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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님께서 20084281546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걱정이 많은 아우로군요. 나도 한때 그랬는데... 그러나 오빠 속은 더 타겠네요. 그대의 애타는 심정도 이해가 되지만 오빠의 말이 전혀 일리 없는 소리만은 아닌 듯해 보입니다. 어쨌거나 오빠도 부모님을 도와 가게를 했던 것일 테고, 자신의 의지와 뜻을 곧게 세워 작심하고 달려들고픈 것이 아니었던 이상 구멍가게를 하며 모두 다 하나같이 자기에게만 의지하려 들고 기대를 거는 만만치 않은 조건과 일상만으로도 어깨가 내려 앉을 듯 무거울 지경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빠는 그저 오빠라는 이름일 따름이지 바라는 만능의 엔터테이너가 아니니까요.

아마도 가게를 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오빠의 잔 손이 많이 갔을 것입니다. 집안일을 도우는 사람은 그 힘/ 발언권이 막강하지 않고는 여리면에서 매사를 이리저리 휘둘리게 마련이고 돕고도 공 없는 소리나 듣기에 일수인 것입니다. 없어봐야 그때서 그 일손이 귀중한 것을 알고 하고 있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인식이 되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나가서 다만 몇 푼이라도 벌며 다른 사람들처럼 회사에 다닌답시고 큰소리치듯 사는 것이 백 번 속이 편하기도 할 것입니다. 오빠가 지금의 그 나이에 이제와 남의 밑에 가서 견딘다는 것도 보통의 작심으로는 해갈이 나기 어려운 것이 이즈음 이 사회가 겪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요 현실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그 집안에서 오빠의 말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양 아무도 귀를 귀울이려 들지 않아요. 잘되면 모두가 자기들 덕이고 못 되면 조상님 탓을 하듯 오빠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마는 양상이나 다를바 없는 것이 아닌지요. 지금 동생분 곰이씨는 열심히 생각하고 이런 저런 안건을 모색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것이 오빠의 말에 귀를 귀울이는 것도 아니고, 자기 입장에서 보기에 오빠가 속수무책이고 게으른 듯해 보이며 부적응자로 내비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오빠가 일부러 그러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에게 견디기 어려운 여러 가지 환경이 있는 것이지요.

오빠도 전혀 생각지 않는 것은 아닐 거에요. 자신도 느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고 불편함이 있는 것이지요. 사람은 본인이 느껴야 하지 옆에서 도움주는 것은 당사자가 하려고 하는 상황이 아니면 쇠 귀에 경 읽듯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만, 오빠의 입장이나 오빠가 선택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대신에 그만큼 기대치도 함께 내려 놓아야 하겠지요.

오빠라는 이름, 아들이라는 굴레만으로도 그 오빠의 현실이 버거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른 중반의 아직 서성임 속의 한 사람으로 보고 그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거나 아니면 그가 알아서 살아갈 수 있도록 던져놓는 것도 방법은 아닐 런지요. 딸들은 때로 어머니와 감정이 많이 일치합니다. 그러나 아들은 잘 할 때에만 감정이 일치하게 되기 쉽습니다. 무조건 무엇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밀어내기보다 어떻게 그 사람의 입장에서 도울 수 있을 까를 힘들지만 자꾸 먼저 북돋워 주어야 그가 온전히 서게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아울러 힘든 시기가 지나고 나면 서서히 좋은 시기가 또 도래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저 역시도 요즘 게을러 지는 것 같아 읽은 <문요한님의 굿바이, 게으름>이란 책을 추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 책은 게으름의 탈피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일과 일상에 임해야 할 지를 돕는 책이라고 생각되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야 앞으로 나아갑니다. 자신은 자신대로 꿋꿋하게 하려는 의욕이, 가족은 가족대로 지켜봐주고 도와 주려는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이 알아서 느껴야 제대로 해 나갈 수 있습니다. 모쪼록 동생분의 애타는 심사가 오빠의 각을 깨우치는 메아리가 되어 더 나은 봄을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탈리다 쿰! 달리자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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