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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6일 14시 54분 등록
사람을 믿지 못하면 그 말을 쓸 수 없다. CJ, 2008 년 8월 14일

오리통구이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 어쩌면 베이징 덕 Beijing duck 의 원조일지도 모르는 이 요리를 만들어 낸 사람은 상나라의 이윤(伊尹)이라는 요리사가 아닐까 혼자 추측해 본다. 이윤은 중국의 현제로 알려진 상나라의 탕임금의 장인이 딸을 그에게 보내면서 혼수로 함께 딸려 보낸 요리사였다고 한다. 이윤은 요리의 귀재였다. 요리기구를 지고 들어가 오리통구이를 비롯한 창의적 음식으로 탕임금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살아 있는 것치고 못 먹는 것이 없는 중국인들은 요리를 훌륭한 가치로 여겼고, 식의동원(食醫同原), 즉 음식과 건강은 함께 가는 것이며 음식이 곧 불로장생의 원천이라는 믿음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요리사의 지위 역시 제법 높은 것이었을 것이고, 실제로 이윤은 탕임금의 요리사였다가 재상의 자리에 오른 매우 특별한 인물이었다. 현명한 임금이 현명한 인물을 얻어 새로운 왕조를 열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이윤은 탕임금과 함께 늘 붙어 다니는 운명이 되었다.

상(商)나라에 대하여 또 하나 기억해 두면 좋은 단어는 '상인'(商人)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바로 상나라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장사를 해서 먹고사는 사람을 우리는 상인이라고 한다. 중국의 역사에 대략 기원전 17세기에서 기원전 11세기 까지 약 600백년 정도 존속한 상나라 (혹은 은나라)의 사람들은 장사를 매우 잘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상나라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였던 '상인'은 이런 이유로 장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상인이 바로 비즈니스맨이다. 그리고 비즈니스맨의 근본은 신뢰다. 이익을 따지는 현장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 바로 서로에 대한 신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지키지 않고는 관계가 유지될 수 없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다. 일회적 거래만을 생각한다면, 상인의 대부분은 과장하고 속이게 마련이다. 어찌되었던 파는 것이 장땡이기 때문이다. 팔아먹는 일회적 거래에 능한 사람을 우리는 '장사치'라고 부른다. 냉정하게 이익만을 따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팔려고 들어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않은 '재거래불능 상인'이라는 뜻으로 폄하해 부르는 말이다.

그러나 이익만을 위한 일회적 거래가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에 초점을 맞출 줄 아는 사람들은 훌륭한 비즈니스맨이다. 재미있게도 요리사에서 재상의 자리로 오른 이윤은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대단히 고전적인 사례를 제공한다. 탕임금이 그를 믿기 전까지 이윤은 그저 요리사에 불과했다. 그가 이른 번에 걸쳐 탕임금에게 헌책을 올렸지만 탕임금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헌책이 시시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요리사 이윤을 매일 대하면서 그가 훌륭한 인물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자 비로소 그의 말은 빛을 발하게 되었고, 탕왕은 그의 헌책을 써 마침내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제왕 중의 한사람이 되었다.

'사람을 믿지 못하면 그 말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매우 중요한 현상 중의 하나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데, 그 말을 따라 쓰게 되었을때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사기의 덫이다. 욕심이 신뢰를 넘어설 때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사기를 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을 믿지 못하면 그 말이 그럴 듯해도 그 말을 따르는 것을 경계하게 마련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말이 아니라 신뢰인 것이다. 신뢰가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좌우하는 본질임을 보여 주는 이야기 하나를 더 들어 보자.

옛날에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비가 하도 와서 담이 무너져 내렸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담을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들 것입니다.” 잠시 후에 이웃집 사람이 다시 똑같은 말을 했다. 그날 밤에 정말 도둑이 들어 많은 재물을 잃어 버렸다. 부자는 자기 아들의 선견지명을 크게 칭찬했다. 그러나 이웃집 사람은 의심했다. 같은 말이지만 누가 했는가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신뢰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이것이 없이는 함께 믿음을 공유할 수 없고 공동의 목표를 함께 이루어 낼 수 없다. 당연히 경제적 번영도 없다. 한때 동구권이 개방되면서 수없이 많은 서방의 기업들이 진출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철수하였다. 그곳에는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구 ? 공산주의는 신뢰를 만들어 내는 원천, 즉 교회, 상조회, 동호인 그룹, 시민 단체 등의 공동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곳에 존재한 것은 오직 정치집단 뿐이었다. 시장경제는 신뢰를 소모하는 미케니즘이지 신뢰를 만들어 내는 체제는 아니다. 다시 말해서 경제가 잘 풀려야 사회의 신뢰가 증진되는 것이 아니라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이 구축되어 있어야 경제적으로 풍요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역시 사람이다.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라는 바탕이 없이는 어떤 메시지도 마음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공허한 공약으로 남게 된다. 말은 난무하지만 그 뜻은 전달되지 않고, 수없는 회의가 이어지지만 실천은 느려터지고, 수많은 메시지가 전달되지만 누구도 그것을 진심으로 믿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함께 일하는 일터가 아니다. 따라서 기업이 그 구성원들의 신뢰를 증진 시킬 수 있는 방법의 모색에 경영 초점을 맞추어 가야하는 것은 매우 절실한 과제이며 리더십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신뢰를 키우는 첫 번째 방법은 정치적 게임의 룰을 제거하는 것이다. 정치는 어디에고 있다. 그러나 승진과 보상과 기회가 줄의 문제이고 개인적 정치력의 문제인 조직은 신뢰도가 낮은 집단이다. 잭 웰치의 처방을 참고하라. 모든 직원을 공평하게 대하라. 그러나 보상은 성과에 따라 엄격하게 지급하라. 우정은 평등의 산물이다. 그리고 신뢰는 우정의 핵심이다. 차별에 불만을 가지지 않게 하려면 성과에 따른 보상에 투명하고 엄격해야한다.

둘째는 조직의 관심을 외부로 돌려야한다. 사회와 고객, 경영동반자 그리고 직원을 연결하는 넓은 영역을 아울러야한다. 1960년대 제록스의 성공은 놀라웠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제록스의 시장 점유율은 82%에서 40%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들의 실패는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진 것이 아니다. 60년대의 성공이 이 기업을 오만하고 폐쇄적인 내부중심적 기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부적 조직은 안에서 적을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 싸우게 되지만 적이 외부에 있는 경우는 공조하게 된다. 수 백명 수천명의 직원들이 발벗고 나서 문제에 대처하게 된다. 서로 믿지 않고는 함께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한 팀이 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진이 기업의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말은 소용없다. 직원을 기업 최고의 자산이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어려울 때 교육비를 삭감하지 않고 감원이란 모든 조치를 다 강구한 다음에나 쓸 수 있는 최후의 방편으로 남겨 놓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신뢰란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의 배려, 위기 속에서의 선택이라는 감동없이 신뢰를 깊게 할 방법은 없다. 이것이 신뢰의 속성이다.

넷째는 공식문화와 비공식 문화 사이의 괴리를 좁혀야한다. 종종 경영자들은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공식적으로 선포한 기업문화, 즉 비전, 가치, 프로세스, 브랜드, 제도등에 대한 공표문과 진술서등이 조직의 문화라고 믿곤 한다. 그러나 공식 문화란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기업 문화를 주도하는 실제문화는 조직의 구석구석에 실질적인 관행과 전통으로 자리하고 있다.

예를들어 1980년 대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조정하는 경영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미국의 제조업체들의 공식제조 프로세스와 실제 프로세스가 다르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비공식적인 제조 관행들은 '숨은 공장'이라 불렸다. 불문율이 공식적인 성문율을 지배하게 될 때,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구성원들의 냉소를 자아내게 된다. 리더는 철저히 조직을 파헤쳐 부정적인 불문율이 구성원의 행동을 지배하지 않도록 현실의 요구를 바탕으로 한 공식문화를 창조해 내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다섯째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다. 약속을 지켜 법을 세운 예로 가장 고전적인 사례가 사마천의 사기 속 상군열전에 나온다. 상앙은 대표적인 법가 사상가이다. 그는 개혁안의 법안을 만들어 두었지만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다. 백성들의 믿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백성들을 먼저 믿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날 어른 키만한 통나무를 남쪽 성문 앞에 세워두고, 북쪽 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10금의 상금을 준다고 고시했다. 처음 백성들은 모두 이상하게 여겨 아무도 감히 옮기려 하지 않았다. 다시 포고를 내려 그 큰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게는 50금을 준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이를 옮기자 즉시 50금을 주어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마침내 법안을 공표하였다. 약속이 편법과 왜곡이 없이 분명하게 지켜지는 것을 보아야 비로소 믿음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사람이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은 이루어 지지 않으며 경영은 실패하게 된다. 경영은 등을 두드려주고 안아주고 키스해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구성원들에게 열광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장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동료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면 누구와도 싸울만 하다.

싸움은 대부분 싸우기 전에 승패가 결정된다. 여러 사람들이 하나가 된 팀은 이미 승리한 팀이다. 이 때 싸움은 단지 승리를 확인시켜주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동료가 서로 기대게하라. 상하가 서로 배려하게 하고 신뢰하게 하라. 그러면 탁월한 성과를 통해 위대한 조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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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08.27 09:17:27 *.67.52.196
사람을 가치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식하고 그 사람의 강점에 맞게 쓸 수 있는 상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좁은 울타리에서 왜 그리 권력지향적 혹은 지나친 권위주의에 의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이것이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 아닐까 하는 부정적 생각마저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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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18:05:45 *.212.217.154

좋은 리더가 좋은 조직을 만듭니다.

말씀하신 좋은 덕목을 깊이 세기고,

꿈꾸던 좋은 조직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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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11:59:49 *.32.9.56

그저 그런 조직을 넘어서서

위대한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부적인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신뢰위에

튼튼히 집을 짓듯이,

그렇게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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