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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8일 07시 22분 등록

즐거움이 즐거움을 이끈다

링친셴이라는 사람이 있다. 타이완에서는 잘 알려진 문인이다. 어느 날 그의 친구가 서재에 걸어두고 음미해볼 만한 좋은 글씨를 하나 써 달라고 부탁했다. 링친셴은 고민을 하다가 '常想一二' 즉, '늘 한 두 가지를 생각하라' 라고 써 주었다고 한다. 그의 친구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링친셴에게 그 뜻을 물었다. 그러자 링친셴이 대답했다. "이보게, 세상에 뜻대로 안되는 것이 열에 여덟 아홉이라고 하지 않나. 그러니 뜻대로 되는 기분 좋은 일 한 둘을 늘 생각하고 그 일을 넓혀 나가시게. 그러면 삶이 즐겁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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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링친셴의 위트있는 조언이 마음에 든다. 스스로 즐거운 일을 넓혀가고 그 자족과 자신감을 확장해 가다 보면 일터에서의 어려움과 고됨이 불평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모든 리더십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내가 나를 이끌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나의 주인이 된다. 스스로를 이끌 수 있는 사람만이 남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내가 나를 이끌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self-leadership이다. 모든 주도적 인물들의 공통점이다. 제대로 된 자기계발서로 나로부터 시작되는 리더십을 다루지 않는 책은 없다. 나로부터 확장되는 리더십에 대한 가장 훌륭한 조언 중의 하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라는 유가의 사상이다. 그래서 나는 공자의 '논어'를 가장 오래된 최고의 고품격자기계발서의 원형이라고 부른다. 모든 리더의 몰락과 비극은 자신을 다루지 못하면서 남을 다루려 하는 데서 비롯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애를 쓰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때때로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이루어 지지 않는 일들에 연연하여 노심초사하다보면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때 마다 나는 나를 달랜다. '모든 주어지는 것들에 대하여 불평하지 말 것. 바라지 않았지만 주어진 상황을 교훈으로 전환시킬 것' 을 나에게 주문한다. 좋은 일이 생기면 늘 감사하고 바라지 않는 일이 생기면 스스로 돌아 봐 경계하고 반성할 것을 요구한다. 이때 비로소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즐거운 최선을 찾아 나서게 된다. 언제나 이런 정신적 전환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의 중심을 잡고 이런 수련에 익숙해지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내 마음은 밝아진다. 내가 이런 전환에 성공하게 되면 나는 나를 칭찬해 준다. 그리고 내가 어제 보다 조금 나은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기쁨을 내게 선물한다.

정신적 태도를 전환하는 데 성공하면 우리가 객관적 상황이라고 규정한 내용조차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연애를 할 때, 우리는 상대에 대하여 관대하다. 음식을 먹다 좀 흘리면 그 실수에 본인만큼 당황해 하며 얼른 휴지를 찾아 주고, 자동차키를 잃어버리면 온갖 추리력을 동원하여 즐겁게 주위를 뒤져 찾아준다. 그러나 서로 결혼하여 몇 년 살다 보면, 그 일로 싸우게 되기 십상이다. 상대가 음식을 흘리면 칠칠치 못하다고 말하고, 열쇠를 잃어버리면 머리 나쁜 새대가리라고 퍼부을 수도 있다. 똑같은 사람,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지만 서로를 대하는 정신적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생겨나는 불화인 것이다.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화나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와 자세의 문제일 때가 많다. 따라서 우리의 정신적 태도를 바꾸어 주면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문제가 밖에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쉽게 문제의 해결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면제된다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문제가 밖에 있다면 내가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고작 불평과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 전부일 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가 내게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해결의 열쇠를 내가 쥐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주도적인 사람은 늘 스스로를 돌아보아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불평으로 해결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들은 즐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 나선다.

직장이 어른들의 놀이터처럼 즐거우려면 우선 자신이 스스로 즐거워야한다. 그러니 바라지 않는 상황에 대하여 불평하는 대신 그 일의 좋은 면을 보고, 그 좋은 점을 넓혀 나가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내자. 그리고 자신의 좋은 영향력이 퍼져나가는 것에 대하여 기뻐하자. 이 때 직장은 품삯을 벌기위한 노역의 장을 넘어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그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의 장으로 바뀌게 된다. 호모 루덴스, 인간은 스스로 주도적으로 놀이를 즐길 줄 아는 동물인 것이다.

(2008. 12월 15일 동양기전을 위한 원고)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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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호
2008.12.18 17:52:53 *.149.144.99
넘 감동적인 글이네요..^^ "몰락과 비극은 자신을 다루지 못하면서 남을 다루려고 하는데서 비롯된다"
사람을 바라보라보는 우리의 태도와 자세의 문제..정신적 태도를 바꿔라..등 잘아는 내용인데도
글을 너무 맛갈나게 쓰시는것에 항상 감동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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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윤
2008.12.19 13:00:00 *.199.250.121
지나온 1년동안 내게 다가온 문제들을 밖에서 찾지는 않았는지~~~~??? 한해를 마감하며 좋은생각을 품게하는 아름다운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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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8.12.19 17:21:55 *.29.226.158
구본형 선생님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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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꽃
2008.12.19 17:44:48 *.7.241.248
이곳에 오면 어제보다 조금 나은 사람으로 성장한것같아 늘 마음 뿌듯합니다

구본형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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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기
2008.12.20 21:13:20 *.80.154.236
늘 구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즐기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것! 이상적인
생활을 할 날은 언제가 될런지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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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virus
2008.12.26 05:41:06 *.130.189.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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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주
2009.01.05 03:06:43 *.250.76.223
잠 못이루는 이 새벽에 좋은글 읽고 위로 받습니다. 60대 중반이 되어 맞이하는 새해의 의미가 젊은날과는 또 다른 무게로 닥아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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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강
2009.01.11 00:09:28 *.217.162.241
요즘 신경쓰이는 일이 많아 마음이 많이 거칠어져 있었는데 좋은 글로 마음에 난 돌기들을 다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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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2 21:56:40 *.212.217.154

긍정으로 바라볼것.

하지만 언제나 최악을 준비하는 현실성을 함께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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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2 11:29:21 *.212.217.154

모든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법이지요.


물이 절반밖에 않차있는가?

절반이나 차 있는가.


삶에대한 태도가 곧 행복의 조건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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