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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5일 05시 50분 등록

메데이아는 흑해 동쪽 나라 콜키스 Colchis 의 왕 아이에테스의 딸이다. 태양신 헬리오스의 손녀이며 유명한 마녀 키르케의 조카딸이다. 그러나 다른 전승에 의하면 모든 마녀들의 여주인인 헤카테의 딸이라고도 한다. 어찌되었든 그녀의 피 속에는 마녀의 피가 진하게 흐르고 있다. 마녀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메데이아는 다른 주인공의 스토리에 곁다리로 끼어드는 조연이 아니라, 악독한 마녀로서 자신이 주인공이 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이런 특이함 때문에 그리스의 비극 작가인 에우리피데스는 '메데이아'라는 비극을 남겨두었다.

 

 

만일 메데이아가 없었다면 이아손 Iason은 콜키스의 황금 양털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아손은 콜키스 왕 아이에테스에게 황금양털(주*)을 돌려 달라고 했다. 아이에테스는 놋쇠로 된 발을 가진 헤파이스토스의 황소들에게 쟁기를 매게하여 밭을 갈고 거기에 용의 이빨을 뿌릴 수 있다면 황금 양털을 내주겠다고 말했다. 이아손은 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모험이었다. 황소들을 두 콧구멍으로 불을 품어냈는데, 누구든 제 등 위에 멍에를 지우려는 자들에게 불을 뿜어댔다. 메데이아는 황소들이 내 뿜는 불길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마법의 고약을 이아손에게 주었다. 밭에 용의 이빨을 뿌리면 그 자리에서 백골의 용사들이 튀어나와 씨를 뿌린 자를 공격하게 되어 있었다. 밭에 뿌려진 용의 이빨에서 튀어나온 용사들이 이아손을 공격하는 대신 서로 싸워 자멸하도록 이아손에게 부적을 준 사람도 바로 메데이아였다. 황금 양털을 지키는 잠들지 않는 용들에게 마법을 걸어 잠들게 한 것도 그녀였다. 로마의 사서 편집자 디오도로스가 전하는 후대의 전승에 따르면 그녀는 실제로 매우 인간적으로 고운 마녀였다고 한다. 아버지 아이에테스가 이방인들은 모두 죽이는 정책에 반대하다가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마술사인 그녀에게 감옥이란 언제나 빠져 나올 수 있는 곳이었지만 말이다.

 

그날 이아손이 이끄는 아르고선의 용사들이 오는 날, 그녀는 이런 아버지를 버리고 그들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이아손을 도와 황금 양털을 손에 넣게 해주는 대신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요청하여 이아손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녀는 황금 양털을 손에 넣은 다음 이아손과 함께 달아났다. 아버지 아이에테스가 배를 타고 추격하자 그녀는 동생인 압시르토스를 죽여 바다에 던져 버렸다.

(그림 - 허버트 드레퍼 Herbert Draper, 황금양털 1904)

 

 

아이에테스가 죽은 아들의 시신을 거두어 들이느라고 배를 세우자 그 틈을 타서 도주해 버렸다. 그러나 신들은 그녀의 잔악한 행위에 분노하였다. 바다가 거칠어지고 항해가 어려워지자 그녀는 고모인 키르케를 찾아가 신들의 노여움을 풀어 달라고 애원했다. 키르케는 제단을 쌓고 신들에게 빌어 그녀의 죄를 사해 주었다. 그리하여 무사히 이아손의 나라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아손과 결혼한 그녀는 이아손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다하는 헌신과 열정을 보여 주었다. 적어도 이아손이 그녀를 버리기 전 까지는 그랬다. 이아손의 아버지는 그 아들과 이름이 비슷한 아이손 Aison이다. 이아손은 아버지가 연로해 지는 것을 걱정하여 자신의 나이를 덜어 아버지를 회춘시키고 싶어했다. 어느날 이아손이 말했다.

 

 

"나의 아내여, 그대의 마력이 위대한 힘으로 나를 돕는 것을 목격했소. 그 마력으로 나를 한 번 더 도와주시오. 내 부탁은 다른 것이 아니오. 내 생명에서 몇 년을 빼내어 아버지의 수명을 늘여달라는 것이오"

 

 

메데이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의 수명을 희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고도 아버님의 수명을 늘일 수 있으니까요"

 

 

메데이아는 마법의 약초액을 만들어 냈다. 그녀는 약초를 달이기 전에 정성을 다했다. 보름이 되자 하늘에 둥근 달이 떠올랐다. 바람 한 점 없고 만물은 고요했다. 메데이아는 달과 별들을 바라보며 헤카테에게서 배운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별빛은 더욱 빛났다. 그때 공중에서 뱀들이 끄는 이륜차가 내려왔다. 그녀는 그 이윤차를 타고 먼 곳으로 가 9일 밤 동안 약초를 구해 돌아 왔다. 그리고 두개의 제단을 만들었다. 하나는 마녀들의 여왕 헤카테를 위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청춘의 여신 헤베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청춘의 묘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럼 잠깐, 그녀가 회춘액을 만드는 레시피를 들여다 보도록 하자. 먼저 큰 솥 속에 쓴 즙이 나오는 마초를 넣고 동방의 돌과 해안에서 가져온 모래를 넣었다. 그리고 달밤에 수집한 하얀 서리를 넣고 올빼미의 머리와 날개, 늑대의 내장을 넣었다. 그리고 오랜 장수하는 동물인 거북이의 뼈와 뿔이 커다란 사슴의 간장을 넣었다. 여기에 인간 보다 아홉배를 더 산 까마귀의 머리와 부리를 첨가했다. 그리고 올리브 나무로 잘 휘저었다. 조금 있다 용액이 부글거리며 끓자 그녀는 가을의 풀 위에 이 용액을 한 방울 떨어뜨리자 마른 풀들이 봄날의 풀처럼 연두색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만족했다. 그녀는 아이손을 침상에 누이고 목을 칼로 그어 모든 피를 빼냈다. 그리고 용액을 그 구멍으로 부어 넣었다. 그러자 40년 전의 젊은 청년으로 되돌아간 아이손이 살아났다. 이아손 부자의 기쁨은 대단하여 메데이아에게 감사했다.

 

 

당시 이 왕국은 이아손의 숙부인 펠리아스가 다스리고 있었다. 아버지 아이손이 왕이라는 지루한 인생을 참지 못하고, 동생에게 이아손이 자랄 때 까지만 왕위를 맡아달라고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번 왕이 된 펠리아스는 그렇게 쉽게 이아손에게 왕위를 물려 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황금 양털을 찾아오면 왕위를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펠리아스가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하자 그 딸들은 걱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손이 회춘했다는 말을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메데이아는 똑같은 마술을 펠리아스에게 걸어 아버지를 젊어지게 해주겠다고 그의 딸들을 꾀었다. 펠리아스의 딸들은 메데이아를 믿게 되었고. 그 제안에 감사했다.

 

 

왕위를 찬탈한 숙부에 대하여 복수를 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의 바람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 기회에 딸들의 손을 빌려 펠리아스를 죽이기로 마음 먹었다. 먼저 딸들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회춘의 방법을 그 딸들 앞에서 시연을 보여 주었다. 늙은 양을 죽여 이것을 마법의 약즙에 담그니 그 속에서 젊은 양이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똑 같은 방법으로 펠리아스를 젊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펠리아스의 딸들은 펄펄 끓는 가짜 약초를 다린 물에 아버지를 넣었다. 펠리아스는 살아나지 못했다. 결국 딸들이 아버지를 삶아 죽이고 만 셈이다. 그러나 펠리아스를 죽이기는 했지만 이아손은 왕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 사건이 있은 후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코린토스로 도망갔다. 거기서 그럭저럭 10년간을 살았다. 그러나 이아손의 마음 속에는 왕이 되지 못한 회한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마지막 기회가 왔다. 코린토스의 왕이 자신의 딸 크레우사 Creusa (혹은 글라우케라고 불리기도 한다)와의 결혼을 제안 한 것이다. 자신의 왕국에서 왕이 되지 못하고 청춘이 지나가 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던 이아손은 코린토스의 왕녀를 얻어 왕의 후계자가 되고 싶었다. 왕녀 크레우사와의 결혼 조건은 전처인 메데이아를 아이들과 함께 코린토스에서 추방하는 것이었다. 그는 조건에 동의 했다. 메데이아는 배신을 당한 것이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갈 곳도 없이 쫒겨나야하는 그녀는 비탄 속에 빠졌다. 그리고 배신당한 분노가 끓어오르자 마음 속에서 마녀의 본성이 이글거리며 되살아났다. 어려움에 처해 도움이 절실했던 사람을 사랑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함정이었는지 비로소 그녀는 알게 되었다. 필요가 없어지는 날, 사랑처럼 보이는 것들은 사라지고, 그동안 쏟았던 모든 헌신들 또한 헛되니, 배신감은 열배 백배가 되어 가슴을 찔러왔다. 이때 그녀의 마음속 분노와 비탄을 에우리피데스는 '메데이아' 속에서 유모의 입을 통해 이렇게 전한다.

 

 

"차라리 저 아르고선이 콜키스에 오지 않았다면.... 우리 메데이아 아가씨도 이아손 서방님을 만나지 않았을 것을, 펠리아스의 공주들을 꾀어 부왕을 살해하게하고 이 코린토스 땅으로 오지도 않았을 것을..... 가엽게도 매정한 냉대에 메데이아 아가씨는 이아손 서방님이 이럴 수 있느냐고, 그 맹세들은 다 어디갔느냐고, 오른 손을 굳게 잡았던 그 맹세들은 이제 허사인가하고 슬피 외치며 신들이 굽어 살피시기를 기원하고 계시지. 식음을 전폐하고 버림받은 많은 날들을 눈물에 젖어 애간장을 태우고...간혹 백설같은 고개를 돌리고 몰래 그리운 아버지여, 고향이여 , 내 집이여 하고 탄식을 하시지. 불행을 당하고야 고향땅의 소중함을 아시게 된거야....아이들 까지도 보기 싫어하시지. 무슨 끔찍한 일이나 벌어지지나 않을까 ?.. 워낙 성미가 급하신 분이라 가혹한 수모를 참고 견딜 분이 아니지...걱정되어 못견디겠구나. 추억의 이부자리가 깔려있는 침실로 몰래 들어가 날카로운 칼날로 가슴팍을 찌르지나 않을까. 아니면 왕과 이아손 서방님을 살해하고, 아가씨는 더 혹독한 변을 당하지는 않을까. 워낙 무서운 분이라..."

 

 

그녀는 이아손의 배신을 응징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아손의 신부 크레우사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결혼식에 입을 아름다운 옷을 선사했는데, 이 옷은 독물에 담근 것이었다. 크레우사가 그 옷을 걸치자 옷 속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라 신부를 태워 죽이고 그 불이 번져 궁전을 불태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메데이아는 이아손의 마음에 자신이 입은 상처보다 더 심한 상처를 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가 아끼는 가장 소중한 보물들인 아이들을 죽이기로 작정했다. 자신의 아이이기도 했으나 메데이아는 아이들을 모두 죽여 이아손에게 고통을 주고 그를 비탄에 빠뜨려 보복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죽여야 하는 어미의 심정은 깊고 깊은 어둠이었다. 에우리피데스는 '메데이아'에서 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아이들을 내 손으로 없애고 빨리 여기를 떠나야해. 우물쭈물하다가 이 아이들이 더 혹독한 사람의 손에 죽게 해서는 안돼. 이 아이들은 어차피 죽은 목숨이야. 그렇다면 차라리 어미 손에 죽는 것이 차라리 행복하다할 수 있지. 마음을 돌같이 먹고... 무얼 주저하는 것이냐 . 자, 불쌍한 이 손. 아, 칼을 잡아라. 쓰라린 삶의 출발점으로 돌진하는 것이다. ... 아아, 이 세상에 나같이 불행한 여자가 또 있을까 "

 

 

이 대사에 꼭 맞는 그림이 바로 들라크루아의 그림이다. 두 아이를 죽이기 위해 비수를 든 여인. 자신의 생을 지옥으로 몰아넣게 될 행위를 하기 직전의 여인. 사랑하는 것들을 죽여야하는 그녀의 얼굴은 분노 너머의 절망과 허무를 담고 있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죽게 될 내 사랑들.." 아이를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어미의 모습을 보라. 그녀가 목을 돌려 뒤를 보는 것은 처음 잘못된 사랑을 시작한 자신의 젊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리라. 왕이 되고 싶었으나 왕이 되지 못한 불운한 남자를 사랑한 여인, 그리하여 왕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마지막 유혹에 져서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한 여인을 배신한 남자에 대한 복수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여인. 그 여인의 회한에 찬 얼굴을 보라. 그녀의 왼 손에서 시름없이 떨어져 내린 칼을 보라. 아이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껴안은 오른 팔을 보라.

 

메데이아 2 -들라크루아.jpg

(그림- 격노한 메데이아, 들라크루아, 1862년 르부르 박물관 )

 

 

에우리피데스는 스스로 불행을 만들어 간 두 남녀의 싸움을 이렇게 이끌어갔다.

 

이아손 인간의 여자가 아닌 암표범, 꺼져 버려라. 비열하고 자식을 죽인 피에 젖은 인간아 .나는 내 운명을 혼자 슬퍼할 뿐이니

메데이아 나에게 어떤 은혜를 입었는지 그 갚음으로 당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제우스께서 모르실까. 나와의 인연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나를 조롱거리로 만들더니 자기는 즐거운 생활을 보내려 들다니... 암표범? 날 마음대로 불러요. 당신을 마음껏 때려 부숴 놓았으니

이아손 그렇게 말하는 그대 또한 슬프고 불행하리니

메데이아 기꺼이 괴로워 하겠어요. 당신에게 조롱만 받지 않는다면

이아손 아아, 내 아이들아 어찌 이런 혹독한 어미를 만났느냐

메데이아 아비의 죄로 죽음을 당한거예요. 이 얘들은.

(메데이아의 수례가 천천히 움직인다. 둘은 서로를 저주하며 헤어진다)

이아손 이 천하에 고약한 계집

메데이아 집에 가서 새 아내나 묻어주시지

이아손 두 아이를 잃은 몸...

메데이아 진정한 슬픔은 늙어서야 뼈에 사무칠 껄

이아손 아아 소중한 내 자식들아

메데이나 소중히 여긴 것은 나예요

이아손 그렇다면 왜 죽였단 말인가 ?

메데이아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

이아손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부드러운 살을 만지게 해주오

메데이아 안돼요. 사정해도 소용없어

 

 

악독한 짓을 한 메데이아는 아이들의 시신을 태운 채 신비한 헬리오스의 마차를 타고 하늘을 날라 도망쳤다. '메데이아, 목소리들' Medea, Stimmen' 을 쓴 독일의 작가 크리스타 볼프 Christa Wolf 는 메데이아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악녀, 용서받지 못할 독부, 반이성적인 살해자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자유인, 꼿꼿한 인간, 헌신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여인, 신통력을 가진 선지자로 묘사했다. 그녀는 자신을 야만인이며 거친 여자로 몰아세우는 코린토스인들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코린토스 사람들은 내가 거칠다고 합니다. 저들은 여자가 자기주장을 하면 거칠다고 하지요" 그녀는 이방인이었지만 귀부인처럼 꼿꼿했다. 풍랑을 만나 키르케의 도움을 받을 때도 그녀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예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키르케가 자신의 선지자이며, 자신이 그녀의 후계자'라는 느낌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어려운 시절 이아손이 자신의 품에서 울음을 터트리자 메데이아는 이렇게 탄식하며 말했다. "틀림없이 나는 그 대가를 치루게 될 것입니다. 코린토스에서는 남자의 약한 모습을 본 여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룬다는 말이 있거든요' 그녀는 선각자였고 예지자였으므로 자신의 무서운 미래가 먹구름으로 다가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린토스를 떠난 메데이아는 곧장 아테네의 왕이며, 테세우스의 아버지인 아이게오스왕이 다스리는 아테네로 가서 그의 아내가 되었다. 아이게오스는 아이를 잘 낳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게 접근해 아이를 낳아 주겠다고 설득하여 그의 아내가 된 것이다. 청년 테세우스가 늠름한 모습으로 아버지를 찾아오자 메데이아는 테세우스가 누구인지 아직 모르던 아이게우스를 설득하여 그를 죽이라고 시켰다. 테세우스에게 독이든 술을 권했으나 이때 자신의 신물을 가진 아들임을 알아차리고 아이게오스는 독주가 든 술잔을 엎어버렸다. 음모가 발각된 메데이아는 도피하여 엘리시온으로 갔다. 한 전승에 의하면 그녀는 그곳에서 아킬레우스와 결혼 했다고 한다. 가장 센 남자와 가장 쎈 여자가 만난 것이다.  찌질이  이아손 정도로는 그녀의 사랑을 채울 수 없다. 아마도 메데이아만한 불같은 여인을 품을 수 있는 사내는 아킬레우스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후대의 사람들이 지어 낸 이야기가 아닐까?

 

 

시인은 노래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세상을 가져야해

부모의 세상은 너무 좁아

황금마차를 타고 아버지를 떠나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새로운 세상을 언약하지

오직 사랑과 신뢰만으로

 

 

사랑의 배신은 그러나

불같은 여인을 냉혹한 마녀로 만들고 말지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어

그를 찌른 칼이 다시 나를 찌르게 되지

그의 심장을 찌를 수만 있다면 나의 심장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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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22:09:11 *.150.248.46

Herbert Draper draper golden fle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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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7 12:54:33 *.212.217.154

피가 낭자하고

복수와 배신이 판을치는

고대 그리스 신화.

우리의 삶의 원래 모습은 

그만큼 솔찍하고 추악한 것이겠지요.


현대 문명의 기원이라 할 그리스 신화는

그 방대함 만큼 우리들을 매혹시킵니다.


다만, 동양의 작은 변방의 한 사람으로써,

우리에게 그리스 신화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동경의 대상?

서양의 우월성?

우리들을 대표하는 신화에 대한 (반대급부적) 찬양?

다양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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