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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3일 21시 51분 등록
여성, 나, 그리고 일, 2005년 2월

21세기가 여성의 시대라는 말은 당연한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여성 트랜드 전문가로 잘 알려진 페이스 팝콘은 EVEolution 이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여성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양식이 비즈니스의 세계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이브'(Eve) 와 '진화'(evolution)의 합성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역시 여성 마케팅 전문가인 마리아 베일리는 ‘맘 마케팅’ (Mom Marketing) 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엄마들을 놓치면 장사하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했다. 엄마들은 자신을 위해 구매할 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생활용품과 살림살이를 구매하는 구매총괄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한 조사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이미 모든 소비 분야에서 주도권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가정 내에서 재테크를 담당하는 사람은 남편(16%)이 아니라 아내(57%)이며, 신문에서 자동차, 부동산에 이르기 까지 모든 구매 결정권은 이미 여성의 손 안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 사회의 가장 완고한 부문의 문도 여성을 위해 점차 열리고 있다. 금녀의 집이었던 군대에 2,000 명이 넘는 여군이 입대했고, 2020년 까지는 전체 군의 5%는 여성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이 지나면서 법조계에는 이미 10% 정도의 여성 판사들이 포진해 있고, 행정고시에서는 여성수석합격자가 나온 것에 이어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5%를 넘어섰다. 외무고시합격자의 여성 비율을 더욱 높아 전체의 1/3 이상이 여성의 차지가 되었다.

그러나 소비의 세계가 완벽하게 여성의 손에 장악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실제로 생산에 참여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로서의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분명한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회적 환경과 조건은 여성들에게 기회의 문을 쉽게 열지 않고 있다. 비근한 예로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그 역설의 현주소를 잘 대변해 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만일 성적 순으로 채용을 하게 된다면 신입 사원의 2/3는 여성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일반 직장에서 여성 근로자의 비율은 대략 1/4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조사 기관에 따르면 105개의 조사 대상 기업 중에서 여성임원이 있는 곳은 17 곳에 지나지 않으며 그 수도 19명으로 전체 임원 수의 16%에 불과 했다. 더 비관적인 것은 대부분의 기업은 여성 임원을 육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는 직업과 노동의 세계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쉽게 주려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여성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재능과 경험을 결합하여 훌륭한 부가가치 창조자로 사회 속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한 숙제일 것이다. 여성이 훌륭한 직업인으로 자신을 준비하는 것을 돕기 위한 몇 가지 팀을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준비는 우선 자신에 대한 연구에 게을러서는 안된다는 점을 들고 싶다. 이것은 비단 여성만의 노력이 아니라 모든 개인들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즉 자신의 기질을 이해하고 직업의 세계에서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자신의 재능과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탐구가 있어야 한다. 김치를 잘 담글 수 있고, 청국장을 잘 띄울 수 있다면 그 재능을 썩히지 말라는 것이다. 창업의 50%는 요식업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라. 손끝이 매워 예쁜 수공예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이 어떻게 직업의 세계와 연결 될 수 있는 지 고민해 보라는 뜻이다. 색감과 배색이 뛰어나다면 그것이 플로리스트로서의 가능성과 어떻게 연결 될 수 있는 지 연구해 보라는 뜻이다. 만일 이것도 저것도 쓸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고 그저 성실하고 근면한 일은 해 낼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좋은 자산이다. 성실과 근면은 눈에 잘 띄는 신뢰의 기반이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여유 있는 노년층이 많아지면서 믿을 수 있는 베이비시터와 실버시터, 그리고 케어 복지사들이 일을 찾는 여성을 기다리고 있다. 최고의 시장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 기질과 재능을 결합시킴으로서 시장의 수요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특별한 자신만의 직업의 세계로 접근해 가는 방식이다.

둘째는 여성적 특성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직업의 세계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남성화되어가는 현상은 드문 일이 아니다. 남성의 세계에 진입하면서 남성적 특성의 외투를 걸쳐야 그 세계에서 버텨낸다는 강박관념의 투영이었다. 그러나 이제 부터는 감성적이고 수평적이고 남에게 베풀고 배려하는 여성적 특성의 우아한 겉옷을 걸치는 것이 좋다. 감성이 디지털 시대의 문화를 주도한다. 흔히 디지털 시대가 3F, 즉 감성(Feeling), 허구(Fiction), 여성(Female)의 시대라고 불리는 점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냉정하고 논리적인 사고보다는 감성적이고 유연한 사고와 표현에 능숙한 여성이 디지털 시대의 적자(適者)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쓰는 언어에 ‘필(feel)이 꽂힌다’는 말이 있다. 이 표현은 다른 논리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유를 따지지 않는다. 왜 ‘필이 꽂혔는지 묻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필이 꽂혔다‘는 점이다. 내 마음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움직여 나는 즐겨 마음의 부름을 따를 것이라는 뜻이다. 여성이야 말로 여성적 특성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셋째는 수평적 휴먼 네트워크를 많이 가지고 고립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나이에 이제 와서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푸념은 그동안 자신과 사회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두려움의 표시다. 사회와의 교신이 끊기게 되면 고립되고 다양한 전문직업의 세계로부터 멀어 지게 된다. 이 고립의 끈을 끊는 건강하고 효과적인 방법 중에서 내향적인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우리는 익명성을 가지고 어디고 접속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질문하고, 의견을 묻고, 방법을 의뢰하고, 자신의 생각을 남겨 놓을 수 있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최고의 사이트를 3-5개 정도 골라 놓고 정규적으로 접속하여 자취를 남겨 놓는 것이 좋다. 세상을 향해 교신을 보내야 응답이 오게 되어있다. 소통의 시작은 내가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거절당해도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 얼굴 없는 이름으로, 오직 그 내용의 진지함으로 답신을 받아내는 이 역설적인 가벼움을 즐기라는 것이다. 직업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온갖 궁금증에 대하여 억제하고 침묵하는 대신 세상을 탐색하고 질문하고 준비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넷째는 무엇을 계획하던 그 일을 매일 수련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직도 어머니가 끓여주던 특별한 음식의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매일 일상에서 숙련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그 음식의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일상의 식탁을 꾸려갔던 어머니의 매일의 수련과 정성이 빚어낸 특별함이기 때문이다. 연습이 대가를 만들고, 엉덩이 살이 최고의 전문가를 만들어 낸다. 매일 수련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매일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의 성취를 따를 수 없다. 무엇을 계획하던 그 도전과 준비를 시작한 다음에는 하나의 초점을 가지고 매일 학습하고 수련해야한다. 이것이 중도에서 그만두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수련법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시간만큼 애를 쓰고, 그 시간을 최대한 즐긴다면 그것은 또한 일상의 취미며 잘 깨어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축복받은 시대 속으로 들어왔다. 사회적으로 가장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한 역사의 시기를 통과해 가고 있다. 우월과 열등의 원리가 아니라 수평과 조화, 다름과 다양성의 원리가 여성들의 손에 의하여 촉진되고 있다. 그동안 남성성의 편재와 수직적 구도의 권위주의가 지배하던 직업의 세계 속에 부드럽고 유연한 노동의 질을 선물함으로써 다양한 디지털 시대의 풍요로움을 선물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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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20:12:37 *.212.217.154

새로운 시대, 여성의 새로운 가치.

느낌(감정), 이야기(픽션), 여성의 시대.

성별의 넘어서 남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이네요^^

남성들도 여성적 섬세함을 갖추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시대에 도퇴되고 말테지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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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9 16:43:59 *.70.56.228

여성의 시대는 생각처럼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듯 합니다.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이,

오랜기간 관성이 된 권력과 사회적 통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큰 역사의 흐름으로 보자면

결국 여성성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시대로 가는것은

분명한 사실일것입니다.


그 흐름을 읽고 

나의 일에 적용할 수 있다면

참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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