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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향기님께서 20075101743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지..조언을 한다고 해도 도움이 될지..두려워서 감히 댓글을 달지 못했습니다. 사실, 님의 글을 읽고 심각한 무기력 증세에 빠진 가까운 이가 떠올랐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어..대학마저 중퇴하고 10년이 넘도록 하는 것이라곤 무협지와 온라인게임밖에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요.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화도 내보고 용돈을 끊어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고 정신과 상담을 받게도 하고..별의별 짓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별 소용이 없습니다. 대화마저도 중단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저의 오빠입니다.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그 어떤 노력도 별 소용이 없으니까요. 여러가지 원인진단도 해보았습니다. 권위적인 아빠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마찰들..감정표현이 익숙치 못한 소극적 성격..자기앞길 잘 헤쳐나가는 형제들에 비교한 열등감..하지만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본인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까요. 부모님은 지금 거의 포기하신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최근 같이 살게 되면서.. 오빠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모든 인간은 존귀한 존재이고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오빠로 하여금 자발적인 의지를 갖게 할 그 무언가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 이유는 변화의 시작은 언제나 나 스스로이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의지도 없는 사람에게 밥 떠먹여주고 옷 입혀주고 돈 쥐워주는 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의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만 조언도, 격려도, 정보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열정을 불태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그것을 찾지 못한 것일 뿐이죠. 열정을 가질 무언가를 발견하면, 돈이 없는 것도 능력이 없는 것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빠가 열정을 가질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많이 고민중입니다. 대화를 강요하고 싶지도 직장을 가지라고 닦달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일상생활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서서히 발견해 나가고 자신의 숨겨진 욕구와 느낌을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열정을 바칠 것을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합니다.

딴 얘기를 너무 길게 하고 말았네요. 님의 글을 읽어보면 모든 문제가 얽히고 얽힌 것처럼 보여 도대체 무엇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어렵워 보이기만 합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힘든 것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바로 님 스스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대만큼 못 따라가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책망하고 비난하고 계실지 많이 안타깝습니다. 자신에 대한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겠죠.

그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구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뭔가 한가지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실천해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제가 제안드리고 싶은 것은 긍정적인 내적대화입니다. 평소에 본인 스스로와 어떤 대화를 하시는지요? 혹시 스스로에게 ‘너는 직업도 없고 돈도 없고 친구도 없으면서..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아, 역시 나는 안돼..또 제자리야’, ‘하루하루가 무의미하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 알고 있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조금이라도 즐거운 순간이 생기면 그것을 마음껏 음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잠이 부족하다..사랑이 부족하다..돈이 없다..라고만 투덜대는 사람에게 결코 행복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님에게 있는 것을 의식해 보세요. 봄날의 따뜻한 햇살이어도 좋고, 하루 세끼 먹는 밥이어도 좋고, 나에게 신경써주는 가족이어도 좋고..자꾸 그렇게 긍정적인 내적대화를 하다 보면 스스로의 느낌과 욕구에 좀더 솔직해질 것입니다. 긍정적인 내적대화를 하는 데 있어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라는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오빠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마음이 담긴 편지와 함께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작은 출발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의 긴 글이 님의 기분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거나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활짝 피어오른 해바라기처럼 곧 밝게 빛날 수 있길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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