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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29일 17시 07분 등록


좋은 아이디어를 직접 찾아 내는 것은 창의력에 관한 것이고, 다른 사람이 낸 좋은 아이디어에 대하여 박수를 쳐 주고, 격려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 주면 그것은 좋은 팀웤에 속하는 행동이지요.

창의력을 키우는 몇가지 요령을 알려드릴께요. 이것은 내가 다른 잡지에 기고한 것의 일부입니다. 실험해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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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립적 정신의 자유로움을 즐기자. 이것은 특히 어떤 장소 어떤 시간에 매이지 않는 정신적 기술을 의미한다. 이것은 개인을 인종, 민족, 당파, 단체등의 보편적 범주에 가두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을 개성이 있는 성숙한 정신적인 개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시대를 살았던 르네상스 이탈리아인들은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개인 위에 씌워졌던 범주의 속박을 풀어 던지고 수천 수만의 얼굴을 가진 다양한 면모를 과시했다. 한 예로 1390년대 피렌체 남자들은 서로 독특한 방식으로 옷을 입으려고 했기 때문에 남성들의 옷에 주도적인 유행이 없었다. 유행 역시 개인의 개성을 구속하는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거짓 교양과 위선을 알지 못했다. 남과 다른 것을 즐겼다. 사생활과 일상에서 추구되는 다양한 경험과 노력은 ‘독자적이고 유일한 인간’이라는 성숙한 단계를 향해 나아갔다.

세계화의 시대, 국경이 끊임없이 확대되는 시대, 전세계가 시장인 시대 그리고 직장의 울타리가 낮아진 시대, 다시 말해 점점 열려지는 사회 속에서는 가장 먼저 정신적 지평의 확장을 통해 성숙한 개성의 완성을 믿어야 한다. ‘다양함을 통한 어울림’이라는 열린사회의 철학은 창의성의 정신적 보루라 할 수 있다.

‘도덕경’은 이렇게 말한다.
“다섯가지 색으로 범주화하면 우리의 눈은 멀게되고,
다섯가지 음으로 범주화 하면, 우리의 귀도 멀게 되고,
다섯가지 맛으로 범주화하면 , 우리의 입맛은 짧아질 것이다“

2. 매일 하나씩 무언가에 놀라워하고, 그 놀라움을 따라가 보자. 우리 집에는 지금 막 꽃이 활짝 피어있는 목백일홍이 한 그루 있다. 껍질이 벗겨져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여자 같은 나무인데 한 여름에 분홍색 꽃이 팝콘처럼 달려 있다. 그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신은 흥분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꽃을 폭탄꽃이라고 부른다. 자세한 묘사는 당신을 위한 관찰 숙제로 남겨 놓는다. ( 원래 이름이 배롱나무라고 불리는 이 꽃나무은 요즈음 거리의 화단에 많이 심겨져 있고 꽃이 한창 많이 피어있다)

나는 이 감탄을 언제가 내 글 속에 담아두기로 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모습을 그려보기로 했다. 이것을 계기로 나는 식물도감을 하나 사서 뜰 안에 있는 몇 개의 이름 모를 다른 꽃들도 추적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의 모습을 창의적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훌륭한 소재로 활용하고 싶어졌다. 꽃 - 이처럼 화려한 변화가 어디 있겠는가 !

일상의 감탄은 언제나 지루함과 평범한 속에 숨어 있는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될 때 찾아진다. 우연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 옆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들어보고 똑같은 내용을 당신이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생각해 보자. 길모퉁이를 돌다 세워져 있는 자동차의 범퍼를 살펴보자. 왜 그렇게 생겼을까 ? 이빨을 닦다 칫솔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를 생각해 보자. 거울을 보다 거울현상을 처음 알게 되어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된 사람의 첫 번째 느낌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보자. 일상 속의 무수한 반복 속에 숨어 있는 죽은 그림들에게 작은 질문들을 던져 되살아나게 해 보자.

3. 매일 자신이 경험한 색다름을 기록해 두자. 기록은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방식을 택하면 된다. 일기도 좋고, 메모도 좋고, 실험 보고서 같은 형식도 좋다. 물론 사진이나 그림, 혹은 스케치도 나쁠 것 없다. 중요한 것은 몇 시간 후 며칠 후 사라져 버리는 사건들을 언제고 복원하여 내 삶 속으로 데리고 들어 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해진 시간을 이용하면 놓치는 경우가 줄어든다. 즉각적 메모도 좋지만, 특별히 유난을 떨고 싶지 않다면 자기 직전 20분 정도의 느긋한 시간도 좋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면 다음 날 아침 일어난 직후도 좋다. 언제고 자신에게 가장 느긋한 시간대에 하루를 돌아보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기록해 두면, 그 하루는 특별해 지며 언제고 불러들일 수 있다. 기록은 지나간 시간을 붙들어 과거 역시 풍요로운 자원으로 남게 한다.

4.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거나 찾아내 보자. 만일 여유가 된다면 자신의 방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가구를 다 쫒아 내 검박하고 단순한 공간을 만들던지, 좋아하는 가구들로 채우고 책을 가득 쌓아두던지 그건 순전히 주인의 마음이다. 언제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환경 속에 자신을 놓아둘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두면 자신과 만나는 경우도 많아진다.

만일 방 하나를 가질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 몇 군데를 찾아두는 것이 좋다. 삼청동 현대미술관 까페도 좋고, 밤에 조용히 혼자 찾아갈 수 있는 전망 좋은 호젓한 나무 밑도 나쁘지 않다. 창의성은 자신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조용한 낚시질이다. 기다릴 때는 조용하지만 일단 걸려들면 손맛 치열한 밀고 당기는 희열이다. 포인트가 좋아야 한다.

5. 매일 적어도 한 꼭지 정도의 책을 읽자. 졸린 날은 한 페이지라도 좋다. 책은 화두와 같다. 선승들은 화두로 마음을 모으고 깨달음을 닦는 도구로 사용하지만, 세속에 있는 우리들은 책으로 정신적 수련을 할 수 있다. 혹은 공감하고 혹은 반발하면서 우리의 의견을 가지게 되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자기화 하는 과정에서 종종 기적처럼 지금 껴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훌륭한 빛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더 좋은 것은 직접적으로 내가 당면한 문제와 관련된 책이 아니더라도, 꽤 높은 적중률로 내 문제에 대한 힌트를 수없이 흘려 보내 준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을 정신 작업의 즐거움이라 부른다. 전혀 관계없는 어떤 생각들이 연결되어 아주 훌륭한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이다. 창의성이란 ‘ 연결되지 않는 것을 연결하는 능력’ 이라는 정의는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이제 르네상스 이탈리아 교양인들이 즐겼던 경구 하나를 더 음미해 보자.
“ 배움이 있는 자는 어디에 자리를 펴든 그곳이 고향이다”
IP *.229.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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