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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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이는 말을 재미있게 한다. 생긴 거는 시꺼멓다. 여자들은 자신을 웃기는 남자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진철이도 인기가 많다. 눈이 동그란 은주가 특히 좋아한다.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 웬만한 만담은 저리가라다.
그 진철이가 내게 강 이야기를 첨부로 보내며, 선생님 각설하고 지가 강 이야기를 연구원 칼럼에 올리려고 하는디요, 걱정도 되고 흥분도 되고 그라는디요 지가 써도 될까요라고 물어 왔다. 그래서 좋다 여기도 쓰고 저기도 쓰고 여기저기 올려 두면 사람들이 좋아 하는 지 알 것 아니냐했다. 그랬더니 진철이가 좀 섭섭했던 모양이다. 아니 지가 그동안 쓴 강이야기를 첨부로 보내 드렸는디 어찌 10분 만에 좋다 그러신데요 읽어 보지도 않고 좋다 그러시면 어쩐디요라는 마음을 품었던 모양이다. 어제 신년식에서 내게 그 이야기를 하기에 모두 다 웃었다.
사실 나는 진철이가 첨부로 붙였다는 강이야기가 첨부로 되었는지도 깜빡했다. 그러나 진철이는 연구원 과정을 하는 내내 강 이야기를 써댔다. 그때 다 보았으니 나는 강 이야기가 좋다고 여겼던 것이다. 쓰다보면 다듬게 될 것이고 다듬다 보면 더 좋아질 것이다. 연구원 컬럼은 하나의 큰 주제를 정하여 매주 쓰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고, 매주 쓰다 보면 일년에 50개의 꼭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지금 까지 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앞으로 쓰게 될 수련이 중요하고 그렇게 꾸준히 쓰다보면 결과물이 축적되게 마련이다. 내가 해야할 선생으로서의 작은 역할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쓰게하는 것이다.
진철이는 좋은 작가가가 될 것이다. 결국 매일 쓴 사람이 작가라 불리게 될 것이다. 밥을 먹고 그 밥이 똥이 될 때 까지 한 짓, 그것이 그 사람의 정체일 수 밖에 없다. 밥을 먹고 매일 글을 쓴 사람이 작가고 그 밥으로 매일 그림을 그린 사람이 화가고, 그 밥으로 매일 회사에 출근한 사람이 바로 직장인이다. 밥과 똥 사이의 한 일로 우리가 결판난다고 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진철이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간다고 한다. 아테네에서 돈도 여권도 다 잃어버린 전적이 있다. 틀림없이 넋놓고 썰 풀다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날씨도 추운데 진영이가 잘 챙겨서 다녀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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