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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9일 10시 52분 등록
상사가 나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법 1 - 공을 돌려라 (동아)
2008년 6월

“ 9월 21일 계묘. 맑음. 아침에 진군하여 화를 쏘고 화포를 놓아 종일 서로 싸웠다. 바닷물이 너무 얕아서 다가가 싸울 수 없었다. 남해의 적이 경강선을 타고 들어와 정탐하려 하자 허사인등이 추격했다. 적들은 배에서 내려 육지를 타고 산으로 도망갔다. 그 배와 그 속에 있는 여러 물건들을 빼앗아 도독 진린에게 보냈다. ”
- 이순신의 난중일기 중 1598년 무술년, 9월 21일 일기


상사가 자신의 공을 빼앗아 갔다고 느끼면 대단히 분개한다. ‘나의 노고로 만들어 낸 업적을 가로 채고, 내 아이디어를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 인양 떠벌리는’ 상사는 매우 파렴치한 인간으로 생각한다. 결국 자신은 땀 흘려 재주넘는 곰에 불과하고 상사는 돈을 챙길 뿐 곰의 노고를 모른 척하는 장사꾼 같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그를 위해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코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상사 역시 매우 경박한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그런 일로 상사와의 관계를 그르쳐서는 안된다. 크게 떠들 일이 못된다. 왜냐하면 상사란 기본적으로 그 부하 직원들의 힘을 통해 공을 이루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상사의 성공에 기여했다면 나는 상사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식의 초점을 ‘나는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부터 ‘나는 어떻게 조직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어 갈까’ 라는 생각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힘써 한 일의 공을 상사에게 돌리고, 그의 성공을 돕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나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상사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상사로 하여금 나 없이는 공을 세울 수 없으며, 나 없이는 좋은 아이디어를 빌려올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상사를 장악하는 가장 현명한 길이다. 그러므로 ‘그가 내 공을 가로챘다’ 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상사가 내 공을 빌려갔고, 나는 상사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있다’라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한 것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돕기 위해 파병되어 온 명나라 수군도독 진린은 1598년 7월 16일 수군 5천명을 이끌고 합류하여 조선 수군과 함께 공동 작전을 수행하였다. 이순신이 그해 11월 19일 노량해전에서 전사할 때 까지 모두 4개월 동안 이순신과 함께 하면서 이순신의 천재와 인품을 가장 잘 알고 지냈던 유일한 타국인이었다. 진린은 거칠고 오만한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순신에게 매료 되었다. 지휘권 역시 거의 대부분 이순신에게 양보하였다. 이순신 역시 전리품과 적의 수급등을 진린에게 양보함으로써 그의 명분과 공로를 위해주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다.

이순신에게 중요한 것은 적을 격파하고 나라를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린에게 중요한 것은 명분과 공로였다. 이순신은 원군으로 온 진린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진린에게 명분과 공을 돌림으로써 명의 수군이 조선수군의 충실한 지원군으로 남게 만들었다.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진린은 퇴각하는 왜선과 싸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왜장 코니시 유키나가의 뇌물과 퇴로 보장의 간청을 받아들이고 싶어 했다. 남의 나라에서 피를 흘려야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이순신의 상황판단과 설복에 따라 왜군의 퇴로를 차단하는 작전에 합세하게 되었다. 이순신은 원정군의 대장과 작은 일로 대립되는 것을 피했다. 그러나 중요한 일에서는 소신을 가지고 진린을 설득했다. 아니 중요한 일에서 그의 도움을 확보하기 위해서 작은 일에서 양보하고 모든 공을 그에게 돌렸던 것이다.

후에 진린은 ‘ 이순신은 천지를 주무르는 재주와 나라를 바로 잡은 공이 있다’ 라는 최고의 찬사를 바쳤다. 그는 이순신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슬퍼했다. 이순신이야 말로 크고 작은 싸움에서 모두 자신에게 공을 돌려 준 훌륭한 파트너였던 것이다. 진린은 싸우면 싸울수록 더 많은 공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순신의 목적은 그를 싸움으로 끌어 들여 빈약한 조선의 해상장악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진린이 인격적으로 훌륭한 파트너였기 때문에 이순신을 힘껏 도운 것이 아니다. 그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만하고 참기 어려운 큰 나라의 원정군 사령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를 충실한 지원자와 파트너로 만들어 낸 사람은 이순신이었다. 그는 적과 싸우기 전에 먼저 함께 싸워야할 우군의 마음을 먼저 챙겨 두었다. 그것이 그가 싸울 때 마다 이길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승리의 요소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상사와 공을 다투지 마라. 그가 모든 공을 가로채 버리면 회사가 내가 쌓은 업적을 어떻게 알고 어떻게 나에게 기회를 줄까를 염려하지마라. 열심히 일했고, 그것이 당신의 공로이며 당신이 그 행위의 주역이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래도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고 상사가 꼴도 보기 싫고 더 이상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일이 정말 나 혼자 이루어 낸 일일까 ? 만일 상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 옆에서 나를 도와 준 내 동료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려울 때 마다 나를 도와주고 격려하고 손을 빌려 준 그 많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런 성취가 가능했을까 물어봐라. 성공과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크고 작은 도움들을 하나씩 복원시켜보라는 뜻이다.

우리들은 언제나 아주 쉽게 ‘베네팩탄스’ beneffectance‘ 현상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잊지마라. 이 단어는 beneficence 라는 단어와 effectance라는 단어를 합성한 사회심리학 용어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이 관련된 좋은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공로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에 자신이 관련된 나쁜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실수와 잘못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쉽게 믿어 버리는 인지적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승진하면 내 능력이 뛰어 나서고, 다른 사람이 빨리 승진하면 아부에 능하거나 줄을 잘 선 정치적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이가 들어 내가 하면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순순한 그레이 로맨스가 되고, 남이 하면 나이 값도 못하는 어리석고 추악한 스캔들이 된다는 인식적 오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상사들도 이런 베네팩탄스 현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다시 말해 부하 직원이 좋은 성과를 내면 자기가 때맞추어 결정적인 아이디어나 지원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믿기 쉽다. 자신의 기여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결정적 원인으로 꿰맞추는 오류는 반드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거나 야비한 인간이어서가 아니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저지르는 인지적 오류라는 것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은 인간관계를 잘 이끌어 가는 성숙과 성찰이다.

상사가 공을 이루게 하라. 빼앗아 갔다고 여기지 말고 자진하여 그에게 공을 돌려주고 그를 빛내 주는 것이 그의 지원을 확보하고 상사를 내 일에 묶어두는 길이다. 상사가 나를 지원하고 나에게 손을 빌려 주면 반드시 그 공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켜라. 내가 바로 가장 훌륭한 투자처라는 것을 상사가 알게 해야 한다. 작은 공을 아끼지 마라. 작은 공을 상사에게 돌리고 더 커다란 지원을 얻어내라. 어떤 일을 자신의 의도와 디자인대로 마음껏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보다 더 큰 보상은 없다. 기회를 얻는 것, 그것이 바로 공을 돌린 보상이다. 사소한 공을 자주 돌려라. 그것이 더 커다란 상사의 지원을 얻어내는 가장 훌륭한 전략 중의 하나다.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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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욱
2008.07.21 12:16:16 *.218.80.84

아름다운 글입니다.
감동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구본형 소장님,
너무 감사합니다.

바쁜 일상을 쪼개어 장대한 글을 선사하신
구 소장님께 허리를 굽힙니다.

글을 읽으수록 열정과 몰입이 서면 명품 글인데,
구 소장님의 글은 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구 소장님의 장대한 글을 우리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이 여름날, 뜨거운 열기와 함께 읽어봤으면 좋겠네요.

무더운 여름날, 건강유의 하세요.
다음에도 사이버상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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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연
2008.07.21 15:58:52 *.80.135.139
지금까지 그냥 그런 상사이구나 하고 지내고 포기했었던 제 생활이 초라해지고 부끄러워집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천하를 얻는 것이라고 했거늘, 정작은 나와 종일 지내는 직장상사의 마음을 얻어 볼 전략적 사고는 하지 않았던 것이 안타깝습니다.

11:3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나쁜 행동,실수한 행동은 11명에게 전달되고 좋은 행동,좋은 일은 3명까지 전달된다는 이론입니다.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적을 만들지 않고 더불어 내 사람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면 11명의 적들은 생기지 않겠죠?

이제부턴 상사를 이해하려 하고 작은 공로부터 돌리고 함께 성공해나가는 것이 더 수준높은 일임을 실천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구본형 소장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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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효
2008.07.22 08:49:25 *.241.31.178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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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2008.07.24 07:23:09 *.132.203.234
저는 공직에 근무한 경험있습니다.
부하가 조그만 공이나 아이디어로 포상을 받거나 표창을 받을때가 있습니다.
모든것은 상사의 가르침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상사에게 고맙게 여기지요.
상사의 공으로 인정하든 부하의 공으로 돌리던 우리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언젠가 상사는 부하를 챙겨주고 밀어주며 도움을 주지요.
모든 것은 길게 보고 기다리고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작은 것 하나만 가지고 전체를 조망하지못한다면 후에 누를 범하게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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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
2008.07.28 09:44:49 *.117.154.6
감명 깊게 읽어었습니다
상사에 공이 바로 나의 공 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에야 더욱더 상사에 대한 믿음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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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2008.08.11 09:22:32 *.130.241.4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글의 내공은 여전하십니다.
예전에 와이프가 비슷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런 식으로 조언을 해주긴 했는데, 이렇게 명쾌한 논리로 설명해 주지 못해서 뭔가 찜찜 했었습니다.

저도 열심히 배우고 익히면, 언젠가 선생님같은 내공을 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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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2008.08.11 10:18:55 *.104.107.34
아!
미련하게 부딪치고 힘들게 미워하고
가슴아파하고 자책하고 했었는데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고 저의 부족함을 다시한번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구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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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5 00:06:43 *.212.217.154

예로드신 이순신과 중국의 장군 사례는,

상사와의 관계라기 보다는

상급 거래처(갑을 관계에 의한) 관계로 해석 되지 않나 싶습니다.


부당한 상사의 처사는 단호히 대처해야 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부당함이 관습이 되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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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1 12:03:13 *.212.217.154

'상사'와 '부하'가 서로릅 밀어주고 끌어주는 가치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도와주어 함께 성장하는 수평적 문화를 가진 조직을 꿈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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