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157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난 책을 사서 읽는 편입니다. 줄도 치고 접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책 읽는 법의 차이지요. 좋은 책은 한 번 보고 끝나지 않아요. 그리운 사람 만나 듯 다시 보게 되지요. 그때 내 손때가 묻어 있으면 반가워요. 그게 내가 내 책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내용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책을 읽을 때의 생각과 장소와 상황도 중요해 보여요, 책은 친구 같은 것이라 곁에 두고 원할 때 만나면 좋지요.
1차 정리한 것은 첫번째 인상에 불과 합니다. 자주 들여다 보다 보면 다른 얼굴들도 보여요. 책의 행간을 읽게 되는 셈이지요. 여러번 읽다보면 그 진의를 더 잘 알게 되는 연애편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콤마와 행간과 토씨 하나하나 다른 의미로 살아나는 편지들은 개인적 사유물 중의 사유물이지요. 그게 내 생각입니다.
책은 출판사가 마구 뿌린 홍보전단과 인쇄물은 아니지요. 그것은 저자와의 만남이며, 동시에 독자가 자신의 책을 다시 한 권 개작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독서는 어떤 책이 독자의 정신 세계 속에서 다시 쓰여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 마다 만남의 순간과 눈짓과 설전과 공감이 공존하는 커피집이나 술집 같은 곳이지요. 거기엔 자신만의 인생의 어떤 순간들이 있단 말이지요.
난 내 책을 다시 보면, 그 페이지 속의 어떤 부분에 줄을 쳐 놓았던 그때의 내 마음과 만나요. 그리고 어떤 때는 이렇게 멋진 생각에 줄을 치지 않고 그냥 지나갔던 경솔함을 탓하기도 하지요. 마치 떠나간 여인이 왜 떠나는 이유를 말하려 하지 않았는 지를 나중에 알고 후회하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스승의 말을 후에 시간이 많이 지나 깨닫게 되는 즐거움도 있구요.
난 내 책이 좋아요. 그러나 도서관에 가서 다른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책들을 보는 것도 싫지 않습니다. 아마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좋은 책만 사는 것이지요. 삶이 만일 합리적이기만 한 것이라면요.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50 | 새로운 직업으로의 선택 | 정병주 | 2004.03.06 | 1517 |
1549 | -->[re]적성과 흥미. [1] | 김미영 | 2005.03.17 | 1517 |
1548 | 어떡하면 될까여?? | 어떤이 | 2003.09.05 | 1518 |
1547 | 상담부탁드립니다. | jin | 2003.12.07 | 1518 |
1546 | ---->[re]하기 싫은 일을 피해서라기 보다는 | rumpen | 2004.01.19 | 1518 |
1545 | -->[re]가르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요 | 구본형 | 2004.01.28 | 1518 |
1544 | -->[re]지금 표현햔 한 것이 진실이라면 | 구본형 | 2004.09.05 | 1518 |
1543 | -->[re]글쓰기에 대하여 - 나만의 취향 | 구본형 | 2005.03.27 | 1518 |
1542 | 자기 개발에 관한 질문 | 김희정 | 2005.04.13 | 1518 |
1541 | ---->[re]모르긴해도 아마 다 그럴걸요 | 김종기 | 2003.09.26 | 1519 |
1540 | 4년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 팬 | 2005.04.09 | 1519 |
1539 | -->[re]글쓰는 법 | 구본형 | 2005.07.23 | 1519 |
1538 | -->[re]전공에 대하여 | 구본형 | 2004.03.02 | 1520 |
1537 | 취직에 관한여 | kazma | 2004.09.01 | 1520 |
1536 | 꿈이 너무많아서요.. | Dreamangel | 2003.10.01 | 1521 |
1535 | 미래진로에 대해서.... | 이태진 | 2004.03.14 | 1521 |
1534 | 고민 ^^ | 쟝 | 2004.07.06 | 1521 |
1533 | 뭐가 잘 못 된 걸까요? | 답답합니다. | 2004.07.22 | 1521 |
1532 | 내가 갈길, 마이웨이는? | 스마일맨 | 2004.08.17 | 1521 |
1531 | -->[re]기준은 한가지 | 구본형 | 2004.09.17 | 1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