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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4일 22시 01분 등록
참 이상한 좋은 인연

포트폴리오 인생, 찰스 핸디, 에이지 21, 2008
How to live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 윌리엄 브리지스, 이끌리오, 2008

공교로운 일이다. 두 사람이 10년 전에 우연히 내 앞에 나타났었다. 그리고 10 년이 지나 또 그때처럼 우연히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거의 같은 시기에 말이다. 마치 10년 주기의 행성이 나를 찾아오듯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우리들은 다시 만났다. 아마 내 인생에 새로운 정돈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우연한 경종인지도 모르겠다.

찰스 핸디와 윌리엄 브리지스, 이 두 사람은 내가 10년 전에 자유로운 1인 기업가로 탄생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 주었던 사람들이었다. 나보다 먼저 이 길로 들어 선 선배들이었고 이 길 속에서 때로 웃고 때로 울면서 이 길을 사랑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올해 이 두 사람의 한국어 번역 신간을 거의 동시에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그 우연한 조우가 신기하다.

1998 한국이 외환위기 속에 휩싸여 있을 때 나는 내 생애 첫 책을 출간했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충격에 싸인 한국 사회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했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충격적인 상황 속으로 돌진하는 사회 속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라는 질문에 대한 개인적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책이었다.,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우연히 나는 서점에 꽂혀있던 윌리엄 브리지스의 책을 만나게 되었었다. ‘직장혁명 시대의 자기경영’이라는 딱딱한 제목의 그 책은 서가의 구석진 곳에 꽂혀있었다. 그 구석에서 썩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내가 우연히 그 책을 보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그 책은 내 머리를 겁나게 빨리 돌아가게 만들었고 나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마치 커다란 돌개바람에 휩쓸려 빨려 들듯 새로운 세계 속으로 던져졌다. 나는 회사원에서 작가로 변신했다. 개인적으로 거대한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의 영문제목처럼 나는 직업전환 ‘Jobshift’ 에 성공했다.

내가 찰스 핸디를 만난 것도 바로 그때였다. 내 책이 출간된 바로 그해 그의 책도 공교롭게도 같은 출판사에서 내 책보다 한 달쯤 먼저 출간되었다. ‘헝그리 정신’ 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그 책 역시 내게는 깊이 무찔러오는 정신적 실험으로 각인되었었다.

사실 나는 이 두 사람의 책에 반한 것이 아니라 이 두 사람의 새로운 삶에 깊이 공감하기 시작했었다. 10년 전 나는 이 두 사람의 불완전한 등불의 힘을 빌려 내 길을 더듬어 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10년이 지난 올해 공교롭게도 다시 이 두 사람의 책과 마주치게 되었다. 인연치고는 특별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이 두 사람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 그들은 더 행복해 졌을까 ? 그들이 말 한대로 ‘포트폴리오 인생’으로 삶의 전환에 성공하여 전문적 프리랜서로 정말 살고 싶은 삶을 사는데 성공 했을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여전히 모색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모색 자체가 그 삶의 본질’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해야겠다.

나는 그들의 신간을 단숨에 읽었다. 윌리엄 브리지스의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는 다소 지루했다. 그는 다시 영문학에 대한 관심 속으로 빠져든 듯하다. 그동안 그의 아내가 암으로 죽었고, 그는 이 새롭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의 내면적 전환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 책은 그의 개인적 삶의 전환을 일기처럼 보여준다. 그의 삶은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새로운 차원의 삶으로 전환된 듯하다.

종종 변화는 직선 궤적을 그리지 않는다. 변화는 두 영역 사이의 경계에서 비선형적인 도약과 굴절을 보이게 마련이다. 빨대 하나를 음료수 컵에 꽂아 두었을 때 물과 공기라는 두 개의 이질적 차원에서 빨대가 다른 굴절율로 꺽여 보이듯이 그의 과거와 새로운 일상 사이에는 다른 차원의 정신적 변이가 이루어 진 듯하다. 그는 아내의 죽음이 가져온 혼란을 통해 아직 명쾌하지 않은 새로운 질서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는 그의 삶의 궤적을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하는가 ! 삶의 길은 구불거리는 길을 가는 여행이다.. 삶은 물고기 꼬리처럼 굽이치며 구불거리는 길을 지난다.”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은 그의 다른 책들과 유사한 구조로 엮여있다. 그는 늘 자신과 아내 엘리자베스가 주연이 되는 삶을 통해 일상에서 겪고 느낀 진실을 이야기하려한다. 그래서 직접 겪어 본 자의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와 라틴 고전학을 전공한 그는 얼떨결에 정유회사 셸에 들어가서 10년을 어리버리 근무하다 퇴직한 후 어찌어찌 런던경영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그 후 방송사에서 고정 프로그램 하나를 진행하게 된다.

그는 이러한 삶의 이행 과정에서 진정한 찰스 핸디는 누구인지 묻고 있다. 고전학도 찰스 핸디, 셸의 간부 찰스 핸디, 교수 찰스 핸디, 방송인 찰스 핸디 중 누가 진짜 찰스 핸디의 정체성에 근접한 인물일까 ? 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가 일갈한다 (대머리에 뚱뚱하고 키가 작은 찰스 핸디는 똑순이 아내에게 꼼짝 못한다.)

“나는 단지 내 이름 엘리자베스로 충분했어요. 왜 사람들은 자기 이름 앞에 어떤 호칭을 붙이려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그래서 그는 아내처럼 아무 호칭 없이 그저 ‘찰스 핸디’라는 이름 하나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저자 소개에 윌리엄 브리지스는 ‘월스트리트가 뽑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컨설턴트 10인 중 1인’이라고 적혀있다. 찰스 핸디는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와 함께 세계를 움직이는 사상가 50인 중의 한 사람’ 이라고 거창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그러한 껍데기 호칭과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다.

삶은 모험이다. 이 속에서 우리는 여러 여정을 거치게 된다. 어려움에 처할 때 마다 누군가 마술처럼 우리를 도와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마술사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 그 힘이 있다.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다. 우리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서는 생명력이 흘러나온다. 인생의 모든 여정은 근본적으로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신화학자 죠셉 캠벨이 말한대로 진정한 변화의 과정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보이지 않는 저항을 극복하고 세상을 변모시킬 수 있는 힘을 다시 얻게 되는 여행’인 것이다.

두 책 모두 내게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이 두 사람은 자신의 삶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치 백신을 주사하듯 주사한다. 그리고 그 효과를 자신의 삶을 통해 직접 실험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들은 이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운명이 자신의 삶을 끌고 갈 때 그 속에 삶을 던져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사람들이다. 순수한 사람들이고 좀 모자라는 인간들이고, 아닌 듯 하지만 끈질기고 짚불처럼 은근하지만 못 말리는 골통들이다. 불꽃이 감추어진 불같은 사람들이다.

나는 이 두 책을 모두 읽기를 권한다. 아니, 책을 읽지 말고, 책 속의 그들, 바로 그들의 삶을 읽어주기를 희망한다. 조직 속의 삶 속에서 자기를 잃고 살아가다가 내몰린 것도 아니고 스스로 그만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길 없는 길을 이리저리 걸으며 제 길을 찾아내려는 ‘그들 속의 나’를 발견해 보기 바란다. 기억하자. 우리의 인생 자체가 바로 유일한 상담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IP *.128.229.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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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정명윤
2008.04.11 17:30:36 *.199.250.121
선생님의 숙제군요~~.ㅎㅎ 책 두권을 읽지 말고, 책 속의 그들, 삶을 읽어내야 하는 어려운 숙제.............., 그러나 이 숙제를 잘 마치고 나면 "삶은 숙제가 아니라 축제"로 변해 있겠군요.........., 그런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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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전략
2008.04.16 13:24:36 *.6.100.161
두 책을 읽고 싶어 집니다.
특히, 윌리엄 브리지스의 ‘직장혁명 시대의 자기경영’ 를요.
이 제목으론 검색이 안 되긴 하지만요... - 절판일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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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친구
2008.06.09 10:59:48 *.245.223.2
지금 저에게 꼭 필요한 책인듯.... 읽고 나서 다시 올께요 ...
지금 가슴에 작은 꿈이 심어졌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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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인연
2008.07.21 15:36:12 *.94.42.67
주문한 두 권의 책이 책상위에 놓여있습니다. 저에게는 구본형선생님이 정말 귀하고 좋은 인연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이 책 두 권을 벗 삼아 지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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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7 15:49:27 *.212.217.154

스스로 만들어 가는

참 좋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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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5 10:14:25 *.212.217.154

https://youtu.be/OELTYcgIORA


가끔,

백마디 말 보다

아름다운 음악 한소절이

제 마음을 표현하기에 적합합니다.


오늘 이 글을 읽은 기분이 그러하듯이요.


참 이상한 인연이지요,

제가 꼭 필요한 시기에

그에 적절한 선생님의 글을 만난다는것이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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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18:57:09 *.216.241.4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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