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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3일 06시 47분 등록

"왜 꼭 그렇게 해야할까 ?" 경영현장에서 의심없이 쓰이고 있는 일반적 현상에 대하여 나는 종종 회의하곤 한다. 현장에서 수없이 발견되고 있는 경영의 실수 중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그리고 이것을 생각의 실험이라고 불러보자.

첫 번 째 생각의 실험

회사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 제일 먼저 임금의 동결이나 삭감, 해고 그리고 각종 복리후생 프로그램의 축소를 통해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재정적 상황을 개선하려고 한다. 이것은 적절한 경영 조치일까 ?

긍정적 효과는 단기적으로 재무적 수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된다. 직원들은 이 조치에 대하여 적절한 경영행위라고 인정하고 환영하지 않는다. 실망하거나 분개하기 때문에 다른 직장으로 옮겨갈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다른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원들은 우수한 직원들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인재들이 먼저 회사를 떠나가게 된다. 결국 회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는 핵심 인력을 상실하게 된다. 만일 외부 비즈니스 환경이 좋지 않아 회사를 옮기기 어려워지면 그대로 남긴하겠지만 대단히 수동적으로 처신하게 된다. 열정도 비전도 실험정신도 없다. 비용절감의 효과 보다 더 빨리 사기가 떨어지고 충성심이 사라지고 업무의 품질이 떨어진다. 회사는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추동력을 잃게 된다.

기업의 경쟁력 위기나 2008년 후반 이후 전세계를 강타한 경기 침체 속에서 우리가 배우 결정적인 교훈은 다운 턴 메니지먼트 down-turn management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 행위 중의 하나는 핵심 인력들의 일탈을 막고, 그들이 위기극복의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는 가장 필요할 때 가장 유능한 인물들을 가장 먼저 잃게 됨으로써 위기와의 싸움에서 선두전력을 상실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한번 잃은 인재를 다시 키워내고 확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을 떠 받칠 수 있는 동량을 얻는 것은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

두 번째 생각의 실험

인센티브 제도는 성과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까 ? 또 기업이 원하는 성과와 반대되는 결과를 얻은 임직원들에게는 불이익과 처벌은 가하는 것은 더 나은 성과를 얻기 위한 적합한 경영행위일까 ?

일반적으로 '당근과 채찍' 이라는 불리는 보상과 제재를 통한 외부 동기부여의 방식은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부적절한 방식이라는 것이 수많은 사례로 입증되었다.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걸게 되면 직원들은 무리하게 특정 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본인이 원하는 것이 아닐 경우 심리적 마찰을 겪어가면서도 기업이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열중한다. 그러나 역시 중장기적으로 치명적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예를들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게 되면 학생들의 성적이 실제로 향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숫자가 주는 허상이다. 여러 형태의 부정행위를 통해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것이 나중에 발견되는 사례가 비일 비재하다. 다른 직업에 비해 청렴도가 높아야하는 교사들의 경우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이것을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 때문이라고 자위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이것은 제도적 폐해인 것이다.

외부적 동기부여의 방식은 인간이 매우 자발적인 존재이며, 복잡한 심리적 작용에 의해 열정이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지나치게 단순한 기계론에 입각한 사고방식이다. 이것은 마치 정지한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뉴턴의 물리학과 같다. 외부적인 힘이 없으면 직원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인간이 물체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 행위다. 인간은 빈 가솔린통에 가솔린을 채워주기만 하면 언제고 달려 갈 수 있는 자동차가 아니다. 인센티브를 통해 빈 창자에 돈을 채워 넣는다고 개인과 조직을 위해 바람직한 성과가 만들어 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두통을 앓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머리가 깨어질 듯 아프고 머리가 터져 버릴 것만 같은 통증을 느끼게 되면 우리는 묘한 처방들을 생각해 낸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이런 경우 거머리리가 관자놀이에서 나쁜 피를 빨아내거나 쐐기풀 스튜를 만들어 먹으면 낫는다는 민간요법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종종 더 기발한 착상을 하기도 한다. 터질듯한 머리에 구멍을 뚫고 시원한 바람을 넣으면 통증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했다. 육체의 고통을 없애고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부정확한 직관에 따른 민간처방이 아니라 육체에 대한 정교한 지식과 합리적인 처방이다. 아플 때 우리가 의사를 찾아가는 것은 그들이 인간의 육체에 대하여 우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오랜 동안 훈련을 받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로 인간의 행동 심리와 조직 성과에 대한 부정확하고 지나치게 단순한 이론에 따라 처방하게 되면 조직은 위험하다. 마치 두통을 치유하기 위해 두개골에 시원한 바람구멍을 내듯 어처구니없이 조직을 죽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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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쓰여왔고, 널리 활용되어 온 생각과 방법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그 오래된 처방이 잠시 우리의 통증을 경감시켜주고, 잠시 눈에 보이는 단기적 실적을 향상시켜준다고 하여, 길게 보아 유해한 처방을 아플 때 마다 쓸 수는 없다. 육체에 대한 지식이 늘고 더 훌륭한 처방이 과거의 처방을 대체하듯 경영 역시 진화하고 발전해야한다. 그동안 아주 많은 경영의 실험들이 만들어져 유행처럼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세상을 풍미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경영은 사회의 진화를 따라오지 못한 듯이 보인다.

매우 뛰어난 경영학자인 게리 해멀은 눈부신 외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영을 지배하는 원칙들은 100 년전의 기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질문한다. "당신의 회사는 누가 경영하는가 ? 아마 CEO와 중역 그리고 당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회사를 경영한다라고 말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의 전부가 아니다. 당신의 회사는 20세기 초반에 경영법칙을 창안한 이론가와 사업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라고 경고한다. 그의 말이 옳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유사한 관리체계, 유사한 인사제도, 유사한 보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 CEO가 다른 회사로 옮겨가 사령탑에 앉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조종석의 계기와 레버들이 다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영의 조종석은 100년 전의 생각들로 디자인 되어 있다. 경영학은 유감스럽지만 가장 빛나는 의상을 걸친 가장 낙후한 학문이 되었다.

어떤 경영자들은 이렇게 질문할 지도 모른다. 그동안 기업들이 가장 빛나는 성과를 만들어 온 것은 경영의 승리였다. 성과가 좋다면 100년 전의 경영 사상과 원칙들이라 할지라도 바꿔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동안 20세기의 경영학은 불, 언어, 민주주의처럼 위대한 인류의 유산이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우리는 부유해졌고, 풍요로워 졌다. 그러나 우리는 관료화된 조직의 노예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 작업의 규율에 꿰맞추어져 있고, 효율성이 다른 미덕들을 지배하는 조직 문화 속에 남아 있다. 우리의 인간적 열정과 자유분망한 창의적 욕망은 여전히 억압받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로 바뀌어 갔지만 경영의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여전히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 있고, 관리자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가장 창의성이 필요하고 거대한 상상력에 의한 새로운 대안적 세상이 절실할 때 우리는 여전히 통제와 지시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열정을 억압받고 있다. 지금 우리는 현대경영의 불행한 유산과 어두운 그림자가 치명적 결함을 보이는 순간에 다다른 것이다. 경영학의 과제는 이제 21세기의 진화된 시대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경영학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동안 경영학의 정신을 지배해 온 100년 전의 패러다임을 뜯어내는 것이다. 경영학은 자신의 혁명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안게 되었다.

IP *.160.3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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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09.09.14 11:28:41 *.114.22.104
 
 정확하게 찔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4.11 10:41:34 *.212.217.154

그 새로운 세상에대한

작지만 커다란 변화를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왠지, 이 실험들이 좋은소식이 될 것 같은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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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2 11:26:43 *.212.217.154

사이먼 사이넥 이라는 조직혁신 강사하가 쓴 책인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라는 책이

선생님이 주장하신것과 같은 맥락을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들이 인생의 3/1 이상을 보내는 회사, 조직의 문화는

100년전의 그것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낡은것을 벗어 버리고

새롭게 조직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쉽지는 않지만 그 길을 걷는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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