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를 만들어 내는 법 2 -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시간의 양을 투입하라
교원 3월, 2008

시간은 바람과 같다. 그냥 놓아두면 사라져 흩어진다. 시간을 모으는 방법은 어딘가에 시간을 녹여 스며들게 해두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시간은 끝없이 스며드는 것을 즐긴다. 숭례문의 기둥 하나하나에는 수 백년의 시간이 스며들어 있었다. 기술은 거의 모든 것을 복원시킬 수 있게 되었지만 시간을 되돌려 축적시킬 수는 없다.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너와 나의 관계 속에는 시간이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서로에게 특별한 것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내 일 속에는 지난 시간이 녹아 들어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10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이 일이 그만큼 손에 익은 것이다.

시간과 더불어 손에 잡히는 성취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일에 스며드는 방식을 이해해야한다. 이것을 모르면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쓰는 순간 우리는 사라진다. 따라서 시간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다. 모든 투자는 이 희소한 자원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배분의 과정이다. 세월이 지나서 어떤 일을 아주 잘하게 되려면, 그리하여 그 일이 자랑스러운 업적이 되게 하려면, 그 일에 시간을 녹여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재능과 일의 종류에 따라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3년 정도 파면 그 일 맛을 알게 된다. 한 5년 하면 주위에서 잘한다 소리를 듣게 되고, 한 10년 그렇게 하면 세상이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 한 20년 들이파면 대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한 30년 즐기다 보면 그 일로 그 사회의 자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다 그렇게 자신의 일에 시간을 녹여 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 나이가 들어도 자랑할 만한 성과가 없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업적을 만들어 내려면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시간은 ‘집중성’ 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일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써야 시너지를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면서 시간을 분산시켜 쓰게 되면 얻는 것이 별로 없다. 잡일의 특징이 바로 이렇다. 직장인들은 대체로 이렇게 시간을 펼쳐 일하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분류된 My Project 와 My Hobby 영역 ( 2월 원고인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 참고할 것)을 잘 검토하여 부가가치가 높고 자신의 기질에 가장 적합한 ’ 단 한 가지 일‘을 찾아내 초점 관리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마 20년 동안 직장인이었던 내 경우가 괜찮은 사례 중의 하나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오랫동안 직장에서 변화 경영의 실무를 맡아왔다. 수없이 많은 과제들이 주어졌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은 ’변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이었다. 나는 회사의 업무 시간 중 50% 정도는 이 일에 투입했다. 당시 나에게 주어진 무수하리만큼 잡다한 여러 과제들를 고려할 때 그 일에 20%의 시간을 쏟아 붓기도 어려웠지만 나는 최우선의 과제로 이 일에 매달렸다.

회사 일과 시간으로만 충당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집에서도 이 일에 대해 연구했다. 책을 읽고 다른 기업의 사례를 찾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물어 봐 의견을 구했고 파이롯 테스트로 실험해 보았다. 그 당시 내 메일의 상당 부분은 다른 나라 IBM에서 근무하는 변화경영 파트너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었다. 나는 IBM 본사에서 주도하는 변화 프로그램을 시키는 대로 실행하는 수준의 행정가로 머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승진에 연연하지 않았다. 기회가 주어지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나는 일에 나를 걸었고, 훌륭한 변화경영 프로그램 기획자가 되고 싶었다.

1991년 이후 내게 기회가 왔다. IBM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영평가관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다른 과제를 함께 병행해야하는 입장이었지만 그 후 6년 동안의 볼드리지 심사관으로서의 경력은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발판이 되었다. 나는 이 분야의 실무와 이론을 모두 겸비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회사를 나와서도 나는 이 일로 먹고 산다. 앞으로 죽을 때 까지 이 일이 내 밥이 될 것이다. 평생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는 게으른 편이고 재주도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이 무언가 이루려면 그저 하나의 일에 철퍼덕 주저앉아 물고 늘어져 들이 파는 방법이 최고다.

성과를 내기 위하여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또 하나의 시간의 비밀은 ‘끊임없이’라는 속성이다. 하루하다 말면 안 된다. 계속 끝까지 가는 것이다. 이건 말처럼 쉽지 않다. 한 가지 일을 매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매일 그 일을 빠지지 않고 한다는 것은 늘 우리의 의지력을 시험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다가 그만 두게 된다. 초점을 맞추어 그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지속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이때는 좋은 습관의 힘을 빌리는 것이 좋다. 의지를 습관으로 전환시켜 주는 것이다. 마치 밥을 먹는 것과 잠을 자는 것처럼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 일을 하도록 프로그램화 시켜두는 것이다.

다시 내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회사를 나와 나는 변화경영 전문가로서 작가와 강연가로 살기로 했다. 그리고 매년 변화와 관련된 책을 한 권씩 펴내기로 작정했다. 나에게는 매일 두세 시간 씩 계속 책을 써 내는 것이 이 계획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었다. 그래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처음 일주일만 새벽에 일어나는 연습을 하면 정한 시간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이렇게 서 너 달 훈련하면 완전히 새벽형 인간으로 활동 시간을 옮겨올 수 있게 된다. 일단 새로운 취침과 기상 습관이 생겨나면 그 다음 부터는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써도 직장 생활이 어렵지 않게 진행 될 수 있다. 나는 매일 새벽 글을 쓰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그저 일어나 물 한잔 먹고 책상에 앉으면 그 날의 글이 써진다. 그렇게 일 년의 글이 모이면 책 한권이 만들어 진다. 나는 만족한다. 연구원들에게도 책을 쓸 때는 늘 같은 시간에 시작하여 읽으라고 말한다. 그래야 독서가 습관이 되고, 건강한 습관이 그 일을 오래하게 만든다고 말이다.

매일 똑 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시간을 투입한다는 것을 상징화하는 가장 좋은 예는 ‘끊임없는 물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 모습’이다. 한 곳에 집중적으로 쉬지 않고 떨어져 세월이 지나면 바위를 뚫는 부드러운 경이 - 이것이 바로 습관의 힘으로 좋아하는 일을 매일 물고 늘어지는 성공의 개념이다. 누구에게나 세월은 흐른다. 신은 채찍으로 우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신은 세월로 우리를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