줄 수 있는 사람들도 찾으세요.
이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선택하는 길이 더욱 빛나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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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픔씨
2007.07.10 17:20:31 *.49.3.73
초아님의 답변이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늘 그랬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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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po
2007.07.10 22:55:23 *.78.29.44
초아님 김지혜님 늘픔씨님^^; 그리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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斗海
2007.07.10 23:43:11 *.244.221.2
글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비슷한 건 아니지만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답글을 올립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용기를 가져라 입니다..
변화 하고자하는 용기, 하려고하는 의지, 그리고 실행력만 있다면 이 세상에서 성공하기 정말 쉽습니다..세상을 만만하게 보는것도 문제지만 너무 어렵게만 보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단 "세상 뭐 있어..어차피 본전이다"라는 생각으로 부딪치시기 바랍니다. 용기를 가지세요...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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