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고민

여러분이

꾹입니다요.님께서 20102251945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써니님의 글을 오늘 아침에 확인하고 저는 세번 놀라고 감사했습니다.
첫째는 글을 보는 순간 그 방대한 분량에 그랬고,
둘째는 저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내공에 그랬습니다.
처음에 제가 글을 올리려고 마음 먹었을 때는 그래도 고민을 들어달라고 하는 것인데 좀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이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가
기분도 안 좋은데 시시콜콜한 얘기를 써내려가는 것이 내키지도 않고 해서 혼자만의 넋두리를 실실 토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써니님께서 제가 표현 하지 못했던 구체적인 상황들을 이토록 시원하게 긁어주시고 더불어 이 짧은 글속에서 저의 성향까지 거의 정확하게 추측을 하신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조언해 주신 내용들을 곱씹으며 아내를 생각해 보니 제시해주신 해결책이 바로 아내가 원하는 것이었다는 순간적인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는 휴전을 선포하는 것을 잘 못합니다.
싸우고 나면 아내는 나중에 얘기하자하고 휴식을 취하고자 하지만 저는 당장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저의 성장과정에서의 문제입니다. 어린시절에 부모님의 이혼으로 한창 사랑이 필요한 시기에 엄마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 저는 그래서라고 봅니다 - 저는 어린시절부터 지금의 아내와 사귀었고 친구와 선생님들이 나의 엄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지 않으면 너무 슬픈... 더욱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배경을 더 말씀드리자면 얘기가 길어질 것 같고, 여하튼 지금도 아내가 제안하는 휴전은 '나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널 버리고 떠나버릴꺼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집니다.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벌거벋고 명동거리 한 복판에 서 있다면 이정도 화끈 거릴까요?
남자로서 이런 생각을 가진다는 것을 들켜버린다는 두려움과 부끄러움, 그러나 그게 어쩔수 없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이 팽팽하게 맞서서 저를 힘들게 하는군요.

아.... 벌거벗었더니 머리가,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더 이상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써니님께서 써주신 내용을 되새김하며 다시 한번 내면을 탐색해 보고 싶은데,
내게 덕지덕지 붙어서 생각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오징어 껍데기 벗겨내듯 벗기고 싶은데 어떻게 벗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예전보다 좀 나아진걸 보면 천천히 치유가 되고 있는것 같긴한데,
순간순간 살아 나오는 것을 보면 아주 깊히 박혀 내가 약해질때를 기다리고만 있는 것 같습니다.

서른 여섯이라는 나이를 먹으면서 사회에서는 서릇여섯 행세를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아직 성장하지 못한 유아기의 내면을 표출하고 싶은 욕구와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보여야 하는 모습과 또 다시 충돌하면서 저와 아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내면 탐색...
20살 때부터 해왔지만, 예를 들어주신 것처럼 그렇게 치열하게는 해보지 않았습니다.
이것으로 제가 걱정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할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한 번 해보겠습니다.

답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되새김질 하면서 행간의 담긴 뜻을 깨우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루살이님과 ^^님도  답변 감사드립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