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7171
- 댓글 수 5
- 추천 수 0
나의 집에 있는 배롱꽃
우리 집에 온 다음
그 나무는 한 번도 꽃다운 꽃은
피워 보지 못했네
실망한 아내는
석녀야 석녀
꽃을 피워라
아니면 베어버리리
협박도 하고 애원도 했지만
그녀의 마음 그 나무는 받아주지 않았네
몇 년이 지나
우리는 지치고 말았어
아내도 나도 다 지치고 말아
그 자리에 붉은 벚꽃을
피울 벚나무를 심어 두었지
그리고
배롱나무는
개똥 가득한 개집 옆으로 옮겨 심었지
그게 올 여름은 다르겠지 기다리다 지친
그해 가을이었지
그 다음해 여름
개똥 밭 배롱나무는
온통 붉은 폭탄꽃으로 천지를 붉게 불들였지
보아라
몇 년을 피지못한 설움이여
크고 작은 벌들이 달려들어
잔치하듯
윙윙거리니
아내는
좋다좋다
봇물터지듯 꽃터졌다
기꺼워하고
계단 오르내리며
꽃구경에 겨워 볼터지네
모든 초라한 청춘은
개똥밭 배롱꽃 보러 와라
모든 외로움 폭죽처럼 터지는
꽃피는 여름
제발 여름 작물만 같아라
그렇게 푸르게
짙은 초록으로 쑥쑥 자라라
개똥밭 거름
더럽다 피하지 말고
못 먹은 피처럼 들이켜
맘껏 자라라
아, 붉은 토양 붉은 꽃
맘껏 피어라
댓글
5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3 | 1인기업 '벼룩의 시대'에 살아남기 [2] | 구본형 | 2002.12.25 | 6405 |
402 | 전문가의 삶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2] | 구본형 | 2002.12.25 | 6405 |
401 | 내가 크게 쓰일 날 [6] | 구본형 | 2006.03.22 | 6406 |
400 | 낯선 시대의 특별한 생각 [5] | 구본형 | 2006.02.28 | 6410 |
399 | 45번의 하루 [5] | 구본형 | 2006.11.08 | 6415 |
398 | 마음대로 경영하여 성공한 사람 [4] | 구본형 | 2008.01.23 | 6430 |
397 |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2 - 그건 그 사람의 현실이야 [4] | 구본형 | 2006.08.24 | 6433 |
396 | 새똥은 마르면 쉽게 떨어진다 [3] | 구본형 | 2009.07.19 | 6433 |
395 | 혹시 그 길이 날 닮은 길일까 ? [9] | 구본형 | 2006.07.14 | 6437 |
394 | 자발적 빈곤의 자유 [6] | 구본형 | 2006.10.19 | 6440 |
393 | 먼저 믿게한 다음에야 설득할 수 있다 [5] | 구본형 | 2005.08.30 | 6445 |
392 | 두 번 의 여행 [4] | 구본형 | 2010.07.21 | 6448 |
391 | 놀이에 대하여 [11] | 구본형 | 2006.03.22 | 6450 |
390 | 여행은 낯선 여인처럼 [4] | 구본형 | 2009.08.20 | 6451 |
389 | 세계지식포럼 참관기 - 레스터 소러 교수 기조연설 [2] [2] | 구본형 | 2002.12.25 | 6452 |
388 | 인생 최고의 혁명 [3] | 구본형 | 2007.02.12 | 6454 |
387 | 내게 어울리는 일 [3] | 구본형 | 2006.04.23 | 6456 |
386 | 나의 작가론 [5] | 구본형 | 2011.12.13 | 6456 |
385 | 그 곳, 로까의 곶 [6] | 구본형 | 2010.02.24 | 6458 |
384 | 열정과 기질 [4] | 구본형 | 2006.12.19 | 64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