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고민

여러분이

  • 구본형
  • 조회 수 150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4년 5월 15일 09시 35분 등록

난 책을 사서 읽는 편입니다. 줄도 치고 접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책 읽는 법의 차이지요. 좋은 책은 한 번 보고 끝나지 않아요. 그리운 사람 만나 듯 다시 보게 되지요. 그때 내 손때가 묻어 있으면 반가워요. 그게 내가 내 책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내용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책을 읽을 때의 생각과 장소와 상황도 중요해 보여요, 책은 친구 같은 것이라 곁에 두고 원할 때 만나면 좋지요.

1차 정리한 것은 첫번째 인상에 불과 합니다. 자주 들여다 보다 보면 다른 얼굴들도 보여요. 책의 행간을 읽게 되는 셈이지요. 여러번 읽다보면 그 진의를 더 잘 알게 되는 연애편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콤마와 행간과 토씨 하나하나 다른 의미로 살아나는 편지들은 개인적 사유물 중의 사유물이지요. 그게 내 생각입니다.

책은 출판사가 마구 뿌린 홍보전단과 인쇄물은 아니지요. 그것은 저자와의 만남이며, 동시에 독자가 자신의 책을 다시 한 권 개작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독서는 어떤 책이 독자의 정신 세계 속에서 다시 쓰여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 마다 만남의 순간과 눈짓과 설전과 공감이 공존하는 커피집이나 술집 같은 곳이지요. 거기엔 자신만의 인생의 어떤 순간들이 있단 말이지요.

난 내 책을 다시 보면, 그 페이지 속의 어떤 부분에 줄을 쳐 놓았던 그때의 내 마음과 만나요. 그리고 어떤 때는 이렇게 멋진 생각에 줄을 치지 않고 그냥 지나갔던 경솔함을 탓하기도 하지요. 마치 떠나간 여인이 왜 떠나는 이유를 말하려 하지 않았는 지를 나중에 알고 후회하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스승의 말을 후에 시간이 많이 지나 깨닫게 되는 즐거움도 있구요.

난 내 책이 좋아요. 그러나 도서관에 가서 다른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책들을 보는 것도 싫지 않습니다. 아마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좋은 책만 사는 것이지요. 삶이 만일 합리적이기만 한 것이라면요.
IP *.229.146.8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50 -->[re]고민이 많은 사람.분에게 드립니다. 꿈꾸는자~! 2004.03.10 1497
1549 변화의 길. [2] 매진하고싶은. 2004.10.09 1497
1548 오랜만에 다시금 글을 남깁니다.. 날씨가 추워졌어요.. [1] 써니Tj 2004.11.19 1497
1547 ---->[re]어려운 때의 준비 나날이 2004.11.30 1497
1546 고민이 되네요. 김수환 2005.03.01 1497
1545 ---->[re]가고자 하는 길을 보다 분명하게 엄준협 2005.04.19 1497
1544 -->[re]정말.. [2] 상우아빠 2005.04.28 1497
1543 단식과관련해서 [1] 은하 2005.04.23 1497
1542 -->[re]그런 시절도 있습니다 구본형 2005.07.23 1497
1541 -->[re]그저 천렵하듯이 구본형 2003.09.01 1498
1540 취업이냐,창업이냐. 코난 2003.09.15 1498
1539 ---->[re]모르긴해도 아마 다 그럴걸요 김종기 2003.09.26 1498
1538 -->[re]체크리스트 1 구본형 2003.10.13 1498
1537 -->[re]하기 싫은 일을 피해서라기 보다는 구본형 2004.01.18 1498
1536 -->[re]현재의 일에 아주 파고 들고 싶을때는 어떻게.. 차한잔의 여유 2004.06.16 1498
1535 나이와 인생 그리고 인간적 고뇌에 대해 권오섭 2004.07.12 1498
1534 제가 어떤길로 가야하는거지... 김진철 2004.08.15 1498
1533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seeker 2004.10.07 1498
1532 진로에 대한 고민 [2] 대학생 2004.10.21 1498
1531 -->[re]좋은 목적이 좋은 성과를 만듭니다 구본형 2004.12.19 1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