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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6일 06시 48분 등록

도란 무엇인가 ? 입을 벌리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은 언어를 초월해 있다. 세상이 시작하기 전에도 있었고 세상이 사라진 다음에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여기에도 있다. 모든 것들 속에 편재해 있다. 그러나 있고 없음을 초월해 있고 현상과 본체를 또한 초월한다.  이쯤 되면 오리무중이 되니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렇다. 그래서 언어를 초월해 있다고 이르는 것이다. 

 노자와 장자는 이 알 수 없는 것을 도라고 부르고 불가의 선사들은 그것을 참본성 혹은 참진인(眞人) 이라고 부르고, 머리에 의존하는 서양의 현인들은 이것을 아마 진리라고 부른 것 같다.

어느 날 나는 오경웅이 쓴 '선의 황금시대'라는 책을 보고 있었는데, 그 책 속에서 중국 선종의 제 3조인 승찬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차별하고 선택하는 마음만 버리면
도 자체에 어려울 것이 없다
좋고 나쁨을 떠나면
도는 밝은 대낮처럼 뚜렷하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선종의 역사에 조주라는 위대한 선사가 한 법회에서 이 글귀를 보고, 평하여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이 도에 대하여 단 한 마디라도 말한다면 그 순간 이미 차별하고 선택하는 분별심을 낸 것이다. 나로서는 도에 대하여 분명하지 않다. 나는 다만 그대들이 이 도를 마음 깊은 곳에 순수하게 간직하고 있는지 여부만 알고 싶다"

그러자 한 똘똘한 제자가 질문했다. "
"스승께서 도에 대하여 분명치 않으시다면서 우리더러 무엇을 품어 순수히 간직하라는 말씀인지요 ? "

그러자 조주가 답했다.
"그대들의 의문을 실제 체험을 통해 풀어라"

스승은 매끄럽게 도망가고, 제자는 멍하니 남게 되었다. 위대한 스승들은 늘 그렇게 도주에 능하다. 제자 놈이 늘 미끄러지게 한다. 도망가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어느 날 제자가 선의 근본 이치를 알려 달라 조르자 조주가 다시 이렇게 대답한다.

"난 지금 오줌이 급해. 생각해 보게. 이런 사소한 일조차 내가 하잖아"
다시 졸지에 스승은 오줌 뒤로 숨고, 제자는 또 멍해졌다.

'스스로 풀어야 한다' 그것이 도망간 스승의 가르침이다. 그는 이것을 아주 여러 가지로 가르쳤다.
다시 한 제자가 도에 대하여 묻는다.

"만물이 하나로 귀의한다는데 그럼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지요 ? "
(萬法歸於一, 一歸何處)

조주가 대답한다.
"내가 청주에 살 때, 무명옷을 한 벌 지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근이었다"

앞 뒤가 맞지 않는 이 대화에 이르면 우리는 스승이 뭘 아는 사람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조주는 엉터리 스승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스스로 풀기를 요구한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하나로 귀의하는데, 그 하나가 바로 개인적 체험이다. 청주에 있을 때 일곱 근 나가는 옷을 지어 입은 것 만큼 개인적인 일은 없다. 그것이 우주의 일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개별적 사건들 중 어느 하나도 이 하나와 손잡지 않은 것이 없다. 우주와 내가 공명하는 것이다. 그때 스승이 대갈일성 큰 소리로 외친다.

"그대들이 이 늙은 중을 만나 보았다해서 갑자기 다른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대들 스스로가 바로 주인공이다. 바깥에서 다른 이를 찾을 필요가 없다"

그는 부처라는 말을 듣기 싫다했다. 도는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것에 편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주는 그것을 '뜰 앞의 잣나무'라고 말했고, 장자는 그것이 '똥무더기 속에 있다'라고 말했다.

선종의 스승들이 제자들의 질문에 대하여 말도 안되는 대답을 하거나 막대기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짓거리들을 하는 것을 개탄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으니 그 무식해 보이는 대응에 개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머리의 활동이 창자의 활동 보다 더 우주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위대한 스승들은 도덕경에 나오는 노자의 다음과 같은 깨달음에 충실하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최상의 지혜요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여기는 것이 가장 큰 병이다"
(知不知上 不知之病)

그들은 사기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황당한 시추에이션에서 진짜 스승과 돌팔이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을까 ? 있다. 아주 분명하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혹은 묻는 사람에 따라 가장 적합하도록 늘 다르게 말할 수 있는 생명력과 독창성에 있다. 매번 똑 같은 수법을 써 먹는 사람은 가짜라는 것이다. 설혹 그것이 한 때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훌륭한 답이었다 하더라도 매번 사용하면 '말라 비틀어진 무말랭이' 처럼 생명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스승은 가짜이거나 배움을 멈춘 게으름뱅이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스승의 깨달음을 마치 제 것인양 복제하는 제자들 역시 앵무새요 '뜨내기 잡상인' 에 불과하다.

노자와 장자 그리고 불가의 선사들은 자유롭다. 그들은 유가의 번잡한 의무를 넘어서 있다. 그들은 윤리와 도덕 그리고 그 기초가 되는 인의(仁義)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상을 요구한다. 유가에 대한 불평은 그것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유가는 품행이 단정한 교양인을 만들어 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을 규범으로 묶어 두었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하거나 새로운 요구에 직면하게 되면 그들은 마치 줄에 묶인 꼭두각시처럼 자유롭고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공자가 모자란 다는 뜻은 아니다. 공자 역시 만년에 이르러 언행에 걸림이 없고 마음대로 해도 어긋나지 않는 자유에 이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인가 ? 혼란에 빠진 한 구도자가 어느 날 노자에게 찾아와 물었다.

"모르면 바보 취급을 당하고
좀 알면 그 지식이 나를 번뇌하게 합니다.
좋은 일을 안하면 남을 해치고
좋은 일을 하면 내 자신이 손해를 입습니다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일에 소홀해 지고
의무를 다하자니 기진맥진입니다
어떻게하면 이 모순에서 벗어 날 수 있습니까 ? "

이게 바로 지금의 우리인데, 아마 노자의 시대 그때도 이게 미칠 듯한 그들의 고민이었나 보다.
선생 노자가 뭐라고 했을까 ?

" 가련하다, 그대여! 가는 곳 마다 막히고 가는 곳 마다 묶여있구나 "

그리고 이렇게 해법을 준다. 첫째, 장애물이 밖에 있으면 그대로 던져 버려라. 내 던져라. 둘째, 만일 장애물이 안에 있으면 그 작용을 멈추어라. 셋째, 만약 그 장애물이 안팎에 다 있으면, 도를 지키려 하지 말고, 도가 그대를 지켜주기를 바라라.

노자의 방식은 불가 선승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삶의 문제에 걸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때는 그 문제들을 옆으로 제쳐 놓고, 스스로 더 높은 곳에 올라섬으로써 그 문제들의 함정을 굽어보라는 것이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가 소멸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집착을 벗어나 머물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로워진다.

자유의 경지에 이르면 어떻게 될까 ? 조주 선사는 이렇게 말한다.
"안으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밖으로 아무 것도 구할 게 없다"

200931675350101.png

그는 100 살도 넘게 아주 오래 살았는데, 죽기 전에 이미 바람이 된 것 같다. 바람이 된 사람들,   노자나 장자 그리고 만년의 공자,  혜능과 마조 그리고 조주 같은 선승들은 바람이었다.   우리도 가끔 바람 맛을 좀 보자.   봄바람 한 번 타볼까 ?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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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1 14:41:49 *.212.217.154

바람처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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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4 20:16:33 *.212.217.154

봄바람 살랑이는 계절입니다.

바람을 느끼며 오늘 하루를 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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