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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3일 09시 57분 등록
안녕하세요.
올해 26살에 접어든 여자입니다.
어학연수 및 개인사정으로 휴학을 하여 지방 4년제 대학을 올해 2월 졸업하게 되었구요.
임용을 두번 준비하다 잘 되지 않아 취업전선에 놓여져 있습니다.
일단 일을 해야 하니, 신입사원보다는 비교적 저에게는 문턱이 낮은 어학 강사 일을 시작하려는 중인데(말그대로 '일'을 하기위한 일이지요.)갑자기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어 전반적인 삶에 대한 자세가 많이 쇠약해졌습니다.
수능을 포함하여 여러가지 제가 시도했던 도전(편입, 임용 등)에 실패라는 경험을 얻고 나니, 한두번 그랬을 때는 '이것도 경험이지. 배워서 되풀이하지 않아야지.' 라고 긍정적인 마음이 들더니 이젠 마치 제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인양 무기력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답답한 건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거짓보탬없이 교차로 한가운데 자동차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방에서는 차들이 클락션을 울려대고요. 타고갈 차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빨리빨리 어딘가로 이동하라는 외침이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귀를 막고 눈을 감아버리고만 싶습니다.
임용도 제 선택이 아니었고, 학과선택도 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능에서 비롯되어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 후 거기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로 작용했던 것이었어요. '그래, 가족이 원하는 이 목표까지만 달성한다음에 그때 생각하자' 와 비슷한 그런 맘이었습니다. 그러니 꿈은 자유로울 수 있었지요. 코 앞에 닥치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조차 잘 되지 않은 후 용기없이 소비해버린 제 삶에 용기를 불어넣어 새로운 선택을 하려해도 이제 코앞에 닥쳐버린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근데, 너 뭐하고 싶은데? 진짜 뭐하고 싶은데? 어디로 갈건데?'

기껏 의욕을 불어넣은 척 단기계획을 세우다가도, 객관적인 척 자가 SWOT 분석을 해보다가도 갑자기 저절로 도루되는 이 생각 때문에 갑자기 혼란스럽고 무섭습니다. 저는 이런데 저보다 어린 가족들은 각자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열등감 비슷한 뒤처지는 기분까지 곁들여져서 마음이 벌집마냥 쑤셔져 콕콕 아프기만 합니다. 고등학교 때 구본형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하고 조금 더 일찍 삶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심에 감사했던 제가 어제였던 것 같은데, 이젠 도리어 다들 바쁘게 첫 둥지를 트는 이 순간 저는 에둘러 와 방향을 잃어 주저하고 있네요.

제가 생각하는 성공한, 혹은 이상적인 삶은 흔한말이더라도 '하고싶은 일을 하며 (돈도 버는) 삶' 입니다. 하지만 제가 뭘 해야 좋을지, 뭘 하고 싶은지조차 헷갈리는 이 순간. 저는 제 삶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정말 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행인건, 전 제 삶을 사랑하고 싶다는 거예요. 고등학교 때 심한 우울증탓에 삶을 포기하려 했던 적이 있었는데 정신이 들고나서 저에게 제가 참 미안했었습니다. 그래서 SOS를 칩니다. 들을 머리와 귀는 열려있습니다. 지금 시점을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게끔 소중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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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008.02.04 11:59:29 *.120.97.115
교차로에서 자동차 없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고 사방에서 클락션 소리가 들려온다는 말에 가슴이 아픕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뭘 해야 좋을지, 뭘 하고 싶은지조차 헷갈리는 것은 정작 지금까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자신만의 판단을 미루어왔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원하는 것과 자기의 원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을 때, 가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여 자신의 진정한 소망은 그것과 다르다고, 언젠가 때가 오면 그때 바꿔도 되리라는 생각이 지금 그 일부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직 26살이니까 시간은 많이 있습니다.
스스로 신입사원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또 다시 문턱이 낮고 일하기 위한 일을 선택하려고 하는 것은 가족의 기대와는 또 다른 기대에 판단을 맡기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 수 없거나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어진 일에 전력으로 매진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그 일이 일을 하기 위한 일이라고 단정지으면 아마 특정한 배경을 가진 극히 일부의 사람들 외에는 시작부터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 겁니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퍼포먼스가 높다고 하지만, 그것은 일 자체에 대한 기본능력이 검증된 경우에 제한된다고 봅니다.

일 자체에 대한 기본능력은 일의 구조를 파악하고 일에 참여하는 각종 힘들에 대한 역학관계를 파악하는 등 정말 기본적인 능력이라 어떤 일을 통해서도 배울려고 한다면 배울 수 있는 것이라 판단합니다.

물론 주변에서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으셨겠지만 그것은 첫 직장에서 일에 대한 기본능력을 잘못 배울 경우에 대한 충고이지, 첫 직장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가지 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려고 노력하실 때에 자신이 잘하는 일도 함께 발견해 보세요.
제 경험이나 주변에서의 경험상, 잘하는 일을 기피하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상 그렇지 않은)로만 달려가는 것도 좋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조언은 조언으로만 들으세요.
판단하실 때에 참고만 하시고, 갈 길은 스스로 결정하세요. 겁이 나겠지만 충분한 조언을 듣고 힘내서 한 걸음 내딛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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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8.02.04 12:38:58 *.207.136.252
해답 얻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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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2008.02.05 11:08:46 *.160.102.50
정말 소중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안그래도 일을 위한 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왕 시작하게 된거
잘 해보자 라는 쪽으로 맘을 기울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힘이 됩니다.
일단 시작하게 될일에 최선을 다해 매진해보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다시 발견할 수 있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제 안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플러스적인 능력도 있겠고,
저를 다시 가다듬어야할 마이너스적인 요소도 있겠죠.
말씀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조언일지언정,
제 안에 있는 겁쟁이가 용기를 내는덴 특효약이 되었습니다.
즐거운 설날 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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