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고민

여러분이

  • 감자
  • 조회 수 4088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08년 10월 5일 00시 05분 등록

며칠전에 길게 고민을 올렸다가 하루만에 지워버린 처자입니다;;
소중한 답변을 달아주신 분도 계셨는데 죄송합니다...

마음깊이 두려움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나쁘게 평가될 것에 대한 두려움.. 바보같죠? ^^

그래도 다시 용기내어 글을 올립니다.

그 고민을 올리고 답변글을 읽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고민글은 오랫동안 꿈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온 일(교사)이 의지가 부족하여 자꾸 실패하고 만다는 내용이었습니다.(의지가 약해진 데에는 피치못할 이유가 있었다는 식으로 변명을 줄줄 달았었죠)
답변해주신 분께서 의지가 약한 것은 열망이 약하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답변을 읽고 처음에는 화가 났습니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걸 생각해왔는데 열망이 약하다니... 내가 길게 쓴 글을 다 읽어보기나 하고 쓴 답변일까.. 그런 생각.. (죄송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글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왠지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를 아무도 이해못한다는 생각 .. 역시 바보같죠?
씩씩 거리면서 그래 나 혼자서 알아서 할 거야 뭐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잊혀지진 않고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시간이 좀 지나자 답변글 내용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말이 맞는 건 아닐까?
내가 정말 그 일을 하고 싶은 걸까? (처음 해 본 질문입니다. 당연히 하고싶다고만 생각해왔습니다 자신이 없어서 못하겠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늘 제 꿈이라고 생각해왔던 일입니다)

그리고 나서 제 마음에 물어보니 싫다고 하더라구요.
그 일이 싫다고..
아니 구체적으로 말해서 가르치는 일이 싫다고요.
다른 것들..아이들과 지내는 것,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그중에서도 핵심), 일을 할 때 자율적인 영역이 많다는 점,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다른 공부를 할 수도 있다는 점,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볼수도 있다는 점 등은 좋았지만  '가르치는 일'은 싫었습니다.
일을 할 때도 그랬어요. (계약직교사로 일했었습니다)난 잘 가르치는 건 못하겠다구요. 대신 아이들을 사랑하고 진지하게 대한다면 괜찮다고  그리고 경험이 쌓이면 잘하게 될 거라고 위로했었어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커서까지 남들 앞에 서는 것보다는 뒤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고 누가 누굴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전데 교사라는 직업을 택했다는 게 의아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했었죠. 그건 과거의 교사상일 뿐이다. 나는 바꿀 거다. 나는 가르쳐주기보다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줄 거다.. 잘 보살펴주고 지켜봐주는 게 더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어쨌든 학생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지시하고 이끄는 역할도 교사의 역할인 것은 사실이고
학교에 있을 때 저는 그런 일들에 서투르고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경험이 쌓이다보면 늘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교사를 하겠다고 선택하게 된 이유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1) 어머니의 기대감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
2)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이상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일이어야 한다는 의무감..  (언젠가부터 제가 하고싶은 것보다는 제가 해야만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괴로워도 내가 부족해도 그 수준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하고 이 길을 가야만 한다는 그런... 그런 생각을 하면서부터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도움이 필요하고 교사가 되어서 한 학생이라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3) 다른 능력들을 개발하지 않았고 준비한 것이 없었던 제가 그나마 자격을 갖고 있었기에 다른 분야보다 빨리 안정적인 취업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것들이 중요한 이유들이었으나
저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이니까, 어릴때부터 관심있던 분야이니까, 하고싶은 일이니까, 그 일을 하면서 적응도 잘했고 사람들과도 잘 지냈고 나름대로 재미도 보람도 느꼈으니까,' 등등의 이유로 이 일을 선택했던 것으로 사람들에게 말하더라구요.. 그때 쓴 글에서도 그랬구요.
물론 거짓말은 아니었으나 계기가 된 이유들은 아니었습니다. 합리화 같은 거였던 것 같아요

의무감은 빼버리고 그냥 단순히 내가 하고싶은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여러 직업들 중에서 한 가지 잡히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고 책도 읽어보았습니다.그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고 너무 신났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너무나 제 적성에 알맞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 동안은 그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직업으로서는 한 번도 고려해본 적이 없으니 너무 생뚱맞은 생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들을 친구에게 얘기해보니 도피하려는 거 같다고 차분히 생각해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고민되는 것은
1) 처음 하려고 했던 일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서 다른 일을 하겠다고 하는 꼴이라 이게 과연 근거없는 머릿속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 (친구말대로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도망가는 게 아닌지)
2) 그렇다고 교사일부터 해보고 다시 생각해보자고 생각하면, 지금 당장 시작할 수가 없다는 것
(계약직 일은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직을 한다고 정규직이 되는 게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3) 새롭게 하고싶다고 생각한 일도 제가 경험해본 것이 아니라 그냥 환상인 것은 아닌지.. 나중에 그 일을 하게 되었을때 똑같은 후회를 하지는 않을지.. 

이 고민들의 답은 뭐든지 선택하고 실행해본 다음에 결론날 수 있는 것들이라 길게 고민해봤자 답 나올 것이 아닐 것 같아 하루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친구는 일단 하던 공부는 계속 하고 나중에 생각해보라고 하는데 그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ㅜㅠ

제가 분석한 저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1) 잠시 교사일을 했을 때 저는 동료와 상사들로부터는 인정을 받고 학생들과의 사이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고(!) 아이들도 제 수업을 재미있어 하지는 않았습니다. (수업내용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저와의 관계가 좋아서 수업이 잘 이루어진 편이었습니다)
+지난번 상담글을 올릴 때까지는 자꾸 실패하더라도 한번 선택한 길이니까 끝까지 도전해보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의지가 약한 것은 성격의 문제이니까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2) 저는 일이 힘든 것은 잘 견디는 편이고 어느정도 독립적인 일을 좋아하고 새롭고 생산적인 일을 좋아합니다.
3)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인 성격이나 사람들과의 관계는 좋은 편입니다.
4) 연봉은 제 직업선택조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다른 조건이 만족된다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경제적 독립은 가능해야 합니다. )
5)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6) 일 중독이다 싶을만큼 일을 시작하면 심하게 집중합니다..
7) 말로 하는 의사소통을 어려워합니다;; (말보다는 글..)
8) 평소 생활은 덜렁대나 맡은 일에 대해서는 조금 완벽주의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도 신경 안쓰는 걸 밤새워 점검한다던가.. 뭐 그런...
9) 다른 걸 다 버리고 행복한 삶을 찾고 싶은 지금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제로인 상태에서 바닥부터 시작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제대로 선택한 길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10) 부유한 형편은 아니나 다행히 지금 당장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거나 빚이 있지는 않습니다..
11) 당분간은 돈을 벌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ㅜㅠ
따끔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건 도피일 뿐일까요...
그렇다면 따끔하게 혼내주세요... ㅡㅜ
IP *.140.16.64

프로필 이미지
김용균
2008.10.07 10:38:30 *.120.97.115
아마 일전에 제가 쓴 글 때문에 상처를 받으신 것 같은데 저도 고민했습니다.
다시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좋은지..

[갈매기의 꿈]으로 유명한 작가 리처드 바크는 [환상]이라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물풀들의 우화를 들려줍니다.
기억이 오래되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물살이 센 강물의 바위에 붙어사는 물풀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강가의 바위에 물풀들이 매일 거센 물결에 지지 않고 자기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바위에 딱 붙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물풀이 이런 매일의 삶에 지쳤지요. 그래서 주변 물풀들에게 물어봅니다.
이 바위를 놓게 되면 어떻게 되냐고.
아무도 그럴 듯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자 그 물풀은 고민 끝에 바위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습니다.
물살에 떠밀려, 혹은 물살을 타고 내려가는 그 물풀은 자기가 붙어 살던 그 바위와 같은 바위가 아주 많고 자기와 같은 물풀들이 아주 많은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게다가 그 물풀들이 자신에 대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 저렇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다니, 그는 우리의 메시야다!] 라고 말하는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습니다.

저도 중학교 때 읽은 책이라 전체적인 개요만 기억나서 정확한 내용을 전달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님께서 고민하시는 내용의 핵심-님이 분석하신 번호로 보면 9번-은 사실 우리 대부분이 겪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제대로 선택했다는 확신이 바닥부터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고 생각한 삶의 일상에 끌려갈 수 없다는 인식이 또 다른 삶으로 자신을 이끌고, 그 또 다른 삶에 대한 충실함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선택이 맞았구나 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

변화와 또 다른 시작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길이지만, 그 길을 가지 않고서 현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특권은 아무에게도 주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8.10.07 16:57:13 *.44.104.2
사실대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서운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악의를 가지고 말씀드린 것은 아니고
저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입니다. 본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상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상담에 있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을 근거로 희망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의껏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나름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우선은 남은 기간 동안 시험에 충실하시고 그 다음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간은 있고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습니다. 시험에 대한 계획을 세우시고 몰입하셔서 끝을 내시고 그 결과와 느낌과 함께 이 곳에서 다시 이야기 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판단 때문에 현실을 망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전이란 항상 현실보다 높은 곳에 있고 어려운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지극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 라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하시고 그 다음 여기서 결과와 함께 다시 마음을 나누도록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림니다. 예전에 세계 무대에서 팀을 이끌면서 정말 어려운 시합에 임하는 태도에 있어서 저는 그랬습니다.

인류의 전쟁의 역사에서 기록에 남은 승리는 모두 시작하기 전에는 ‘승리가 불가능한 전쟁’이었다. 지금, 우리도 그렇다. 그러나 바늘 귀 만큼의 가능성이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아직 몇 달이라는 시간이 있다. 세상엔 기회마저 갖지 못하는 재능과 꿈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두려운가? 결과가 ... 그렇다면 오늘 죽고 내일 다시 태어나자, 그리고 내일 두렵거든 내일 죽고 다시 태어나자, 우리 몸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몇 번이고 다시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이 죽고 나면 우리의 몸은 천 년을 살아도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우리의 목숨을 뺏을 수 있을지언정 우리의 정신을 어찌할 수 없다.

자,,, 너희는 어떠한가? 두려운가? 그렇다면 너희도 오늘 밤에 유서를 써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님의 하루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현웅
2008.10.08 02:35:07 *.37.24.93
위 김용균님과 백산님의 댓글이면 충분하겠지만 그래도 더 거들어 보겠습니다.

저도 백산님의 조언에 공감합니다.
시험이 코앞이라면 일단 그것에 올인하시기 바랍니다.
직업에 대한 생각과 고민은 시험이 끝나고 해도 늦지 않아 보입니다.

저도 그렇지 못하면서 이런 글을 쓰기가 참 부끄럽습니다.
얼마전 구본형 선생님의 칼럼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영원히 살 것 처럼 계획하고 오늘 죽을 것 처럼 실천하라." - 구본형 선생님 칼럼 342

이것은 시험에 붙고 떨어지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고민이 많은 상태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시험에 붙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혹시라도 그 결과가 좋지 않게되면 자신에 대해 많이 실망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시험을 본 후에 님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보입니다.

자신에게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가장 가까운 기회가 이번 시험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님께 큰 승리가 될지 작은 승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 후 교사에 대한 생각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이 기간이 1-2년씩 걸리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2-3개월 안에 아니면 그보다 더 빠른 시일에 일어날 일이라면 결국 님께서 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결코 마이너스 요인은 안될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지금 님이 하시는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멋진 방법이 될것 같습니다.

제가 악담을 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합니다. 따끔한 충고라도 고맙게 받아들이겠다는 님의 글을 보고 저도 용기를 내어 쓰는 글이니 너그럽게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제가 님께 충고를 할 만한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저도 항상 비슷한 고민에 싸여있는 사람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감자
2008.10.08 11:53:33 *.140.17.95
감사합니다. ^^
고마운 조언글들을 읽고
생각은 접고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책상머리에서 생각만 곱씹는 일은 하지 않을게요
시일이 지나서 좋은 소식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이웃
2008.10.15 17:09:36 *.129.240.30
아래 글은 저도 우연히 보게 된 글입니다. 고민을 많이하는 저에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 글이죠

"인생에 있어 완벽하게 준비되는 시기는 없다. 과감한 시도가 때로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하고 싶은 일을 겪으며 실패하는 것이 머리속에서 꿈을 굴려가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좋다라구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